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면은 어디까지나 선고된 형벌을 면해주는 것일 뿐이다. 전 씨가 저지른 5.18 학살, 즉 내란 목적 살인죄 등 대법원에서 인정된 그의 죄는 그대로다. 법적으로 범죄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유죄를 선고한 법적 판단은 유효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 씨는 '전직 대통령 예우법(이하 예우법)'에 따른 예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전 씨의 대통령 재임의 원천 무효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지만, 그가 더 이상 예우대상이 아니라는 건 명백하다. 그러나 국민 세금은 여전히 전 씨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예우법상 "예우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필요한 기간의 경호와 경비는 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국적을 상실하든, 탄핵을 당하든, 외국에 망명하든 '경호와 경비'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조항의 마지막 구절인 '할 수 있다'는 건 '해야 된다'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경호를 중단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논란 속에 경찰청은 예외조항을 근거로 계속 경호를 하고 있다. 전 씨가 2천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미납하고, 지방세 양도세 등 세금을 체납하고 있을 때도 경호는 이뤄졌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물론 위해를 당할 우려가 있어 전 씨 경호가 필요할 수 있다. 또 전두환 씨가 아닌 그가 지닌 국가기밀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최소한의 경호는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발생하게 된 배경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연된 진상규명과 부족한 단죄, 결국 부정의(不正義)가 바탕이 돼 현재가 만들어지면서 부정의를 교정하는 비용이 많이 들게 된 상황이 됐다"며 "전 씨가 사면받지 않고 계속 수감돼 있었다면 애당초 이런 문제조차 생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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