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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사방에 칸막이…재해 속 드러난 일본인 특징

얼마 전 지진 피해를 본 일본 구마모토현의 한 피난소 모습입니다. 피난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종이 상자로 만든 침대가 등장해 저희 8시 뉴스에서도 아이디어 제품으로 소개해 드렸는데요, 자세히 보시면 사방에 칸막이가 둘러쳐져 있는 게 특징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보호해 주려는 배려가 깔려 있는 거죠. 이렇게 재난 현장에서도 두드러진 몇 가지 일본인들만의 특성을 최호원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에게 집단적인 피난 생활은 굉장한 부담입니다. 평소 친구들을 자신만의 공간인 집이나 방으로 잘 초대하지 않고, 초대를 받아도 부담스러워하는 게 일본인들이기에 사생활은 최악의 재해 환경 속에서도 지키고 싶은 가치인 겁니다. 차량 난민도 그래서 생겨났습니다.

물론, 여진이 오면 신속히 그 지역을 탈출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지내는 게 싫어서 물이나 식량을 배급해주는 시간에만 피난소에 갔다가 나머지 시간에는 그냥 가족들과 차에서 지내는 겁니다.

[란 마에무라/차량 난민 : 피난소에는 프라이버시가 없어요. 여러 가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 차에서 생활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요.]

아예 다른 도시로 선뜻 이사하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새로운 장소에 가서 낯선 사람들에게 받을 심리적인 압박을 피하고 싶은 겁니다.

한편, 최 기자는 구마모토 일대 빈방을 찾기도 너무 힘들었는데요, 이는 수요가 많아서이기도 했지만, 일본 특유의 기업 문화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식사나 세탁, 청소 등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호텔 측이 스스로 손님을 받지 않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부실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원칙주의의 반영이기도 하고, 손님들의 악평에 대한 두려움의 영향이기도 했습니다.

최 기자도 할 수 없이 멀리 왕복 7시간 거리의 사가시 호텔에서 지내다가 도저히 안 되겠어서 구마모토 외곽의 한 저가 호텔 지배인에게 수건만 갈아주면 된다고 사정을 해서 겨우 숙소를 잡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질서와 규범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빈집털이가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의외의 소식도 전해졌죠. 이에 넷트우익들은 한국인들이 저지른 일이라며 억측을 쏟아내기도 했지만, 첫 강진 바로 다음 날 자신의 집에서 140km나 떨어진 피해자 집에 들어가 태블릿 PC와 식기 등 8천엔 상당의 물건을 훔친 범인은 평범한 50대 일본인 회사원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지만, 일본에서도 2, 30대엔 월세를 내며 좁은 집에 살다가 40대쯤 대출을 받아 나만의 단독 주택을 장만하는 게 대부분의 직장인들의 꿈입니다.

그렇지만 그런 보금자리를 한순간에 잃어버린 구마모토 주민들은 얼마나 막막할까요? 자연재해에 국경이 없는 것처럼 그에 따른 고통과 아픔을 느끼는 데에도 국경은 상관없는 것 같습니다. 

▶ [월드리포트] 구마모토 지진 취재기 ① : 8일간 사진 일기로 보는 재해 취재
▶ [월드리포트] 구마모토 지진 취재기 ② : 재해 속 드러나는 일본인의 특징
▶ [월드리포트] 구마모토 지진 취재기 ③ : 지진보험으로 본 지역별 지진 위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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