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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고교생 쇼트트랙 대표 도박 감추고 출전

[취재파일][단독] 고교생 쇼트트랙 대표 도박 감추고 출전
▲ 위 사진은 아래 기사와 무관합니다.

인터넷 불법 도박으로 현재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고교생 쇼트트랙 국가대표 Z선수가 지난해 음주 추태 물의를 일으킨 직후에 도박까지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자신에 대해 출전 금지라는 징계를 내린 상황인데도 반성은커녕 불법 도박을 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도박 문제로 자신이 다니는 고등학교로부터 징계를 받았는데도 이를 감추고 국가대표 1차와 2차 선발전에 나와 국가대표로 뽑히는 도덕 불감증까지 확인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16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훈련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 대표팀 에이스인 신다운 선수가 한참 어린 후배인 Z선수와 충돌해 넘어졌습니다. Z선수가 신다운을 추월하려다 가뜩이나 상태가 좋지 않았던 신다운의 발목을 건드린 것입니다. 화가 난 신다운은 Z선수의 얼굴을 때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신다운은 한 시즌 출전 정지 징계를 당했습니다.

선배의 징계는 대표팀 막내인 17살 고교생에게 아무런 교훈을 주지 못했습니다. Z선수는 그로부터 2달 뒤인 2015년 11월 21일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이 돼 20대 초반의 여자 실업팀 선수와 선수 어머니 3명이 자고 있는 숙소에 들어갔습니다. 반바지만 입은 상태로 침대에 드러누워 오후 2시까지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여자 선수는 충격을 받았고, Z선수는 뒤늦게 사과 문자까지 보냈습니다.

음주 추태가 언론에 공개되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해 11월 28일 일시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습니다. 이후 12월 16일 상벌위원회와 2016년 1월 21일 이사회를 차례로 개최해 잔여 시즌 출전 정지라는 징계를 확정했습니다. Z선수의 징계는 지난 3월 말에 풀렸습니다.     

문제는 Z선수가 음주 추태 직후에 자숙은커녕 불법 도박을 했다는 점입니다. Z선수는 현재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1월 Z선수가 불법 도박을 했다는 제보가 입수했다. 이후 학교가 조사에 나섰고 도박 사실이 확인돼 지난 3월 사회봉사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 음주 추태로 인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는 때인데도 인터넷 불법 도박에 가담했다는 것입니다. 17살 어린 선수가 연이어 일탈을 저지른 것입니다. Z선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저는 여러 차례 그의 부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더 큰 문제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Z선수는 3월 말에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빼어난 성적으로 국가대표로 뽑혔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불법 도박 혐의가 드러나 현재는 모든 훈련에서 제외된 상태이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조금만 미리 알았더라도 Z선수가 버젓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오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습니다.

Z선수의 일탈은 한국 쇼트트랙의 참담한 현주소를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17살 밖에 안된 선수가 만취 상태로 추태를 부린 것도 모자라 반성의 시간을 갖기는커녕 불법 도박에까지 손을 댔습니다. 그 일로 학교에서 징계를 받았는데도 이를 감추고 곧바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는 도덕 불감증까지 보였습니다.

이 모든 원인은 ‘솜방망이’ 처벌에 있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지난 몇 년 동안 수많은 사고가 터져도 당장의 성적에만 급급해 일벌백계하지 못했습니다. Z선수가 다니는 학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고교생이 음주 추태에다 연이어 도박까지 했는데도 고작 얼마 안 되는 ‘사회봉사’ 명령만 내렸습니다. Z선수가 대한빙상연맹과 학교를 가벼이 보게 만든 여지를 제공했다는 것입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오는 15일부터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을 태릉선수촌에 입촌시켜 훈련을 개시할 예정인데 현재 인터넷 불법 도박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Z선수를 비롯해 3명의 국가대표들을 훈련에서 제외할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바로잡지 못하면 한국 빙상의 기강은 영원히 세워질 수 없습니다.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획기적인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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