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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골프장 32개 보유…전투력 향상 위해 필요하다니

군, 골프장 32개 보유…전투력 향상 위해 필요하다니
최근 청주의 한 공군부대에서 골프를 친 민간인이 차량을 몰고 부대와 연결된 청주공항 활주로로 진입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군 골프장 운영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방부에 따르면 전국에는 관리 주체에 따라 국방부 4곳, 육군 7곳, 해군 5곳, 공군 14곳, 3군 공동 2곳 등 32곳의 군 골프장이 현재 운영 중입니다.

군인복지기본법에 따라 운영되는 군 골프장은 비상시에 대비해 영내에 대기해야 하는 군 특성상 현역병의 체력 단련과 여가 선용으로 전투력을 향상하고 사기를 진작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전시에는 군수물자를 쌓아 놓고 동원병력의 숙영시설로 이용하는 등 작전 예비 부지로 활용한다는 목적에서 군 골프장은 모두 부대 안에 있지만, 민간인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린피는 일반 대중 골프장의 '반값' 수준으로 정회원인 현역 및 군무원·가족은 18홀 기준 주중·주말 구분 없이 2만 원대에, 정회원이나 준회원 대우를 받는 예비역과 배우자는 2만∼4만 원대에 라운딩할 수 있습니다.

민간인도 주중 4만∼7만 원대, 주말 6만∼9만원대로 일반 대중 골프장의 그린피가 13만원(주말 16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합니다.

현역병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실제로 일반 사병은 얼씬도 못한다는 게 군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계룡대 체력단련장의 경우 골프장 티 대부분이 육군본부에 배정되고, 나머지는 인근 부대에 나눠주는데, 야전부대에 배정되는 티는 매월 2∼3장 정도여서, 사실상 중령·대령급 이상 간부 차지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간부들 몫을 빼고 나면 나머지는 예비역과 민간인 등 외부인 차지입니다.

위례시민연대가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정식 개장한 함안대체력단련장을 제외한 전국 31개 군 골프장 이용자 중 현역 이용자는 2013년 17.2%, 2014년 14%, 2015년 22.7%에 불과했습니다.

이용객 대부분이 외부인이지만 군 골프장 신설과 유지 비용에 군인복지기금이 매년 1천억 원 이상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사이 군 골프장이 벌어들인 순수익은 2013년 201억 원, 2014년 245억 원, 2015년 217억 원으로 매년 200억 원을 웃돌았습니다.

수익금은 군인복지기금으로 들어갔다가 군 장병 복지 개선을 위한 다양한 사업에 쓰이는데 일반 사병의 복지시설 마련에는 뒷전이고 군인 복지를 명분으로 영리사업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지난해 말에는 DMZ 수색작전 중 지뢰폭발로 부상한 장병의 치료비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과 군 골프장 사용료가 연간 60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함께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전국 군 골프장은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이득형 위례시민연대 이사는 "군인들이 골프로 체력을 단련한다는 건 현실성 없는 얘기"라며 "간부가 주로 이용하고 나머지 절반은 민간인 이용자인 상업골프장인데 '체력 단련장'으로 이름 붙여 운영하는 건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오창근 국장은 "군인들이라고 골프를 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문제"라며 "더욱이 일반 사병의 복지에 쓰여야 할 수익금이 골프장 운영에 재투자되는 악순환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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