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낭만으로 시작한 제주살이…'천국과 지옥 그 중간'

[SBS스페셜] 제주별곡 - 오늘도 폭삭속았수다(수고하셨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이들, 떠남을 꿈꾸다

최근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능글맞지만, 다정한 송닥터로 여심 저격수가 된 배우 이승준! 

지금은 믿고 보는 배우가 됐지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는다. 데뷔 20년차, 항상 선택받아야 하는 배우의 삶은 불안과 희망의 무수한 교차점들로 채워진 시간이었다. 오랜 무명생활을 버텨내고 오늘에 이른 그이지만, 여전히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삶의 불안. 그는 요즘도 문득 생각한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고.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인디밴드 연남동 덤앤더머의 황의준, 김태진.

스스로 '버텨야 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이들의 가장 큰 꿈은 매달 돌아오는 그날, 월세를 내야하는 그날에 신경 쓰지 않고 살아보는 것. 팀 이름처럼 오랜 시간 동안 연남동을 터전으로 음악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치솟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많은 동료들은 홍대. 그리고 연남동을 떠났다. 삶과 음악의 터전에서 쫓겨난 동료들…. 

연남동 덤앤더머는 그들을 보며 고민한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마지막 파라다이스? 사람들은 왜 제주도로 떠나갈까?

청년실업, 전세난과 위기의 집값 , 사교육 전쟁. 하루하루를 전쟁처럼 보내는 보통 사람들. 힘든 세상 속에서 외줄 타듯 버티던 많은 이들이 제주로 떠나고 있다.

이승준과 연남동 덤앤더머도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아 제주도로 향한다. 수많은 이민자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이 도시괴담처럼 뒤엉켜있는 제주도. 떠난 이들의 진짜 삶은 어땠을까? 그곳은 정말, 약속의 땅일까? 

제주 로망주의보! 꿈만 갖고 오면 살 집도, 먹고 살 것도 없다? 

제주살이의 가장 큰 로망 중 하나는 푸른 바닷가 앞 예쁜 시골집에서 살아보는 것.

그런 돌집에 대한 기대를 품고 살집을 찾아 나선 이승준.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130년 된 농가 주택이다. 주택구매비 1억에 리모델링비 1억! 서울 전셋집 가격으로 꿈의 집을 지을 수 있었다는 제주 이민자. 그러나 이건 한참 예전 상황이다. 5년이 흐른 후 지금, 집값은 최소 다섯 배는 올랐다. 꿈에 그리던 제주의 농가주택의 가격이 이제는 도시의 집값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 신공항 발표하면서 집값이 많이 뛰었죠. 실제로 1000%가 넘게 뛴 경우가 있고, 800%도 있었고."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해 평균 천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는다.

아이러니한 것은 관광객이 넘쳐나도 제주사람들의 살림살이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관광 관련 산업만 반짝할 뿐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는 힘들다.

제주이민을 준비 중인 사회복지사 문현아 씨(31)는 몇 번의 면접 끝에 큰 고민에 빠졌다. 직장생활 7년차였던 그녀가 제주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는 많아야 170만 원 남짓. 서울과 비슷한 수준의 방값을 내고 나면 제주의 비싼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제주도에서 집을 얻고 먹고살려면 대체 뭘 해야 할까. 

건축 붐이 일고 있는 바닷가 마을 공사현장에 뛰어든 연남동 덤앤더머.

이렇게 벌어도 부족한 것은 노래를 불러 채우겠다는 결심이다. 월정리 해안가에서 목청을 높이며 노래하는 연남동 덤앤더머. 그들의 제주살이는 가능할까?

"몇 년 전만 해도 도시에서 온 초보들이 게스트하우스, 카페를 하면서 먹고살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실력 있는 프로들이 내려오는 시기 같아요…. 4, 5억씩 돈이 들어가니까…. 꿈만 갖고 내려오면 실패하는 거죠."
(제주이민 1세대 게스트하우스 주인) 

교육이민으로 제주도 땅값이 들썩이다

도시 이민자들과 중국 투자자가 몰려들며 솟구치고 있는 제주도의 부동산 가격! 

이 열풍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교육에 있다. 국제학교가 들어서며 대한민국 교육1번지 대치동만큼 핫한 동네가 된 제주. 맹모들이 국제학교 인근으로 모여들자 아파트 가격 또한 솟구치고 있다. 불과 1년 사이 집값은 평균 1억 원 이상 오른 상황. 국제학교 외에도 시설 좋고 커리큘럼 좋기로 소문난 시골 학교 주변에는 고급 타운하우스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교육으로 살린 마을, 신공항에 울다

교육을 위해 제주도행을 꿈꾸는 이들에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은 역시 집 문제.

폐교 위기에 있던 성산읍 수산리의 초등학교는 이 부분을 해결하며 마을과 학교를 살렸다. 학교를 살리는 것이 마을을 살리는 것이란 생각에 사비를 털어 마련한 임대주택 <쌍둥이 빌딩>. 아이와 함께 이주하는 이들을 위해 주변 시세의 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집을 빌려주자 도시의 젊은 부부들이 찾아왔고 학교도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제주 제2공항 부지로 선정되면서 주민들의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 극심한 비행기 소음으로 인해 살고 싶은 마을이 아닌, 떠나야 하는 마을이 된 것이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제주의 발전계획이, 이들에게는 마을의 존폐까지 걱정해야 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되었다.

제주 최고의 경제 호황기라 불리는 지금, 평범한 제주사람들은 개발붐을 경계한다. 땅값이 오르고 관광객은 넘쳐나지만 정작 우리 아이들은 살 수 없는 곳. 그것이 제주의 미래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공터가 있으면 '놀이터를 만들어요. 도서관을 만들어요'라고 얘기했어요. 지금은 '그런 땅이 있음 팔아서 돈을 만들어야지, 왜 그렇게 하니!'라고 말하죠. 상업화가 고조되었을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이곳의 아이들인 거 같아요."

떠나지 않고 삶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서

지친 퇴근길, 치열한 삶의 무게에 짓눌린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들은, 떠남을 꿈꾼다. 그러나 버티며 사는 삶이 아니라 즐기며 살 수 있는 삶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란 무엇일까. 

SBS스페셜 <제주별곡 - 오늘도 폭삭속았수다(수고하셨습니다)>에서는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이들, 그리고 그곳으로 떠남을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았다.

(SBS 뉴미디어부)               

[SBS스페셜]
▶ 떠남을 꿈꾸는 이들의 파라다이스 '제주'는 지금…
▶ 교육이민·유커 늘었지만…"평범하게 살기 힘들어"
▶ 개발붐 속 제주의 미래? "아이들 살 수 없는 곳"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