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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배선우, 주타누간처럼…"첫 승 물꼬 트니 3승도 자신"

조부모·부친까지 3代가 골퍼.."10살 때 가족과 첫 라운드 평생 기억"

[취재파일] 배선우, 주타누간처럼…"첫 승 물꼬 트니 3승도 자신"
KLPGA투어 데뷔 4년만에 E1채리티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달성한 배선우(22세)는  인터뷰 내내 아주 명랑하고 활기찼습니다. 그동안 중계방송 화면에 비쳐진 내성적이고 얌전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였습니다.

배선우는 SBS 골프 <골프투데이> 출연을 위해 상암동 스튜디오를 찾았는데,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할 때부터 녹화가 끝나고 나서 기념촬영을 할 때까지 골프 실력 못지 않은 '청산유수' 입담을 선보였습니다.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재미있더군요.

"제가 10살,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저는 운동을 좋아해서 수영과 태권도,스케이트를 배우고 있었는데, 하는 것마다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태권도는 공인 3단까지 땄고요. 그러던 어느날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아빠와 함께 골프 라운드를 하고 오시더니 저에게 골프를 배워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손녀까지 4명 한 팀을 꽉 채워서 3代가 같이 라운드를 하고 싶으셨던 거죠.

8월 2일. 처음 채를 잡은 날짜까지 기억나요.  골프 배운지 한 달 만에 다이너스티 골프장으로 어른들과 처음
라운드를 갔는데 심장이 쿵쿵 뛰면서 너무 좋았어요. 저는 마치 소풍 온 것처럼 들떠서 페어웨이 잔디 위를 뛰어다녔고, 샷은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안나요. 아마 140타 이상 쳤을 거에요. 그래도 어쩌다 공이 제대로 맞아나갈 때 느낌이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그 때부터 레슨을 열심히 받고 골프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죠."
배선우는 골프 입문  8개월 후인 초등학교 5학년 봄 제주도지사배 대회에 출전했는데, 자신의 첫 공식 대회에서 당했던 망신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많은 부모님과 관계자 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첫 홀 티샷을 날렸는데, 너무 긴장해서 공이 위로 붕 떴다 바로 앞에 떨어지는 '뽕샷'이 나왔어요. 다른 부모님들이 '뭐 저런 아이가 대회에 나왔냐?' 하고 수군거리시는 걸 듣고 바로 울음이 터졌죠. 계속 눈물을 훔치면서 18홀을 돌았는데, 그 때 스코어가 99타였습니다."

배선우는 이후 독하게 마음을 먹고 맹연습을 한 끝에 대원외고 3학년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2012년 프로전향 후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그녀의 1994년생 동갑내기 친구가 전인지와 장수연입니다.

배선우는 이미 잘 알려진대로 '준우승 단골'이었습니다. 2014년 한국여자오픈에서 마지막 날 김효주를 넘지 못했고, 지난해는 네 차례나 최종일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치러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한화 금융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18번 홀에 더블보기를 범해 일본의 노무라 하루에게 연장전으로 끌려가 역전패를 당하고 눈물을 흘렸던 아픈 경험 때문에 '유리 멘탈'이라는 비아냥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습니다.

자신감을 잃어가던 그녀에게 용기를 준 인물은 최근 미국 LPGA투어에서 3주 연속 우승의 돌풍을 일으킨 태국의 아리야 주타누간이었습니다. 주타누간은 2013년 혼다 LPGA대회에서 배선우처럼 2타 차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홀 트리플보기로 다 잡았던 우승컵을 박인비에게 내줬고, 그 충격으로 3년 동안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던 선수입니다.
"지난 5월 초에 요코하마 타이어 대회에서 주타누간이 드디어 생애 첫 우승을 해내는 장면을 보면서 남의 일 같지 않아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그래,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주타누간이 마지막 홀 트리플보기의 악몽을 떨쳐내는데 3년이 걸렸잖아요. 저는 이보다 훨씬 빨리 상처를 씻어내고 첫 우승 물꼬를 텄으니까 이제부터 시작이죠. 주타누간처럼 3개 대회 연속 우승까지는 몰라도 남은 대회에서 2승 더해 올시즌 3승을 채우는게 제 목표입니다."

배선우는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묻자 지체 없이 마음 속에 묻어 두었던 대회 이름 2개를 뱉어냈습니다.

"기아차 한국여자오픈과 한화금융클래식이요. 둘 다 저에게는 한이 많은 대회거든요. 마지막 날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던 그 무대에서 보란듯이 꼭 설욕하고 싶습니다. 다시 그런 상황이 오면 절대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진 않을 거예요."

혈액형을 물었습니다.

"트리플 A형이요(웃음). 제가 솔직히 좀 소심하고 마음이 많이 약한 편이에요. 동반자의 기분이 안좋아 보이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신경 쓰일 정도거든요. 솔직히 이번에 우승할 때는 무아지경으로 아무 생각도 안하고 공만 친 것 같아요. 54홀 최소타 신기록이니, 54홀 노보기 플레이 우승이니 이런 걸 전혀 몰랐어요. 만약 제가 이런 기록들을 앞두고 있었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자꾸 의식이 돼서 잘 못쳤을 것 같아요(웃음).

연세대학교 4학년인 배선우는 투어 활동 틈틈이 함께 학교 생활도 즐겁게 잘 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은 연세대학교 체육인의 날이었어요. 저를 포함해서 KPGA 넵스 대회에서 우승한 최진호 오빠도,
일본투어 미즈노오픈에서 우승한 김경태 오빠도 모두 연세대 선배님들이시거든요(웃음). 과 친구들한테도 이번 주에 우승 턱 낼 건데 신촌에 갈비 먹으러 가야죠."

배선우는 이번 주 출전 대신 휴식을 택했습니다.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은 건너 뛰고 S오일 대회부터 다시 연승 도전에 나섭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녀가 살짝 상기된 표정으로 한마디를 던지고 수줍게 돌아섰습니다.

"제가 빅뱅 팬인데요. 제가 우승하면 빅뱅 연말 콘서트 티켓 구해주고 대기실에서 인사도 시켜주겠다고 약속 하신 분이 있거든요. 우승하니까 좋긴 좋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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