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른바 ‘마늘 주사’라고 불리는 피로회복 주사에 대해 묻자 “그건 꾸준히 맞아야 한다. 2~3달 동안 10번 맞아야 한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대신 아미노산이 들어있는 칵테일 주사가 효과가 있다”며 “주사 1번에 9만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실손 보험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설명이 따라 붙습니다. 병원에서 나오는 취재진에겐 “보험 처리하라”며 ‘장염’이라고 적힌 가짜 진단서를 쥐어줬습니다.
이 병원에서는 취재진에게 “아픈데 없냐” “증상이 없냐”고 계속 물었습니다. “없다”고 답했더니 “병명이 있어야 실손보험 청구가 된다. 일단 어지럼증으로 써주겠다”고 했습니다. 한마디로 ‘어지럼증’이라고 써진 실손 보험 청구용 허위진단서를 써준다는 겁니다.
보험 약관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영양제, 종합비타민제 비용이나 단순한 피로, 권태 치료 비용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당연히 숙취해소나 피로회복, 혹은 피부미용에는 실손 보험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병원에서 발급해주는 허위진단서만 있으면 얼마든지 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검찰과 경찰이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나섰고, 최근 경기도의 한 병원이 문을 닫았습니다. 실손보험을 가지고 워낙 다양한 미용 시술을, 그것도 노골적으로 해줬던 병원인데 결국 사법당국에게 적발된 겁니다. “매달 내야하는 보험료, 정직하면 손해”라는 취지의 간호사 말에 속아 이 병원에서 뱃살 빼는 시술을 받았거나, 미용 주사를 맞았던 주부들이 ‘피의자 신분’으로 줄줄이 경찰 소환 통보를 받고 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한 주부는 "옆구리 살 빼는 시술이 실손보험이 된다고 해서 시술을 받았다”며 “경찰서로 나오라는 전화를 받은 뒤 밤에 잠도 못잘 정도로 후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수사가 계속되면서 실손 보험금이 줄줄 새는 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 일부 병원에서는 ‘허위진단서 발급’이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게 사법당국의 판단입니다.
점점 다양해지는 보험사기에, 이로 인한 손해를 가입자에게 떠넘기기만 하는 보험사들의 꼼수로 실손보험료는 올해 20% 넘게 올랐습니다. 꼬박꼬박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은 타지 않는 80% 가까운 ‘정직한 가입자’들은 울화통이 터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정직한 가입자들만 호갱이 되는 왜곡된 구조에 대한 금융당국과 사법당국의 획기적이고 단호한 대책이 시급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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