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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나의 '좋아요'는 도둑맞았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다 보면 나와 친구를 맺은 사용자들이 직접 올린 게시물뿐 아니라 단순히 "좋아요"버튼을 누른 게시물들도 저절로 뉴스피드에서 보여집니다.

이를 통해 친구들이 요즘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알게 되고, 또 그들에게 재미나 감동을 준 글과 이미지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게 되죠.

그런데 가끔 조금 의외의 사진이나 영상, 혹은 광고에까지 친구가 좋아요를 눌렀다고 뜰 때가 있습니다.

왜 굳이 공개적으로 이런 행동을 할까 의아하기도 하고, 전혀 보고 싶지 않은 게시물들을 덩달아 보게 돼 불편하기도 한데요, 최근 이런 제보가 부쩍 늘어 알아봤더니 정작 당사자는 본 적도 없는 포스팅에 좋아요가 자동으로 눌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병남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제보자들은 하나같이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로그인도 자주 안 하는데, 그동안 온갖 민망한 음란물이나 아무 상관도 없는 광고물에 자신의 좋아요가 찍히고 있었던 겁니다.

그나마 친한 지인이 뭐가 잘못된 것 같다며 알려줬으니 망정이지 그냥 놔뒀더라면 계속 주변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이라는 오해를 사고도 남았습니다.

남이 좋아요한 것들은 바로바로 보게 되지만, 자신이 뭘 좋아했는지는 일부러 활동 기록을 들춰봐야만 알기 때문입니다. 확인해보니 이들은 모두 광고업체들의 마케팅 꼼수에 당한 거였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가입자들이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하고, 심리 테스트나 게임을 해보기도 하고 또 다양한 앱을 다운받기도 하는데, 이때 광고업체들이 교묘하게 덫을 심어놓았던 겁니다.

여러 가지 동의를 구하면서 그 가운데 특정 광고 페이지에 내 허가 없이 좋아요가 찍힐 수도 있다는 장치나 조항을 슬그머니 끼워 넣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페이스북 광고 전문가 : '좋아요' 한 명을 획득하는 게 다 비용이거든요. 그걸 저렴하게 하는 방법으로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라 이런 어떻게 보면 소비자를 기만하는 어뷰징(abusing) 프로그램을 쓰는 경우가 종종 있죠.]

실제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찾아간 한 광고 업체에서는 한 달에 15만 원만 주면 1천 건 정도의 좋아요는 거뜬히 찍힌다고 자신했습니다.

SNS 광고 경쟁이 치열한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돈과 직결되는 좋아요를 긁어모으기 위해 이런 업체와의 거래가 늘고 있는 겁니다.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내 보안팀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고, 또한 '좋아요'의 악용 여부를 검색하는 로봇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했지만, 워낙 많은 개발자들이 점점 진화된 해킹 수법을 동원하고 있어서 완벽한 차단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법적으로도 '좋아요'를 훔쳐가는 행위에 대한 별다른 제재가 아직 없는데요, 더이상 억울하게 좋아요를 도둑맞는 피해자들이 양산되지 않도록 제도도 좀 같이 진화했으면 좋겠습니다. 

▶ [취재파일] 당신의 '좋아요'는 도둑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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