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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짧은 가방끈' 콤플렉스 악용한 가짜 대학

그런가 하면 평생 배우지 못한 설움을 가슴으로 삭이며 살아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기를 친 남성이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교육부에 등록도 하지 않은 가짜 대학을 만들어 놓고 짧은 시간 내에 학위를 딸 수 있다고 현혹했는데요, 대신 학사는 최대 1천만 원, 석사는 1천2백만 원, 박사는 1천5백만 원 이런 식으로 돈만 내면 된다고 속였습니다.

심지어 시간이 없는 바쁜 학생들을 위해서는 학사와 석사, 또는 석사와 박사를 합친 패키지 과정도 있다고 소개했는데, 피해자들이 보기에도 수상한 구석은 많았지만, 정식 과정을 밟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몰라서 믿었거나, 학위를 발급받지 못하게 될까 봐 제대로 따지지도 못하고 당했습니다. 전병남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지난 2012년 64살 김 모 씨는 일가족의 이름으로 대학을 세웠습니다. 본교는 사이판에, 한국에는 분교를 설립한 형식이었습니다. 총장은 자기 자신이었고, 전처와 자녀 등 6명이 이사진이었습니다.

캠퍼스는 없고 온라인에서 강의를 하는 사이버 대학의 형태였는데 전공은 140여 개나 됐고 교수진도 90명이나 뽑아 홈페이지에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물론 나중에 알고 보니 그중 절반은 자신이 이 학교의 교수로 올라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학생들을 모집해 종합대학과 대학원을 운영해 왔는데요, 당국의 인가조차 받지 않은 학교라 여기서 주는 학위증은 전혀 효력이 없는 쓸모없는 종잇조각에 불과했습니다.

[김석 경위/노원경찰서 지능수사팀 : 외국에 대학이 등록돼 있다 할지라도, 국내에서 대학 과정을 진행하려면 교육부에 대학 인가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런데도 김 씨는 자신의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면 국내는 물론 세계 어느 대학으로든 편입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학생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실제로 무속인부터 승려, 어린이집 원장, 그리고 현역 군 장교까지 150여 명이나 줄줄이 입학 신청서를 냈습니다.

평균 연령 50대 이상의 만학도들이었는데 등록금 외에도 교재비와 논문 작성비, 학위 수여식비 등의 갖은 명목으로 돈을 챙겨가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68명에 피해 금액은 4억 원이 넘습니다.

그리고 이 돈의 대부분은 학교의 사무총장을 맡은 전처의 통장으로 흘러들어 간 뒤 현금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나 하나둘 일반 대학에 편입학을 의뢰했다가 거절당하는 졸업생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지난 23일, 김 씨의 학위장사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김 씨의 사기극은 고등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박사학위를 내어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허술했지만, 그 대상은 주로 짧은 가방끈이 늘 약점이었던, 학벌에 대한 컴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었기에 피해자들은 쉽게 속아 넘어갔습니다.

[신 모 씨 (61)/피해자 : 뭐라도 좀 배우면 내가 늙어서 직업으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으로 나는 책을 들여다봤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제자를 이렇게 피해를 주고, 그런데도 박사학위 받으려고 총장님(김 씨)이 어떤 부당한 행위를 해도 참았어요. 참았는데, 이건 아닌 거예요.]

자신을 계속 박사라고 소개한 피의자 김 씨의 박사학위도 본인이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수여한 학위였습니다.

그는 불구속 상태여서 아직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종로에 있는 사무실을 열어두고 있다는데요, 혐의가 확정되기까지 앞으로 몇 년의 시간 동안 추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랍니다.

▶ [취재파일] "박사학위? 1천5백만 원만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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