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주차된 차 들이받고 도망갔는데…처벌 못 하는 법

<앵커>

주차장이나 길가에 차를 세워놨는데 다른 차가 이렇게 들이받고 도망쳤다면 속상하겠죠. 주변의 CCTV나 블랙박스를 뒤져서 간신히 가해자를 찾아내 신고를 해도 보험처리 받는 것 말고는 가해자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고 합니다.

마땅한 처벌 규정이 없는 도로교통법의 맹점을 조기호 기자가 생생 리포트에서 짚어 드립니다.

<기자>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여성과 남성이 차례로 내리더니 옆의 차를 이리저리 살펴본 뒤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남성이 곧바로 다시 나와 차를 빼서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주차하다가 남의 차를 긁고 달아나는 겁니다.

[차량 사고 피해자 : 제 전화번호가 차량 위에 있는데 그쪽으로 연락 온 것도 없고 하니까 '이건 뺑소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피해 차량 운전자는 괘씸한 생각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가해 운전자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승귀/서울 서초경찰서 교통사고 조사관 :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하고 싶어 했는데 현실적으로 사고가 경미해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왔습니다.]

현행 도로교통법을 보면 주정차된 차량을 들이받았을 때, 다른 차들의 2차 사고를 유발할 정도로 파편이 떨어졌는데도 별다른 조치 없이 도주하면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차량에 손상을 가하고 달아나더라도 파편만 떨어지지 않았다면 형사적 책임은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가해 차량 운전자가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기도 안산의 한 골목길입니다.

후진하던 화물차가 길가에 세워놓은 차량을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납니다.

차량 뒷문이 움푹 팰 정도의 사고였고, 수소문 끝에 가해운전자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오히려 자기도 피해를 봤다며 보험처리를 요구했습니다.

[신중수/차량 파손 피해자 : 후진하다 급브레이크를 밟느라 몸이 아프다, 자기도 치료를 받아야 하니까 보험 처리를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사고를 당한 건데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한문철/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지금의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는 사고를 내고도 남이 안 보면 그냥 도망가도 된다, 도망가라, 이렇게 조장시키는 이상한 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의 차를 들이받고 도주한 행위는 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법으로 명시해야 불필요한 다툼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장현지, VJ : 김종갑, CG : 서승현)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