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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플라스틱 조각 떨어지는 '불량 지퍼락' 리콜 사연은?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굵직한 사건 중에는 시민들의 사소한 제보에서 취재가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부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시민들이 관공서나 시민단체, 또는 수사기관에 먼저 문을 두드린 뒤에 신통치 않은 답변을 듣거나 반응이 없으면 최후의 보루로 방송사에 제보하기 때문인데요, 지난주 단독 보도해 드린 유명 지퍼락 제품의 대량 리콜 사태도 처음엔 이런 작은 제보에서 시작됐습니다. 송인호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집 안에서 각종 채소나 고기 같은 식재료를 냉장고에 보관할 때 흔히 지퍼백을 이용하는데요, SC존슨 코리아가 수입 판매하는 냉동용 더블 지퍼락 제품에 재사용 시 지퍼 부분에서 파란색 알갱이들이 떨어져 나오는 결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처음 발견한 건 4살배기 아들의 엄마 강 모 씨였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음식을 주려고 다진 마늘이나 생강, 갈아놓은 토마토 등을 지퍼락에 넣어 얼리고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썼는데, 어느 날 지퍼락을 자세히 살펴보니 내용물 사이사이에 푸른 알갱이들이 뒤섞여 있는 것이 눈에 띈 겁니다.

너무 작아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출처를 알고 보니 지퍼에서 으스러져 나온 딱딱한 플라스틱 조각이었습니다.

해당 제품을 3~4년이나 사용했는데, 그동안 아이가 지퍼락에 넣어뒀던 재료로 이유식을 만들어 먹이면 자주 설사를 하곤 했던 게 이것 때문인 것 같아서 강 씨는 화가 나고 걱정이 앞섰습니다.

당연히 곧바로, 수입사인 SC존슨 코리아의 소비자상담실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반응은 황당했습니다. 제조사인 태국 본사의 외국인 담당자와 연결해 줄 테니 통역도 없이 영어로 상담을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강 모 씨/주부 : 저는 영어가 부족하고 저도 흥분한 상태에서 예상치 못하게 전화를 받았으니까, 이거를 치워줬으면 좋겠다는 걸 버벅거리면서 얘기했어요. 그랬더니 여자가 이거를 다 빼달라는 얘기냐 그래서, 맞다 그렇게 얘기했더니, 아, 이건 자기 소관이 아니다….]

자신을 메디컬 어드바이저라고 소개한 직원이 알아들을 수 없는 성의 없는 답변만 늘어놓자 강 씨는 결국, 사진과 함께 SBS에 관련 사실을 제보했습니다.

그리고 송 기자가 강 씨를 직접 만나 해당 물건을 확인한 뒤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직감하고 식약처에 신고하기에 이른 겁니다. 다행히 식약처는 곧장 결함 실험에 착수했고, 불량률이 5.26%나 된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상배/식약처 식품관리총괄과장 : 저희가 19명을 대상으로 190개의 제품을 구매해서 냉동 보관하면서 매일매일 체크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틀째부터 이런 지퍼 부분의 플라스틱 조각이 떨어지기 시작했고요. 이틀, 삼일, 사일 계속 이렇게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SC존슨 코리아도 제품 결함 사실을 인정하고 리콜 명령에 응했는데요, 기사를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 중 상당수는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은 다국적 생활용품 업체에 대한 실망과 비난이었습니다.

냉동용 더블 지퍼락을 구매했거나 사용하고 있는 분들은 구입처에서 반품 또는 환불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 [취재파일] 플라스틱 조각 떨어지는 '불량 지퍼락' 리콜 조치된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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