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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걸그룹 하려다 돈 물어낸 연습생…"면밀한 계약 필요"

[취재파일] 걸그룹 하려다 돈 물어낸 연습생…"면밀한 계약 필요"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6인조 걸그룹 '여자친구'가 원래는 7인조로 데뷔를 준비했단 것, 알고 계셨나요? 소속사 '쏘스뮤직'의 주장에 따르면 '여자친구'는 여자 멤버 7명으로 지난 2014년 7월 24일에 데뷔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데뷔를 준비하던 연습생의 탈퇴로 반년쯤 지난 2015년 1월 16일에서야 데뷔할 수 있었죠. 그래서 소속사는 이 연습생을 상대로 '투자비용에 대한 위약벌을 내라는 것'과 데뷔 지연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연습생의 탈퇴만으로 인해 걸그룹 데뷔가 지연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합니다. 법원은 해당 연습생이 탈퇴한 이후에 또 다른 연습생도 탈퇴하여 5명이 됐지만, 단 한 명만 추가해 6명으로 데뷔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멤버 7명'을 소속사가 '데뷔에 대한 필수적 조건'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어서, 모든 책임을 이 연습생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겁니다. 또, 소속사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걸그룹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드는 돈인데, 이를 모두 탈퇴한 연습생 때문에 발생한 손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다만, 위약벌로 1천2백40여만 원은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미 계약서에 '계약기간 도중에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목적으로 계약상의 내용을 위반한 경우'에는 '투자한 비용의 2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위약벌로서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죠. 법원은 '대표이사와 면담하면서 '집에 가서 쉬고 싶다, 그만두겠다'고 말한 후 연습에 복귀하지 않았다'며 연습생에게 위약벌을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2심 판결입니다, 그렇다면 연습생 측은 계약에도 명백히 나와 있는 부분에 대해 항소까지 하면서 위약벌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을까요? 바로 계약을 해지한 것이 연습생 자신 때문이 아니라 '회사 때문'이라는 겁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탈퇴한 이 연습생은 회사 측이 '단기간에 불가능한 체중 감량을 지시'하고, '체중 감량이 되지 않자 이 연습생의 외모를 비하하며 연습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합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재판부의 판단과 별개로 실제 이러한 사실이 있었는지 소속사 측에 연락했지만, 소속사 쏘스뮤직 측은 "어떠한 응대도 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의뢰로 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연구에는 당시 유명 기획사 6곳의 연습생 47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담겨 있습니다. 당시 이들 기획사 전체 연습생의 40% 수준입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연습생 신분으로 하루 4시간 이상 연습한다는 응답이 70% 이상이었고, 밤 10시를 넘겨 집에 가는 경우가 85.2%에 달했습니다. 자정을 넘긴다는 응답은 36.2%였고요. '꿈을 위해 노력하는 단계이니 만족을 느낀다'면서도 연습생 생활에 대한 부담감은 숨기지 못했습니다.

비공식 통계이긴 하지만, 한 해 백만 명에 달하는 청소년이 연습생이 되기 위해 지원한다고 합니다. 한때는 장래희망 1위가 연예인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기획사는 소속 연습생을 '백조'로 만들려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발을 놀리게끔 채찍질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 채찍질의 수준은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선에서 기획사와 연습생 당사자가 계약으로서 정해야 합니다. 지독한 고생길에서 '아차!'싶지 않으려면 더욱 더 면밀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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