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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힘'…한국어 독학 20대 英여성, 한강 맨부커상 견인

'번역의 힘'…한국어 독학 20대 英여성, 한강 맨부커상 견인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은 영국인 번역가 데버러 스미스(29)와 나란히 시상대에 섰습니다.

스미스는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번역가로, 권위 있는 문학상의 영예와 상금 5만 파운드(약 8천600만원)를 나눠 갖게 됩니다.

맨부커상은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번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작가와 번역가에게 공동으로 수여됩니다.

스미스는 심사위원장 보이드 턴킨으로부터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독창적"이라는 평을 들은 '채식주의자'를 번역하면서 문학적 뉘앙스를 잘 살려 작품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BBC 방송, 일간 텔레그래프 등 영국의 주요 언론은 질 높은 번역을 한 스미스가 불과 6년 전인 2010년 한국어를 독학으로 시작했고 첫 번역을 '한 낱말 건너 한 낱말씩' 사전을 뒤져 가며 했던 번역가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스미스는 21세까지 오직 모국어인 영어만 할 줄 알았던 영문학도였고,한국과 별다른 인연도 없는 "한국인을 한 명도 만난 적 없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영문학 학위를 마치고 나서 번역가가 되기로 결심했을 때 "이상하지만 한국어가 확실한 선택인 것 같았다. 이 나라에서 공부하거나 아는 사람이 사실상 거의 없는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년가량 공부하고 나서 첫 번역 때는 "사실상 단어를 하나 걸러 하나씩 찾아봐야 했던, 끔찍한"실력이었지만 1년가량 지나 영국 유명 출판사 포르토벨로가 출간하기에 적합한 책이 있는지 문의했을 때 다시 번역을 시도했습니다.

결국 그는 안도현의 '연어',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 '서울의 낮은 언덕들', 한강의 '소년이 온다' 같은 동시대 한국 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하는 번역가가 됐습니다.

특히 스미스는 소셜미디어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자신에게 '채식주의자'는 전문번역가로 길을 열어준 '결정적 기회'(big break)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고 매료된 그가 번역본 일부를 포르토벨로에 보내 출간이 이뤄진 것이 영국에 한강의 이름을 알린 계기가 됐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화입니다.

턴킨 심사위원장은 '채식주의자'를 가리켜 "이 치밀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책은 독자들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며 꿈에까지 나올 수 있다"며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은 스미스의 번역은 매 순간 아름다움과 공포가 묘하게 섞인 이 작품과 잘 어울린다"고 평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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