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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땡 하자마자 우르르…직장인 '점심 잔혹사'

[ 점심(點心) = ‘마음에 점을 찍는다.’ ]

점심시간은 직장인들에게 뭘 먹을지를 고민하는 행복한 시간이자, 긴 근무 시간 중 유일하게 재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죠. 하지만 어느새 후다닥 지나가 버리는 시간. 유독 점심시간은 왜 그리도 짧게만 느껴지는지 아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서 흔히 점심시간이라 하면 ‘낮 12시’를 기준으로 합니다. 낮 12시면 회사 주변의 음식점들은 식사하려는 인파로 붐빕니다. 인기 음식점은 자리가 없어서 입구부터 줄을 서거나, 빨리 먹으려면 낯선 이들과 동석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유 있게 뭘 먹을지 고민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빨리 먹고 제시간에 회사에 들어가기 급급할 때도 있습니다. 한 끼를 먹기 위해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다 보니 과연 먹으려고 사는지, 살려고 먹는지 도통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직장인들이 주변에 많습니다.

(아이디 df1m****)
 “제조업회사 몇 군데만 돌아보세요. 2~30분 구내식당 앞에 줄 서서 기다립니다. 10분 만에 밥 먹고 오면 커피는 고사하고, 화장실 다녀올 시간도 없습니다!”

(아이디 gena****)
 “예전에 격무에 시달려서, 지하 구내식당 가서 밥 먹고 올라와서 양치하고 다시 자리에 앉아 일하는 시간 15분 내외였습니다. 다 부질없는 것 같아요.”

(아이디 odin****)
 “점심 최대한 빨리 먹고 13:00까지 자야 됨. 안 자고 커피 마시면서 이야기하면 오후에 너무 졸리고 피곤함.”


대체로 식사만 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실제 직장인들의 점심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지난해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직장인 1,489명을 설문조사해보니 1,055명(70.9%)이 점심시간이 1시간이라고 응답했습니다. 하지만, 1시간은 짧다고 생각했는지 1,025명(68.8%)은 적정 점심시간으로 1시간 30분을 꼽았습니다.1시간 점심시간에 대한 불만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줄서기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업종에 따라 기업의 점심 시간 풍경이 전혀 달라지기도 합니다. 출퇴근 시간은 자유롭지만 점심시간을 준수하도록 시간을 정해 통제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한 제조업체 본사 직원들은 오전 11시 50분부터 출입구 앞에 몰려들기 시작해, 12시 정각에 때맞춰 사원증을 찍고는 우르르 몰려 나옵니다. 6개월 전부터 직원들의 점심시간을 12시~1시까지로 통제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의 평가는 엇갈립니다. 점심시간이 규칙적이다 보니, 오후 회의 시간이 잘 지켜져 퇴근 시간도 빨라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직원의 자율성을 좀 더 존중해주는 기업 문화가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반면, 모 금융회사의 구내식당에는 1시 반이 넘어도 점심을 제공하며, 곳곳에서 식사하는 직원들이 눈에 띕니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근무태도보다는 실적과 효율성을 따지겠다며 지난달부터 점심시간을 자유롭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점심 시간 외에,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운영하는 IT업체들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업마다 다른 사내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목적은 한가지로 같다고 설명합니다. 바로 기업의 생존입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
“제조기업은 긴장을 줘서 위기 대응에 좀 더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반면 정보통신기술(ICT)업체는 항상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것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기업문화를 보이고는 있지만 결국은 ‘생존과 발전’을 위한다는 취지에서 목적은 같았던 것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경제와 기업 상황에 맞물려 직장인들의 '점심 전쟁' 양상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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