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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날개 돋힌 '포터' 판매…고용 불안의 그늘

[리포트+] 날개 돋힌 '포터' 판매…고용 불안의 그늘
올해부터 ‘60세 정년법’이 시행중입니다. 근로자 300명 이상의 사업장은 올해부터, 300명 미만은 내년부터 법적 정년이 60세가 되죠. 

시행 첫해이기는 하지만, 법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최근 한 취업 전문포털이 1,405명을 대상으로 체감하는 정년 나이를 물은 결과, 60세보다 적은 평균 50.9세로 집계됐습니다.

상당수가 퇴직을 정년보다 9살 정도는 먼저 해야 될 것같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지난해에도 비슷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당시는 평균은 52살이었습니다. 1년 만에 1년이 더 짧아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지금 다니는 회사가 전망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전체 직장인의 3분의 2가 “우리 회사 미래가 없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더구나 ‘정년 때까지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18.6%에 그쳤습니다. 정년까지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2명도 안 되는 겁니다. 전반적인 경제 불황에 근로자 상당수가 고용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설문조사 결과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업규모나 직종, 직급별로도 불안감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기업이 제일 이르고 직급별로는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대리와 과장급이 예상 퇴직 시기를 일찍 잡았습니다.
직종별로도 차이가 났습니다.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영업직이나 기술 직종은 정년을 늦게 예상했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분야일수록 이른 편이었습니다.
정년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고용 불안감이 우리 사회에 만연해서일까요? 그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회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바로 ‘영세 자영업자의 발’로 불리는 1t 트럭 ‘포터’가 올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으로 등극한 것이죠. 포터는 과거에도 꾸준하게 팔렸던 차종입니다. 4, 5년 전부터는 3, 4위권을 유지했지만 1등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포터가 올해 들어서 지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월별로 쳐도 2월만 빼고, 넉 달을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포터의 인기가 내수 불황과 관련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퇴직자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포터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죠.  실제 포터는 노점상은 물론,  이삿짐이나 택배 물건 등을 나르는 데도 많이 쓰입니다.  가격도 1,500만 원 안팎으로 비교적 부담도 적습니다.

이렇게 직장인들의 불안한 마음과 포터 인기는 동전 앞뒷면처럼 붙어 있는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전 세계 선진국 중에 포터 같은 1t 화물차가 판매량 1위를 기록한 나라는 아직 없습니다. 불황과 고용 불안이 장기화하면서 ‘1톤 화물차’가 반짝 인기 상품이 아닌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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