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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개가 웬 말이냐" 미국 교도소 상대 '생리대 소송'

"하루 한 개가 웬 말이냐" 미국 교도소 상대 '생리대 소송'
▲ 클라크 카운티 교도소 (사진=연합)

최근 우리나라에서 생리대 생산 업체의 가격 인상 발표 후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사지 못하고 있다는 사연이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모든 물자가 풍부한 미국에서도 교정 시설에 갇힌 여성들이 생리대를 제때 받지 못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역지 쿠리어 저널에 따르면, 미국 인디애나 주 잭슨빌에 사는 멜리사 후글린(36)은 여성 위생용품 제공 요청을 묵살한 혐의로 클라크 카운티 교도소와 교도관들을 상대로 한 집단 소송장을 루이빌에 있는 미국연방지방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지난 2014년 8월 경미한 가정 폭력 혐의로 입건돼 클라크 카운티 교도소 유치장에 엿새간 갇혔다가 풀려난 후글린은 끔찍한 일을 겪었습니다.

생리가 시작돼 생리대를 달라고 교도관에게 요청했지만 묵살당한 것은 물론 이후에도 충분한 양의 생리대를 받지 못했습니다.

나흘간 이어진 생리 기간 그가 교정 당국에서 받은 건 생리대 3개와 탐폰 1개뿐이다.

하루에 1개꼴로, 제조업체가 권장한 사용량에 비춰보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이날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나선 후글린은 "36시간 동안이나 내가 흘린 피 위에 앉아있어야 했다"면서 "수치스러웠고 당혹스러웠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다른 여성에겐 이와 같은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소송을 건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후글린과 유치장에 있던 다른 여성들은 생리대를 얻고자 간수의 관심을 끌려고 소란을 피웠지만, 이들에겐 '조용히 하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간수는 24시간 동안이나 후글린의 요청을 무시했고 그 사이 유치장에 있던 동료 대기자가 탐폰 1개를 후글린에게 건넸고 후글린은 탈의 후 또 다른 여성이 준 수건으로 몸을 감싸 흘러내리는 피를 막았습니다.

나중에서야 간수에게서 바지와 상의가 하나로 붙은 점프 수트와 생리대 1개를 받았지만 속옷은 받지도 못했고, 샤워는 꿈도 못 꿨습니다.

소장에 따르면 교도소가 생리대를 주지 않은 것은 물자 부족일 가능성이 크고, 원고들은 교도소 측이 생리대를 사지 않는 대신 외부 단체의 기부에 의지해왔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기부가 원활하게 이뤄졌는지도 불분명합니다.

로라 랜던위치 변호사는 "외부 단체가 생리대 등 여성 위생용품을 교도소에 기부했다는 어떠한 기록도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2년간 이 교도소가 사들인 여성용 속옷은 고작 26벌에 불과해 '교도소는 여성 재소자에게 매일 위생용품을 지급한다'던 교정 시설 수형자 안내서와 완전히 딴판이었던 셈입니다.

렌던위치 변호사는 교도소 관계자들이 잔혹하고 비상식적인 처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8조를 어겼다면서 교도소가 교도관들을 다시 훈련시키고 여성 재소자의 생리에 대응하는 특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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