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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급식충' 되기 싫다며 악물고 일했는데…" 어머니의 눈물

[人터뷰+] "'급식충' 되기 싫다며 악물고 일했는데…" 어머니의 눈물
혼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가 숨진 수리용역업체 직원 19살 김 모 군. 밥 먹을 새 없이 바빴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왜 그토록 궂은 일을 마다치 않고 뛰어다녀야 했을까요? 방송에서는 김 군이 처했던 열악한 근로 환경과 문제점이 부각됐지만, 어머니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를 들려줬습니다. SBS 취재진은 김 군 어머니를 직접 만나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기자) 아드님은 어떤 아이였나요?

(어머니) 저희 애가 좀 어른스러웠어요. 힘들어도 힘들다는 표현을 잘 안 했죠. 요즘 일자리 구하기가 많이 어렵잖아요. 저희 아이는 “누군 취업했는데, 난 못하고 있다.”라며 자책하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너무 그러지 마라 시간이 지나면 다 된다.”라고 다독였죠. 아이랑 가끔 톡을 하다 보면, 그 톡에 자기 상태를 나타내는 메시지를 쓸 수 있잖아요. 거기에 어느 날 ‘급식충’이라고 써져 있었던 거예요.

(기자) 아드님이 왜 그런 단어를 써놨을까요?

(어머니) 요즘 젊은이들 단어에 ‘벌레 충’자를 많이 갖다 붙이잖아요. 남들은 다 취직했고, 엄마가 이 정도 길러놨으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자기는 돈도 못 벌면서 취업준비나 하면서 급식비를 쓰잖아요. 그래서 부모 보기에 면목 없었는지 ‘급식비만 축내는 벌레다’라고 스스로 생각해서 급식충이라고 해놓은 것이더라고요. 그러더니 얼마 안 가서 ‘은성 PSD’라는 곳에 들어갔죠.
(기자) 그 회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아셨어요?

(어머니) 애 아빠가 인터넷을 찾아보고 스크린도어 수리하는 데라는 걸 알게 됐죠. 예전에 위험한 안전사고가 있었다는 것도 알았고요. 그래서 처음엔 하지 말라고 말렸죠.

(기자) 아드님은 뭐라고 하던가요?

(어머니) 2인으로 다니니까 요즘에는 괜찮다고 안심시켰어요. 저희도 끔찍한 사고가 2번씩이나 있었으니 이후 많이 개선됐을 거라고 생각했죠. 어쨌든 아이가 처음으로 사회에 나가서 일다운 일하니까 되게 좋아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기자) 아드님이 취업을 자랑스러워했군요.

(어머니) 네, 제가 기억하기에는 두세 달도 안 됐을 때 자랑스럽게 “엄마, 나 혼자서도 그거 고칠 수가 있어요.”라고 하는 거예요. 저희 아이가 남자애치곤 깔끔해요. 출근할 땐 항상 머리 감고 샤워하고 헤어스프레이? 그런 것도 뿌리기까지 하는 애거든요. 어느 날인가는 정직원이 됐다고 막 좋아하며 알려줬죠.

(기자) 정직원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린 거죠?

(어머니) 작년 10월에 입사해서 한 5개월 지나고 지난 3월에 정직원이 된 거죠.

(기자) 일이 힘들다고는 안 하던가요?

(어머니) 힘들어했죠. 한 번은 울면서 하는 얘기가 오늘은 하루 한 끼도 못 먹었대요. “그게 말이 되느냐? 점심시간 놓쳤으면 시간 날 때라도 밥을 먹어. 꼭꼭 챙겨야지. 건강을 잃으면 나머지 다 필요가 없는 거야.”라고 했는데, 그래도 밥 먹을 시간이 없다고 했어요. 
(기자)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일 텐데….

(어머니) 네, 어떤 날은 밥 먹으려고 식당에 가기도 한대요. 지하철역에 보면 식당이 있는 데가 있어요. 그게 지하철역마다 있는 건 아니잖아요. 운 좋게 그 근처 가면 밥을 먹는데, 먹다 보면 출동 명령이 떨어지는 거예요. 어느 역이 고장이 났다더라. 그러면 한 숟갈도 못 먹고 나간 적도 있대요. 메트로 본사에서 “야, 출동 왔으니까 빨리 가라. 시민들이 불편해한다.”라고 재촉하니까….

(기자) 그런 얘기를 듣고 심정이 어떠셨어요?

(어머니) 그때 진짜 그만두게 했었어야 했는데…. 부모인 저조차도 아이 실상을 알게 된 게 아들 유품이었던 가방을 열었을 때였죠. 거기 사발면하고 공구들 속에 숟가락이 있었어요. 하도 바쁘니까 사발면이라도 사서 넣어뒀다가 잠깐이라도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거죠.

(기자) 아드님이 그런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고 견디느라고 많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어머니) 네. 제가 이렇게 진이 빠져도 인터뷰에 응하는 건, 전 힘이 없잖아요. 여론의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엄마가 정신을 차려야 한대요. 저희 애가 그렇게 한 끼도 못 먹고 두개골이 함몰된 채 세상을 떠나버린 현실을 알려야 해요. 저희 아이 생일이 죽은 그 다음 날이에요. 일요일이요. 아이는 사고를 당해 개죽음을 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기자) 서울메트로 측은 뭐라고 하고 있죠?

(어머니) 그냥 제 아이가 독단적으로 한 것처럼 얘기해요. 메트로 쪽에서는 자기네는 2인 1조가 아니면 허가를 안 내준다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면서 모두 다 회피하려고만 해요.

(기자) 혹시 아드님은 보셨나요?

(어머니) 안치소에 가서 정말 우리 애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시신 상태가 너무 안 좋으니까 아빠 말고 엄마는 들어오지 말라고. 정말 믿을 수가 없어서 들어갔는데 너무 처참하게, 너무 처참하게 두개골이 함몰됐으니까 피범벅이 되어서 얼굴은 정말 우리 앤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어요.
(기자) 생전 기억나는 아드님 모습은요?

(어머니) 진짜 우리 애 얼굴 한 번만 보고 싶어요. 손 한번 만져보고 싶어요. 사랑한다고 하고 싶어요. 애가 그동안 월급 벌어와서 엄마 생활비 보태쓰라고 줬어요. 하지만, 저는 그거 꼬박꼬박 모아서 나중에 아들 쓰라고 100만 원 짜리 저축 들어놨었거든요. 1월부터 월급 100만 원씩 들어서 이번에 144만 6천 원 들어온 거 다섯 달 저축했는데 애가 죽었어요. 

(기자) 아드님이 정말 효자였네요.

(어머니) 아이가 엄마 생활비 쓰라는데 왜 저축했느냐고 나한테 그랬어요. 그런 앤데, 애가 잘못해서 죽었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사랑한다고 좀 해줄 걸, 피곤해서 잘 때 그 얼굴 수건으로 좀 닦아줄 걸…. 얼마나 힘들었으면….

* 기획·구성 : 임태우 기자/ 그래픽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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