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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살인자 경호비 6.7억 VS 피해자 보상비 5천2백만 원

5.18 시민 학살 주범인 전두환 씨는 뒤늦게 법정에 섰다. 1997년 4월 17일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가 확정됐지만, 전 씨는 그해 12월 22일 사면을 받았다. 확정 판결 250일 만이다. ‘1980년 5월 광주의 진실’이 법원에서 사실로 인정되기까지 6,179일, 17년이 걸렸지만, 전 씨가 사면받기까진 9개월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용민 변호사는 “지연된 정의가 왜곡된 정의가 됐고, 성급한 사면이 또 다른 왜곡의 시작이 됐다”고 지적했다. 5.18 왜곡세력은 전 씨가 사면을 받자 "전두환 씨는 정치적 피해자였다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호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면은 어디까지나 선고된 형벌을 면해주는 것일 뿐이다. 전 씨가 저지른 5.18 학살, 즉 내란 목적 살인죄 등 대법원에서 인정된 그의 죄는 그대로다. 법적으로 범죄행위는 사라지지 않고, 유죄를 선고한 법적 판단은 유효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전 씨는 '전직 대통령 예우법(이하 예우법)'에 따른 예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해당 법 7조는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은 연금, 치료, 사무실 제공 등 예우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돼 있다. 전 씨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이후 연금 지급도, 비서관 지원 등 다른 전직 대통령에게 지급되는 혜택이 중단됐다. 물론, 전 씨가 내란으로 권력을 장악했고, 민주적 정당성,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은 간선제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대통령 행위 자체를 무효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애당초 대통령 예우대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전 씨의 대통령 재임의 원천 무효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지만, 그가 더 이상 예우대상이 아니라는 건 명백하다. 그러나 국민 세금은 여전히 전 씨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예우법상 "예우 대상에서 제외되더라도 필요한 기간의 경호와 경비는 할 수 있다"는 규정 때문이다. 국적을 상실하든, 탄핵을 당하든, 외국에 망명하든 '경호와 경비'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조항의 마지막 구절인 '할 수 있다'는 건 '해야 된다'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경호를 중단해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논란 속에 경찰청은 예외조항을 근거로 계속 경호를 하고 있다. 전 씨가 2천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미납하고, 지방세 양도세 등 세금을 체납하고 있을 때도 경호는 이뤄졌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두환 씨 경호에 사용된 비용은 6억5,990만원이다. 경호대 경찰관, 의경, 시설 유지비, 차량유지비 등이 포함된 액수다. 올해 4월까지 2억3485만원이 사용되는 등 2011년부터 5년간 평균 6억 7천만 원의 세금이 매년 전 씨 경호비로 쓰였다. 반면,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들이 국가로부터 받은 평균 보상비는 5천 2백60만 원. 13배 규모의 세금이 매년 가해자인 전두환 씨에게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민변 소속 김용민 변호사는 "피해자의 고통은 대물림되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 정의에 부합되지 않는 것"이라며 "경호가 필요하다면 전 씨 사비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위해를 당할 우려가 있어 전 씨 경호가 필요할 수 있다. 또 전두환 씨가 아닌 그가 지닌 국가기밀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최소한의 경호는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발생하게 된 배경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연된 진상규명과 부족한 단죄, 결국 부정의(不正義)가 바탕이 돼 현재가 만들어지면서 부정의를 교정하는 비용이 많이 들게 된 상황이 됐다"며 "전 씨가 사면받지 않고 계속 수감돼 있었다면 애당초 이런 문제조차 생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 [마부작침] 5.18항쟁③ 전두환과 '불의(不義)'의 고착화…왜곡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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