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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비극…50년 고통에 황혼 남편·구순 부친 살해

팔순을 앞둔 A(76·여) 씨는 지난해 11월 4일 오후 술에 만취해 자신 앞에 고꾸라진 남편(75)을 보자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강원도 모 지역에 사는 A 씨는 남편(75)과 부부로 지내면서 술에 취해 욕설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남편의 폭력을 50년이나 견뎠습니다.

만취한 남편은 그날도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부축으로 겨우 귀가해 자신의 구두와 거실에 있던 모기약 통을 들고 A 씨를 때릴 듯이 위협했습니다.

A 씨는 남편에게서 구두와 모기약 통을 빼앗아 바닥에 던졌고, 술에 취해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남편은 거실에 쓰러졌습니다.

순간 50년간 쌓인 분노가 치밀어 오른 A 씨는 쓰러진 남편의 겨드랑이를 양손으로 잡고 작은 방으로 끌고 들어가 전기장판에 눕힌 뒤 남편의 얼굴을 강하게 할퀴었습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던 A씨의 눈에 방에 있던 목도리가 들어왔고, A씨는 질끈 눈을 감고 목도리 양쪽을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A 씨는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A 씨 자녀는 '아버지가 술에 취해 가정폭력을 행사한 무책임한 가장이었다'며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지난 3월 열린 1심에서 A 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생명을 빼앗은 중대한 결과가 초래된 만큼 실형이 불가피하다"며 "오랜 세월 남편의 주취 폭력 등으로 육체적·정신적 피해가 누적된 상황에서 벌어진 우발적 범행인 만큼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A 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원심과 같은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8일 오후 11시 강원도 모 지역에 사는 B(56) 씨는 술에 취해 귀가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어머니와 자신을 때리는 아버지(90)가 미웠던 B씨는 그날도 어머니와 다투는 아버지를 만류하다 아버지로부터 얼굴을 맞았습니다.

순간 격분한 B 씨는 아버지를 때려 넘어뜨린 뒤 목졸라 숨지게 했습니다.

범행 직후 B 씨는 112에 자수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아버지를 살해한 반인륜적인 범죄지만 상습적인 가정폭력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이뤄진 범행을 참작해 B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과 B 씨 모두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형을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며 "이를 침해한 범죄는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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