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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영남 '대작' 의혹…'송기창'씨가 방송 인터뷰 나선 까닭은…

[취재파일] 조영남 '대작' 의혹…'송기창'씨가 방송 인터뷰 나선 까닭은…
초조하고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지난 23일, SBS 보도국에서 만난 송기창 화백은 얼굴이 까칠했다. 인터뷰는 두 시간 가까이 이뤄졌는데, 송씨는 무엇보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부풀려 퍼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SBS와 인터뷰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조각을 주로 하는 작가로 활동하던 송기창씨는 2008년 갑자기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9년, 전부터 알고 지내던 조영남씨를 찾아가 만났다고 한다. 그리고 이 즈음, 조영남씨의 집에서 그림에 대해 "형 그림이 아닌데?"라고 건넨 농담이, 송씨가 조씨의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됐다.

"(조영남씨 집에) 놀러갔다가 학생 작품 같은 게 있어서 '형 그림이 아닌데' 그런 식으로 농담 반 하면서, '미대생 불러다 가끔 써 파트타임으로' 그렇게 얘기를 했고요. 그래서 '니가 좀 그려올래?' 그렇게 시작이 된 거죠."

처음엔 한 두 점을 크기를 키워 그리는 걸로 시작했고, 2010년엔 조영남씨의 집에서 한 달 반 정도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고 송씨는 말했다. 요구 사항은 조영남씨가 직접 얘기할 때도 있었고, 매니저가 연락을 해올 때도 있었다고 한다.

"화투는 단순하기 때문에 설명이 필요 없었던 거죠. 오광을 그려라 그러면 오광이 이미 나와 있지 않습니까… 그 다음에 이제 손에서 벗어나면 그 형이(조영남씨가) 색칠을 하고 디자인을 넣고 그랬던 거죠."

송씨가 주로 작업한 부분은 방송 인터뷰에도 나갔듯이, '어려운 것, 디테일이나 화투'를 세심하게 그리는 것이었고, 그리다 보면 눈이 아팠다고 송씨는 말했다. 그런데 작품 수에 있어서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한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2백점 정도라고 말한 것이 '2~3백점'으로 불어났다고 말했다.
송씨는 무엇보다 자신이 '돈'이나 '인격적 모욕감' 때문에 앙심을 품은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저를 '삼류 작가야'라고 소개를 해요. 그럼 웃어요. 그런 거 다 이해할 수 있다고요. 형이니까. 작가들한테는 모독으로 느낄 수도 있었겠죠. 그런데 형하고 나하고는 친분 관계였으니까 그럴 수 있을 것 아닙니까."

그리고, 돈 부분도 자신은 돈이 있으면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며, 돈을 얼마 받겠다 논의한 적이 없고 조씨가 알아서 줬다고 말했다. 이따금 백만 원씩 뭉칫돈을 줄 때도 있었다고. 그러다 점차 한 점당 10만 원 정도로 굳어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려서 넘겨준 그림들이 팔리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월세 20만 원을 주고 살고 있는 집 주인이 자신의 작업 모습을 보고, '이거 조영남 그림 아니냐'고 했을 때도 송씨는 이 일이 이렇게 큰 파장을 몰고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언론의 취재가 시작됐을 때 송씨는 당황스러워 조영남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조씨는 '조수라고 말하면 된다'고 했다고 한다. 송씨는 그러면 되나보다 싶어 조수라고 말했다. "내가 왜 거짓말을 해요. 형 바빠서 도와주는 거예요. 그 정도 얘기했어요."

그 뒤의 일은 지금 우리 모두가 아는 대로다.  검찰 수사와 엄청난 사회적 논란. "원치 않은 일이 벌어져서 지금 저는 만신창이에요. 형 생각하면 만신창이가 돼서 죽고 싶은 심정이지만, 어머니도 계시고 형도 있어서. 오늘 같은 경우는 형이 병원에 누웠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듣고서 형과 내 관계가 이렇게 와전될지 생각도 못했고… "
 
● 송씨는 자신의 참여를 '대작'이라고 생각할까?

이번 조영남씨 논란은 일명 '대작'사건으로 불린다. 대신 작품을 만들었다는 얘기인데, 실제 대작인지 아닌지는 사실 관계가 명확히 밝혀져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송씨 본인은 자신이 '대작'을 했다고 생각할까, 아니면 '조수가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할까. 송씨는 아이디어는 조영남씨의 것이고, 자신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걸 판매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저를 아는 지인이 얘기를 해요. '네가 그린 그림 저기서 팔고 있네'라고.  저는 선물하는 줄로만 알았어요." 

송기창씨는 자신이 그린 비슷비슷한 크기만 다른 그림들이 값을 받고 팔린다는 사실 자체를 의아해했다. "똑 같은 그림이 또 있고 또 있고 그러는 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내가 이거 갖고 있는데 옆집에서 똑 같은 거 갖고 있네. 값어치가 떨어지는 거죠. 이게 가치 있는 그림이 될 수 없는 거예요. 난 가격을 논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지만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취재가 시작됐다는 송씨의 전화에 조영남씨가 '조수라고 말하면 된다'고 예사롭게 말한 건, 그가 '조수'를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테다. 조영남씨는 자신의 해명대로 이를 '관행'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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