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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특수부 검사 출신들의 검은 공생

[취재파일] 특수부 검사 출신들의 검은 공생
 약 10년 전쯤 검찰을 출입할 당시만 해도 서울중앙지검의 거의 모든 층은 개방되어 있었다. 수 년 전부터는 청사 내부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돼 일일이 카드를 찍고 각 층을 올라가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스크린도어도 없었고 제지하는 사람 또한 없었다. 미리 전화를 하거나 그 마저 하지 않아도 시간만 맞으면 언제든 평검사는 물론 부장검사, 차장검사, 지검장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도 예외가 있었다. 당시 중앙지검에는 1ㆍ2ㆍ3부, 3개의 특수부가 있었는데 부장검사를 제외한 특수부 검사실은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철문을 연 뒤에야 특수부 검사실이 있는 복도로 들어갈 수 있었다. 평소에는 특수부 검사들을 만나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문은 더욱 굳게 닫혀 언론을 포함한 외부인사의 접근이 차단됐다. 철옹성처럼 굳혀 닫혀진 철문 안에서 수사로 검찰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모여 그 동안 대한민국을 흔들었던 많은 사건들을 수사해왔다. 당시 초년병 기자로서 특수부 출신 검사들을 만나보면 다른 검사보다 뭔가 다르게 보이기도 했고, 그들 나름의 사명감과 자존심으로 뭉쳐 있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이번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보면서 과연 그 때 내가 특수부 검사들을 제대로 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이것이 정말 그들 본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들 가운데에는 대한민국 검사 가운데에서도 이른바 '특수통'이라는 대단한 이력을 내세워 선임계도 내지 않고 전화 변론이나 하면서 수십 억원씩을 받은 이가 있는가 하면,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대신 이름만 걸어주는 특수부 출신 변호사가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건 수임이 불가능한 특수부 출신 선배 변호사에게 사건을 소개받은 뒤 수 억 원이나 되는 수임료의 절반을 돌려준 특수부 출신 변호사도 있다.

 이런 변호사의 기본원칙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검사 시절 과거 ‘누굴 구속시켰다’는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대한민국의 거악을 치겠다고 호언을 했다. 그 때를 생각하면 그 자리에 있던 내가 오히려 부끄러울 정도다. 그들이 특수부 검사로서 가졌던 사명감과 자존심이 결국 자신들의 탐욕으로 뒤엉킨 검은 공생으로 결론지어졌다는 것은 진정 실망스럽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검사나 판사나 옷 벗고 변호사가 되어봐야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하는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퇴근길에 보면 밤늦게까지 서울 시내의 검찰청사에 불이 켜져 있는 곳은 몇 군데 없다. 십중팔구 특수부(혹은 특수부 역할을 하는 형사부) 검사실이다. 저렇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특별히 돌아오는 것도 없고, 사건 관계자 등 주변에서의 험담도 적지 않을뿐더러 조금이라도 수사가 어그러지면 가차 없는 언론의 비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 특수부 검사들의 숙명이다. 하지만 그 곳에 속한 대부분의 검사들은 '거악이 편하게 잠들지 못하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매일 밤늦게까지 기록을 보고 증거를 찾으며 열심히 수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일어난 특수부 출신 검사들의 일련의 행태가 이런 일반적인 특수부 검사들의 진정성까지 의심케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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