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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도쿄대 축제 '미녀'보다 눈에 띈 것은?

[월드리포트] 日 도쿄대 축제 '미녀'보다 눈에 띈 것은?
지난 일요일(15일) 일본 최고 명문대인 도쿄대의 '5월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쉬는 날에 유치원 다니는 딸을 데리고 놀러갈 곳을 찾다가 지난주 취재했던 '도쿄대 여대생 기내 동반 서비스' 리포트가 생각난 겁니다. 리포트는 여기  [클릭].

해당 서비스에 참여하려고 했던 도쿄대 여대생들은 이른바 '동대 미녀 도감' 사진집에 나온 여학생들이었습니다. 바로 그 동대미녀도감 2016년도판이 '5월 축제' 기간 중 판매되고 해서 더욱 관심이 갔습니다.
도쿄대 5월 축제 천막부스들
오전 10시 도쿄대 홍고 캠퍼스에 도착해보니 벌써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도쿄대 학생들과 다른 학교 학생들, 동네 주민 가족들, 도쿄대를 목표로 하는 중고생들, 일반 관광객과 연인들까지 정말 사람이 많았습니다. 연간 방문객이 17만 명 정도라고 합니다. 위 사진에는 좀 적게 나왔네요. 

일본 최고 사립대라는 게이오 대학과 와세다 대학 축제도 가봤는데요, 역시 도쿄대의 축제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일본 대학축제는 저렇게 각 학과별, 동아리별로 천막부스를 만들어 연구 내용을 설명하고, 각종 먹을 거리를 팝니다. 술은 맥주 정도가 허용됩니다. 

아침에 도착했는데 '모닝 맥주, 어떠세요?'하며 권하더군요. 먹을 거리는 꼬치구이, 오코노미야, 소바, 핫도그, 솜사탕 등 다양합니다. 저는 공학부 건물 앞에서 우주인용 초코렛 케이크를 샀습니다. 마른 고체형 과자였는데, 저희 딸은 안 먹더군요.
우주인 초콜릿 케이크
손가락 두 개 크기 650엔
공학8관 건물 안에 들어가니 각 연구실마다 문을 열어놓고, 관람객들을 맞고 있었습니다. 각 연구실 소속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관람객들에게 연구 내용을 친절히 설명해줍니다. 초등학생들은 수첩에 설명 내용을 열심히 적더군요. 중고등학생도 많았습니다. 인공위성에 쓰이는 초박막 소재를 연신 만져보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공학관 건물 내 각 연구실 개방
대학생 대학원생들이 연구내용 설명
아래 사진의 항공우주공학과에선 비행기 착륙 시뮬레이션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모의 비행기 조정간을 잡고, 대형 모니터를 보면서 가상 비행기를 활주로에 착륙시키는 겁니다. 실제 연구에 사용되는 기기라고 합니다. 다른 연구실에선 해당 학과를 졸업한 40, 50대 선배가 와서 후배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물어보기도 합니다.

이렇게 연구실들을 돌아보다 보면 요즘 도쿄대에서 어떤 연구들이 이뤄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복도에 붙은 A4용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정체학을 아시나요? 저희는 정체 현상을 연구합니다. 더 재미있는 내용은 000호실로…' 대형 강의실에선 시간대별로 교수나 외부 초청강사들의 강연도 이뤄집니다.
항공우주공학과 비행 시뮬레이션 기기
야외 광장에서는 재미있는 공연들이 펼쳐졌습니다. 맨 위 대표 사진의 하와이 전통춤 공연이 대표적입니다. 5, 6개 팀이 나와 춤을 추었습니다. 모두 대학생들입니다. 도쿄대뿐 아니라 여러 대학 팀이 참가를 한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찍은 동영상으로 보시죠. 손각대(손으로 잡고 촬영)입니다.
 

