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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48년 은둔한 탈옥수, '귀' 때문에 덜미

이번엔 눈이 아니라 귀 이야기인데요, 사람의 얼굴 중에서 귀는 나이가 늘어도 그 모양이 변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왼쪽과 오른쪽 사진을 비교해봐도, 한쪽은 20대의 건장한 청년이고 오른쪽은 70대의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지만, 자세히 보시면 귀가 똑같죠.

최근 미 연방 보안관도 바로 이 점에 주목해 수십 년간 숨어 지내던 탈옥수를 붙잡았습니다. 박병일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1968년 8월 22일 로버트 고든 스태코비츠라는 남성이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교도소를 탈옥했습니다. 17건이나 되는 강도 혐의로 수감 돼 있었는데 2년 반만 지낸 뒤 작업장에서 일하던 중 교도관의 방심을 틈타 빠져나온 겁니다.

그는 용케도 비행기까지 타고 교도소로부터 1천6백 km나 떨어진 코네티컷 주의 작은 마을까지 도망쳐왔는데요, 그때부터 무려 48년 동안이나 다른 이름을 사용하며 아무에게도 신분이 발각되지 않은 채 완벽한 은둔 생활을 해 왔습니다.

인구가 3천6백 명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보트를 수선하는 조그만 사업을 하며 크게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지낸 겁니다.

이웃 주민들도 그에 대해서는 잘 몰랐고 그가 엄청난 비밀을 간직했으리라고는 더욱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았고 차분하고 친절한 성격이라 그저 동네 음식점에서 미트볼 음식을 즐기는 평범한 노인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다 실체가 발각된 건 경찰 도주자 체포 전담팀의 무서운 직감과 눈썰미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운전면허를 갱신하면서 사진을 찍었는데, 과거 1966년 첫 범죄를 저질렀을 당시 경찰서에서 찍은 사진 속 얼굴과 매우 유사했던 겁니다. 진한 눈과 한쪽이 약간 올라간 코도 닮았지만, 귀의 모양새는 경찰의 눈을 속일 수 없었습니다.

[로버트 스태코비츠/48년 전 탈옥 : 남자 2명을 알게 됐는데, 집을 털자고 하더라고요. 자기들은 차가 없으니까 나더러 운전하라고… 제 평생 가장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그건 분명해요.]

지난 5일 마침내 경찰관들이 그의 집 문을 두드렸을 때 그는 정중히 경찰들을 집으로 들어오라고 한 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며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고 합니다.

인근 식료품점 주인은 그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 들르곤 했는데 꼭 미리 전화를 하고 왔다고 증언했다는데요, 23살에 교도소를 탈출해 71살에 다시 잡힐 때까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았을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월드리포트] 48년간 은둔해 온 탈옥수…'귀' 때문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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