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자녀 둘을 두셨다고요?
(아버지) 네, 큰아들은 이공계 전기전자학부에 다니고 있고, 딸은 서울의 한 대학교 사학과에 재학하고 있습니다.
(기자) 자녀 뒷바라지를 언제까지로 생각하시죠?
(아버지) 자녀가 대학 졸업하고 취업해서 자립할 때까지요. 그전까지는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지원할 의향은 있고요. 손자 양육이라든가 결혼 이후에 대해선 그럴 마음은 없습니다. 또, 인생의 진로라든가 방향 탐색은 인생의 선배로서 부모로서 지원할 수 있지만, 부모가 겪어왔던 인생의 한 과정을 자녀가 반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원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기자) 대학생인 자녀를 어떤 식으로 지원?
(아버지) 예를 들어, 저 같은 경우 자녀를 위해서 이런저런 보험을 들고 있거든요. 휴대전화 요금이라든가, 또 자녀 이름으로 된 각종 보험을 대신 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취업하면 스스로 부담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아버지) 네, 대학 때까지는 본인이 경제적으로나, 정신적 면에서 많이 미비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부모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본인이 경제적인 수입을 올릴 때, 또 취업했으면 자립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기자) 요즘에는 대학 졸업하고도 취업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부모로서의 부담이 크지 않나요?
(아버지) 네, 그렇죠. 하지만, 우리 사회는 대학 졸업한 자녀가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직 선진국처럼 돼 있지 않아요. 제가 듣기로, 선진국 학생들은 대학생이 되면 경제적인 부담을 부모에게 끼치지 않고 스스로 독립해서 돈 벌고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취직해서 대출을 갚아나간다고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취업난도 심하고, 자녀에 대한 부모 마음이나 문화도 선진국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요.
(기자)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죠?
(아버지) 과거의 부모 세대들은 60년대, 70년대 정말 열심히 일했거든요. 경제 제일주의 구호를 내걸고, 어떤 일이든지 일자리만 있으면 열심히 했고, 또 그 당시에는 교육시키고 싶어도 자녀가 많았기 때문에 큰아들만 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킨다든가. 특히 딸들은 교육을 안 시키는 경우도 많이 있었어요. 그랬던 것들이 최근 가족문화가 바뀌면서 애들을 한두 명밖에 낳지 않잖습니까? 그래서 그런 소중한 아이들에게, 자신이 고생한 것을 물려주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지원해주고 싶은 것들이 우리나라 부모의 마음일 겁니다.
(기자) 부모 세대들도 많이 어려워지지 않았나요?
(아버지) 네, 그렇죠.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면서 적잖은 부모 세대들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불안해진 거죠. 불확실하고. 그런 상황에서 대학까지만이라도 부모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말하는 것도, 우리나라 부모들이 제 역할을 다 하려는 따뜻한 마음이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부모 세대도 말 못할 고민이 있는 거군요.
(아버지) 과거에는 자녀가 부모를 책임진다고 했죠. 그러나 최근 부모의 수명이 연장되고 고령화되다 보니까 과거처럼 자녀가 부모를 공양할 수 있는 여건이 사라졌어요. 과거처럼 바로 취업이 되는 사회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지금은 오히려 부모가 자식을 부양하는 사회가 된 거죠. 저도 지금 회사에 다닐 수 있는 동안에는 계속 직장생활을 해야 하고 제 아내도 맞벌이하고 있어요. 이런 부모 세대가 겪고 있는 고민을 사회가 일정 부분 책임져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현 부모 세대가 부양해야 할 대상은 자녀 뿐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노부모를 부양해야 하는데다, 본인의 노후 대책까지도 세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성인 자녀의 부양까지 떠안게 되니 ‘삼중고’에 처해있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부모 세대의 삼중고 부담이 자녀 부양을 줄이고 싶은 욕구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사회연구원 김유경 연구위원은 “삼중고의 부담을 부모 세대에만 맡길 게 아니라, 성인 자녀 부양에 공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 기자 / 그래픽 디자인 :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