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화장실 앞에 자리 놓고 "직원들 선택이었다"

[취재파일] 화장실 앞에 자리 놓고 "직원들 선택이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된 직원들이 7개월의 싸움 끝에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복직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그렇게 회사로 돌아온 첫 날, 근무 장소는 화장실 앞이었습니다. 복직한 직원들이 노동청에 신고해 '화장실 앞 근무'는 하루 만에 끝났습니다. 하지만 이 직원들은 여전히 회사로부터 차별을 당하고 정상적인 근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22일 8시 뉴스를 통해 보도한 내용입니다. 보도 후 여론의 거센 비난이 있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업체인 휴스틸에 대한 근로감독에 착수했습니다.

보도 후 휴스틸 측은 "화장실 앞에서 근무를 시킨 것은 맞고 우리의 실수였다. 하지만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한 적은 없고 원직 복직 조치가 모두 이뤄졌다"라는 입장만 내놓을 뿐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자는 지난 18일 서울 대치동 신안그룹 빌딩 14층에 위치한 휴스틸 사무실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기획재무 이사, 인사총무팀장, 인사부장, 회사 측 변호사와 동석한 자리에서 1시간 동안 회사의 입장을 들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는 SBS 취재진의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영상으로는 담을 수 없었지만, 당시 들었던 이야기를 좀 더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 "화장실 앞 근무는 본인들의 선택…콘센트 사용이 편리한 자리 찾아간 것"

3명의 직원들이 복직한 날은 4월29일입니다. 이중 부장급 남자 직원과 과장급 여자 직원이 각각 14층, 15층 화장실 앞과 옆에 놓인 책상에서 근무했습니다. 나머지 과장급 남자 직원 한명은 화장실 근무를 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일했습니다. 기준은 회사가 요구하는 '근무 수칙'에 서명을 했는지 여부입니다. 서명을 한 과장급 남자 직원만 사무실 안에서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이 근무 수칙에는 ▶회사의 경영상 필요에 의한 전보발령 시 이에 응해야 한다  ▶지정된 대기근무장소에서 이탈할 경우 관리자에게 사전 승인을 구해야 한다는 등의 20가지 조항이 적혀있습니다. 서명을 거부한 직원들은 "다른 직원들에겐 요구하지 않는 근무수칙을 우리에게만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합니다.

회사 측도 이들이 근무수칙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사무실 안에 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책상을 사무실 밖에 놓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 앞에서 근무하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무실 밖에 책상을 놓긴 했지만 화장실 앞에 놓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회사 내에서 법무 업무를 맡고 있다는 부장과의 대화입니다.

기자) (근무수칙에) 사인을 안 하면 화장실 앞에서 근무해야 하나요?
부장) 화장실 앞에서 저희가 근무하라고 한 것은 아닙니다.
기자) 그럼 책상은 본인들이 갖다놓은 것인가요?
부장) 네
기자)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설명을 해주시죠.
부장) 저희도 왜 거기다 옮겨놨는지 잘 모르겠어요, 물어보질 않았으니까. 추측하기로는 (복도에) 나가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바로 화장실 앞에 있어요. 거기 외에는 없거든요. 저희는 책상을 로비 정문 앞에 놨었어요.
기자) 본인이 책상을 들고 간 건가요?
부장) 본인이 들고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이 시켰는 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쪽에 앉아 있는 건 본인이 선택한 거예요. 아마 사진 찍으려고 그러지 않았을까도 싶네요. 그 날 이후로는 그 자리에 있던 적이 없어요.
기자) 직원들이 노동청에 신고를 했고 노동청이 회사에 시정을 요구해서 그런거 아닌가요?
부장) 노동청에서 전화가 와서 '직무 부여 했느냐'라고 묻길래 '이러이러한 직무를 부여했다'라고 했고, '왜 사무실 밖에서 근무하게 했느냐'라고 묻길래 '비밀유지 서약서에 작성을 하지 않아서 작성할 때까진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더니 노동청에서도 '아 그럼 알겠다'하고 끝냈습니다.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하지만 회사 측은 SBS 보도 후 다른 언론에 밝힌 공식 입장에서는 "화장실 앞에 근무시킨 것은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본인들의 선택이었다', '콘센트 사용하려고 옮긴 것 같다'는 말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 "화장실 앞 근무는 하루 뿐…큰 틀에서 보라"

기획재무 담당 이사는 기자에게 "첫 출근할 때 일시적으로 그런 일(화장실 앞 근무)이 있었다는 건 저희도 인정합니다. 인정하는데 그것이 바로 시정이 됐습니다. 복직 이행 과정 중인데 큰 틀에서 보셔야지. 일시적으로 그랬던 일만 보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화장실 앞 근무는 하루 만에 시정됐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회사 측에게는 "겨우 하루"일지 몰라도 직접 그 일을 당해야 했던 직원들에게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시간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여자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사가 너무 잔인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내가 이런 회사를 다녔었던 게 맞나 굉장히 배신감이 들더라고요. 제가 그런 불편함을 느낌과 동시에 다른 직원들도 너무 불편해하고요. 그들도 저를 보지도 못하고 저도 그들을 대하기가 너무 힘들고 그랬어요. 회사가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는 것이죠. 그날, 평생 잊지 못하는 그런 날이 될 것 같아요."

근로기준법은 부당해고를 당한 사람들을 복직하게 해주고, 그 기간 동안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회사 측이 일정 기간 이상 판결에 따르지 않을 경우 벌금(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직한 이후 직원들에게 가해지는 비인권적인 행위를 바로잡거나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은 전혀 없습니다. 시정요구가 전부입니다. 가슴 깊이 남는 생채기까지 보듬어 주진 못한다는 말입니다.

휴스틸 복직자 3명에게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돌아오면 회사에서 사과를 할 줄 알았어요. 그 때의 해고는 잘못된 일이었고 미안했다고요. 하지만 한 달 동안 그런 말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대표 얼굴을 본 적도 없어요. 하루에도 몇 번 씩 그만두고 싶지만 이대로는 억울해서 나갈 수가 없어요. 우린 잘못한 것이 없잖아요."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