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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오바마 딸도 '갭 이어' 가진다…한국 아이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큰딸 말리아가 명문 하버드 대학에 진학하게 됐다는 소식 들으셨죠.

그런데 곧바로 입학하는 게 아니라 내년 가을까지 학교를 다니지 않고 쉬겠다고 밝혀서 더욱 화제가 됐는데요, 미국에서는 이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일종의 틈새 기간, '갭 이어'를 가지는 게 보편적인 현상이 됐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5년 전보다 2배 늘어난 3만 3천여 명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갭 이어'를 택했다고 하고, 하버드대도 해마다 100여 명 안팎의 학생들이 입학을 연기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떨까요? 당장 이번 주만 해도 많은 고등학교들이 자율적으로 단기 방학에 들어갔지만, 정작 쉴 수 있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홍지영 기자가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미국의 '갭 이어'를 바라봤습니다.

하버드대는 홈페이지에서 예비 학생들이 등록을 1년 미루고 여행이나 사회 경험 등 특별한 활동을 하거나 어떻게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길 권장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학생들이 이르면 초등학교 때부터 큰 압박을 받는다며 휴식기에 한발 물러나 자기 자신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가치관과 목표의식을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프린스턴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등 일부 대학에서는 아예 본격적인 학문을 하기에 앞서 국내외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1년을 보낼 수 있는 독자 프로그램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 갭 이어를 사용한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 갭 이어가 학업 성취도 향상에도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몇 년 전부터 학교장 재량에 따라 5월에 단기 방학을 실시하는 고등학교가 늘었지만, 정부의 바람대로 가족과 놀러 가며 내수를 살리는 데 기여하기는 커녕 입시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 달쯤 전부터 학원업계는 단기 방학 특수를 노리고 치열한 마케팅에 돌입해 특강 안내 문자만 하루에도 십여 통씩 폭탄처럼 퍼붓습니다.

국·영·수 같은 주요 과목뿐 아니라, 자소서 특강부터 한국사 능력검정시험 특강, 대학 학점 선 이수 과정인 AP 시험 대비 특강 등등 각종 스펙을 위한 강의가 수두룩한데, 엄마들은 불안한 마음에 이 중 한 두 과목은 신청하기 마련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계획을 세워 공부해주면 좋으련만 어릴 때부터 학원 수업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이를 바라는 건 무리거니와, 교과 과정에도 없는 선행 학습 혼자서 하기 힘든 게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친구들도 다 학원에 다니기 때문에 방학 때는 학원에 안 가면 친구들 얼굴 볼 기회도 없어집니다.

그렇다고 대학에 가면 달라질까요? 불행히도 아닙니다.

1학년 때부터 취업 준비에 뛰어들면서 인턴이니 자격증이니 온갖 스펙을 쌓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은 대부분 악착같이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취준생이거나 아니면 날이 갈수록 오르는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 둘 중 하납니다.

우리 학생들은 언제 자신의 미래와 꿈에 대해 한 발 떨어진 곳에서 사유할 수 있을까요?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교육 제도를 자주 칭찬한다고 하지만, 여유 있는 갭 이어를 권하고 누리는 문화는 우리보다 앞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 [칼럼] 갭 이어(gap year)를 누리는 미국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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