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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도박 크게 늘었다…"스마트폰 등의 영향"

20∼30대 도박 크게 늘었다…"스마트폰 등의 영향"
20대 중반인 대학생 A씨는 1년 가까이 상담치료센터를 다니며 인터넷 도박을 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가족 도움으로 그동안 꾸준히 상담을 받고 몇 개월 동안은 도박을 멈추기도 했으나 번번이 단도박(도박을 끊는 일) 문턱을 넘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도박에 손을 대기까지 시간이 부쩍 길어졌고 유혹에 다시 빠지더라도 '이러면 안 되는데…'라고 자각할 수 있어 언젠가 치유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원래 도박에 관심이 없던 A 씨는 휴학하고 군에 복무하던 때 처음 인터넷 도박에 빠졌다.

휴가를 나와 친구와 어울리는 데 돈이 필요했으나 군대 월급으로는 부족했다.

PC방을 찾아 불법 스포츠 토토 도박을 시작한 그는 10여만 원을 투자해 10배 가까이 돈을 불렸다.

첫 경험을 계기로 그다음 휴가 때부터 같은 현상이 되풀이됐다.

제대 후 복학하고 잠시 도박과 멀어졌으나 학교에 다니다 보니 돈이 필요했다.

다시 도박에 손을 대니 그 빈도가 예전보다 잦고 베팅 금액도 커졌다.

따기만 할 줄 알았으나 계속 잃게 되자 처음엔 친구한테 돈을 빌리기 시작한 것이 다음에는 부모, 이후에는 대부업체로까지 이어졌다.

수백만원 빚을 졌고 사정을 알게 된 부모가 대신 갚아줬다.

잠시 정신이 든 것만 같던 A씨는 부모에게 차마 다 얘기하지 못하고 남겨둔 일부 빚을 도박으로 돈을 벌어 마저 갚으려 했다가 또다시 악순환에 빠지고 말았다.

외국에 1년간 어학연수를 떠났지만 공부하기는커녕 현지에서 쓸 학원비를 모두 오락실에서 탕진했다.

마침내 그는 부모 손에 이끌려 지난해 7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센터를 찾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도박 늪에 다시 빠지지 않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고 자격증 시험을 위해 머리를 싸매 공부했다.

그러나 자격증 시험에 간당간당한 점수로 떨어진 날 좌절해 결국 위안 삼아 다시 찾은 것은 인터넷 도박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재활을 위해 노력했기에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이내 그 상황을 딛고 일어섰으나 평생 단도박의 길을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A씨처럼 도박에 빠져드는 20∼30대나 학생 수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4년 일반인 2만명을 상대로 한 사행산업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도박 유병률(중독률)은 20대 4.2%, 30대 6.8%로 40대(6.5%)나 50대(6.2%) 못지않다.

도박 경험자 가운데 20대는 56.7%가 20대에 처음 도박을 했다고 응답했다.

30대는 62.5%가 20대에 도박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때 도박을 처음 경험했다는 응답자 가운데 57.8%는 당시 학생이었다.

이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구센터가 조사한 최근 자료와 내용 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다.

대구센터가 개소 직후인 2014년 12월부터 이달 초까지 이용자 496명을 분석한 결과 20대 37.1%, 30대 36.5%로 20∼30대가 전체의 73.6%를 차지했다.

이용자 직업은 무응답(18.3%)과 무직(16.9%)을 빼면 학생이 13.7%로 가장 많다.

불법 사행산업 도박 유형으로는 스포츠 46.1%와 기타 게임 15.9%로 인터넷이 60% 이상이다.

손실액은 1억∼3억원 미만이 25%로 가장 많고 500만 원 미만이 22.8%로 뒤를 이었다.

김난희 대구센터장은 "예전에는 도박이라고 하면 50∼60대 어른을 떠올리곤 하는데 지금은 도박하는 20∼30대가 많아지고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특징을 나타낸다"며 "스마트폰, 컴퓨터 등 IT 기기로 도박하기 쉽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심리, 여가나 인간관계 부재 등도 젊은 층이 도박하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청소년도 손쉽게 도박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돼 있는 만큼 교육 등으로 적극적인 예방과 치유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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