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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강 맨부커상…한국문학의 미래는?

[월드리포트] 한강 맨부커상…한국문학의 미래는?
파리특파원으로 온지 열흘 정도 지난 16일, 보도국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런던에서 오늘(19일) 저녁 맨부커상 발표가 있는데, 한국 작가의 수상 가능성이 있으니 출장을 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 맨부커상이 뭐지? 솔직히 창피한 얘기지만 저에겐 생소한 상이었고, 검색을 하고나서야 세계 3대문학상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부랴부랴 도착한 맨부커 인터내셔날 상 시상식이 열리는 런던 빅토리아앤 앨버트 박물관에는 최종 후보에 오른 여러나라의 작가와 관계자들로 가득했고, 모두 9시 30분에 발표되는 수상 순간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초 맨부커상은 영국과 영연방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이었는데, 2005년부터 인터내셔널 부문이 생기면서, 영어로 번역돼 영국에서 출간된 단행본 소설을 대상으로 시상이 이뤄져 왔습니다.

특히 올해 최종후보에 오른 6명의 면면을 보면 맨부커상의 권위를 엿볼수 있는데, 터키 노벨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 앙골라의 호세 에두아르도 아구아루사, 중국의 옌렌커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입니다. 

물론 소설가 한승원씨의 딸인 작가 한강도 1994년 문단에 데뷔한 이후 다양한 장르의 소설과 시집을 내면서 활발한 활동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 한강의 수상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많았습니다.

드디어 발표시간, 심사위원장이 최종후보 6명과 작품에 대한 소개가 끝내고, 조용히 탁자 밑에서 책을 한권 꺼내 들었습니다.

"The Vegetarian by Hangang"

마이크로 수상내용을 녹음하던 저도 순간 '까악'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세계적인 문학가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연단에 오른 한강은 감정에 복받쳐 약간은 잠긴 목소리로 차분하게 수상 소감을 이어갔습니다. 이어서 한강 만큼 감격해 한 '채식주의자'의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의 수상소감이 있었습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특징중 하나인데, 소설가와 번역가를 동등하게 수상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금 5만 파운드도 정확하게 두명이 나눠 갖게 됩니다.

한강의 소설을 미묘한 느낌까지 살려가며 번역한 29살의 데버러 스미스는 21살 때부터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런던대에서 한국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번 수상에 큰 역할을 한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를 보면서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을 위해서는 번역가에 대한 지원, 발굴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수 있었습니다.
한강은 수상소감에서 좋은 번역자와 좋은 편집자를 만나서 굉장히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될 거라며 자신감을 나타냈습니다. 

현장에서 인터뷰한 영국 가디언의 출판 부문 편집장도 한강이 정말정말 대단한 상을 받았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한강의 작품은 우리가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을 말하고 있고, 앞으로 너무 기대되는 작가라고 평가했습니다. 

수상 발표시간이 한국의 아침뉴스 시간과 거의 동시에 이뤄져, 이리 저리 뛰어다니면서 가까스로 한강의 수상소감까지 뉴스에 반영했습니다. 자정을 넘긴 시간, 조금은 지쳐서 시상식장을 나섰지만 머지않아 노벨문학상이나 공쿠르상 시상식 취재를 할 수 있겠다는 기분좋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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