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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5·18 왜곡, '극우인사와 일베'의 분업 구조

[마부작침] 5·18 왜곡, '극우인사와 일베'의 분업 구조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의 인터넷 상의 5·18 항쟁 왜곡 실태를 분석한 결과, 왜곡 게시물의 대부분은 포털 내에 개설된 블로그나 카페가 아니라 별도 사이트에 올라온 글, 즉 웹 문서로 나타났다. 특히, 다른 사이트의 글을 공유해 게시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위 그래프는 게시글 공유 정도에 따른 사이트별 관계를 표현한 것이다. 화살표 방향은 사이트 간 글이 공유된 방향을 나타내고, 선의 굵기는 공유 빈도수에 비례한다. 이 결과를 보면 김대령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사이트와 지만원의 시스템클럽이라는 사이트의 글이 집중적으로 공유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인 사이트인 해당 사이트 글의 대부분은 운영자인 김대령과 지만원이 작성한 것으로, 주된 논지는 5·18에 북한 특수군이 개입했다는 것이다.

5·18 왜곡 담론이 지만원과 김대령이라는 인물에 의해 생산됐다면, 유통은 극우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저장소, 소위 ‘일베’를 통해 이뤄졌다. 광주 사람을 ‘홍어’라고 비하하거나 5·18 항쟁 당시 사망자가 관 속에 들어가 있는 사진을 두고 ‘시체놀이’ 등으로 비하해 물의를 일으켰던 ‘일베’다. 일베에서 ‘5·18 북한군 개입’ 게시글이 2012년 11월 30일 처음 등장한 이래, 2016년 5월 13일까지 809건이 게시됐다.

이는 해당 기간 동안 전체 웹 문서 게시글의 88.6%를 차지하는 것으로서 ‘북한군 개입설’이 일베를 통해 대부분 유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베 내에서 5·18을 폭동이라고 규정하는 내용의 게시글도 2012년 5월 처음 등장한 이래 5월 13일 현재까지 1,832건이 게시 됐는데, 이는 해당 기간 전체 웹 문서의 18.8%를 차지하는 수치다.

● 집단 극단화로 신념화 된 5·18왜곡

5·18 기념재단과 광주시를 중심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왜곡 대책위를 만들어 신고 센터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5·18 왜곡은 끊이지 않고 있다. 5·18 왜곡 담론 생산 및 유통자들은 ‘정부의 5.18 민주항쟁 결과 발표는 사실을 호도한 정치적 판단의 결과“라며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같은 보수인사라고 하더라도 “5·18에 북한군이 개입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거나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으로 끝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적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베 네티즌 5.18 묘지 참배(ⓒ연합뉴스)
단초는 있다. 지난 2014년 7월 11일, 5·18 항쟁을 폄하한 일베 회원 2명이 국립 5·18 묘지를 찾아 고개를 숙였다. 5·18 역사왜곡대책위가 일베에서 5·18 항쟁 폄하글을 주도적으로 올렸던 이들은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하자, 이들 회원 2명은 일베에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사과문을 올리고 5·18 묘지를 찾아 사죄한 것이다. 이렇게 5·18 왜곡 담론을 퍼뜨린 사람들에 대해 적극적인 사법처리 의지를 보이자, 일베 내에서 5·18에 대한 왜곡 게시글은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이와 관련해 오승용 전남대 교수는 “사법 처리가 능사는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로서는 5·18 왜곡 담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적극적 사법처리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 교수는 “인터넷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생각이나 주장을 강화하는 의견만 받아들이고,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만 소통하는 ‘집단 극단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5·18 왜곡 담론’과 관련해서도 동일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논리나 사실로 그들의 생각을 바꾸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사법처리를 통해 왜곡담론의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와 우리 사회가 ‘민주화운동’으로 공식 인정한 5·18 항쟁에 대한 왜곡과 폄훼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데도,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다는 것이다. 보수 정권이 들어선 이래로 대통령 비판 등 정부 정책 왜곡에 대해서 적극적·공격적으로 대응하면서도 5.18 왜곡에 대해선 손을 놓고 방치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또, 2009년 이후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불허하면서 정부가 논란을 부추긴 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회담에서 야당 원내대표들이 올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자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또 불허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5·18이 다시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지금까지 분석 결과는 5·18 항쟁이 현안이 될 때마다 5·18 왜곡도 증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18 항쟁 왜곡에 대해 정부의 대응은 어떠할까. 나치의 선전 장관 괴벨스는 "거짓말은 처음에 부정되고, 그 다음 의심 받지만, 되풀이하면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고 했다. 어쩌면 이것이 5·18 왜곡 담론을 생산하고 유포하는 사람들이 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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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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