▶ 해당 영상 보러 가기

게이오대학의 경우 치어리딩(응원무용) 공연이 있었습니다. 공부도 열심, 동아리 활동도 열심입니다. 일본 대학의 경우 축제기간에 도서관도 휴관을 합니다.
2014년 게이오대학 축제 치어리딩 공연
우리 대학 축제와는 다른 분위깁니다. 수백만 원을 주고 아이돌 가수를 부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취업을 위한 공부를 하고, 일부 학생들만 축제를 준비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모습이 가능한 이유는 일본 기업들 덕분입니다.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을 '스펙'만으로 뽑지 않습니다. '신입사원은 사내에서 키워서 쓴다'는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스펙이 다소 부족해도 그 사람의 열정과 실패 극복 경험, 조직 융화 능력 등을 먼저 봅니다. 면접에서 대학축제 때의 경험을 물어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심지어 레슬링 동아리도 인기입니다. 각 대학 축제에서 최고 인기 공연 중 하나 입니다. 
게이오대학 축제 레슬링 공연
위 사진은 게이오대이지만, 도쿄대 학생들도 비슷한 링을 만들어 연습합니다. 공연이 오후라서 사진은 안 찍었습니다. 이제 슬슬 '동대미녀도감'을 사러 가야 합니다. 동대미녀도감을 파는 부스를 어렵게 찾았습니다.
동대미녀도감 출연자가 직접 도감 판매
부스를 촬영하려면 '5월 축제 위원회'로부터 사전에 '허가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서 제가 찍은 사진은 저 사진 한 장뿐입니다. 84P짜리 '동대미녀도감' 사진집은 1,500엔, 손바닥 크기의 달력 12장 세트는 1,000엔, 특정 학생의 큰 포스터는 500엔입니다. 테이블에 앉아서 상품을 파는 여학생이 바로 2016년판에 출연한 학생입니다. 

구매하는 사람들은 역시 모두 남자였습니다. (제가 여성 구매자를 못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동대미녀도감에 수록된 학생들은 '비공식 서클'처럼 서로 연락을 하고 지낸다고 합니다. 그리고, 게이오 등 다른 대학에도 비슷한 모임이 있고, 사진집도 소규모로 판매가 됩니다.

'도쿄대 여대생 동반 서비스'에 참여했던 여학생을 안다는 한 학생은 "별다른 생각없이 참가를 했을 것이다. 여행사가 말하는 좋은 의미만 듣고 참가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도 10, 20대 여학생들을 어떻게든 상품화하는 일본 특유의 문화는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건축학과에서 선보인 목조 휴게소
한참 돌아다니고 나니 피곤합니다. 건축학과 학생들이 만들어놓은 목조 휴게소에 앉았습니다. 딸과 한국말로 나누니 옆자리의 일본여성 세 분이 말을 걸어옵니다. 모두 도쿄대생 학부모들이라고 합니다. 자신도 아이가 중학교 때 도쿄대 5월 축제에 데려왔다고 합니다.

"한국 학생들 영어 엄청 잘하죠? 일본 대학들은 한국 대학들의 국제화 노력을 배워야 해요." "도쿄대에서 요즘 뜨는 학과는 농학부예요. 바이오 생명 공학 등이 모두 농학부에 소속돼 있거든요." "게이오, 와세다 등 사립대 학생들은 명문대 간판 딴 뒤에는 공부 열심히 안 해요. 도쿄대는 다르죠." "올해 처음으로 도쿄대도 무시험 추천 합격자가 있었어요."

뜻밖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돌아왔습니다. 활기찬 축제의 모습과 달리 사실 도쿄대를 포함해 일본 대학들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세계 대학 랭킹에서 조금씩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립대들은 정부 지원 속에 이공계 분야에서 그럭저럭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사회과학 분야를 주도했던 사립대들이 국제화 부족으로 조금씩 뒤쳐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국 학생들은 스펙 과잉이 문제지만, 일본 학생들은 스펙 부족이 문제입니다. 

일본에서 15년째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미국인 교수는 제가 참석했던 한 세미나에서 "일본 대학 교육은 0점"이라고 혹평을 하더군요. 학생들의 창의성이나 도전정신 등을 키워주지 못한다는 이유였습니다. 축제 이야기로 시작한 일본 대학 이야기는 앞으로도 취재파일을 통해 좀 더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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