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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당신의 '좋아요'는 도둑맞았다

[취재파일] 당신의 '좋아요'는 도둑맞았다
페이스북 사용자라면 다들 보신 적 있으셨을 겁니다.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들이 이상한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 말입니다. 멀쩡한 사람이 온갖 음란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이상한 광고를 추천하는 일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페이스북이 사회적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중요 채널 중 하나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도무지 이해가 안되는 행동입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 나도 몰래 ‘좋아요’…정작 본인은 확인도 못 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34살 직장인 여성 이 모 씨는 최근 페이스북을 탈퇴했습니다. 친한 동생이 보낸 걱정 가득한 문자 메시지 때문이었습니다. 이 씨가 음란물이나 잔혹한 게시물에 자꾸 ‘좋아요’를 누른다며, 도대체 왜 그러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씨가 전혀 누른 적이 없는 ‘좋아요’였다는 점입니다. 아예 본 적도 없는 게시물이었습니다. 이 씨는 주변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려 줄 때까지 페이스북에 퍼져나간 음란물에 자신의 ‘좋아요’가 달려 있다는 걸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이 씨는 “그나마 친한 동생이니까 이야기해줬지, 다른 사람들은 그동안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한동안은 회사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이 씨는 부랴부랴 ‘좋아요’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관리 시스템이 복잡해서 방법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이 씨는 그동안 공들여 가꿔 온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폐쇄하고 탈퇴했습니다.

36살 여성 김 모 씨의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번엔 광고 글이었습니다. 한 모발이식 업체 광고에 김 씨가 계속 ‘좋아요’를 누른 다는 것이었습니다. 광고 글은 하루에 수십 건씩 올라왔습니다. “너 왜 모발이식에 관심이 많은 거냐”는 친구들의 놀림이 계속됐습니다.

여성으로서 기분이 나빴다는 김 씨,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광고글을 올린 업체에 항의할 방법조차 찾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페이스북엔 김 씨가 좋아한다는 모발이식 광고 글이 유령처럼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 영세 광고업체 편법 마케팅…'좋아요' 값 매겨 거래도

이런 피해가 속출하는 건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영세 광고업체의 편법 마케팅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은 포털 사이트 블로그나 다른 SNS에 비해 광고 효과가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광고 기법도 많다고 하네요. 그 중 ‘좋아요’를 이용한 광고 기법이 있습니다.

친구를 맺은 사람에게 자신이 ‘좋아요’를 누른 광고를 노출 시키는 방법입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좋아하면 광고 효과가 클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것이죠. 이런 구조 때문에 페이스북 친구가 ‘좋아요’를 누르면 자신의 페이지에서 게시물이 보이는 겁니다.

편법 마케팅은 이 틈에 덫을 놓습니다.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여러가지 일을 합니다. 재미 있는 심리테스트를 해 볼 수도 있고, 퀴즈를 풀기도 하죠. 특정 포스팅을 보거나 이벤트에 참여도 합니다. 각종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무료로 제공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은근슬쩍 수십개의 동의를 요구합니다. 여기엔 특정 광고 페이지에 대해 자신도 모르게 ‘좋아요’를 누를 수 있도록 동의하는 장치나 내용이 심겨 있습니다. 광고 업계에선 이를 '어뷰징(Abusing)'이라고 부릅니다. 주로 3~5명 정도로 구성된 소규모의 개발 회사가 이런 덫을 여기저기 놓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편법을 동원해서라도 ‘좋아요’를 긁어 모으는 건 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마케팅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좋아요’를 획득하는 데엔 대략 1천~1천5백원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편법을 동원하면 1백원, 혹은 그보다 싸게도 ‘좋아요’를 챙길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광고 효과는 논외로 하더라도, 1/10 수준의 가격으로 ‘좋아요’ 확보가 가능한 것이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직접 찾아간 한 업체에선 아예 ‘좋아요’ 숫자를  보장하겠다며 선전했습니다. 한 달에 15만 원만 내면 1천 건의 '좋아요'를 '찍어준다'는 겁니다. 특히 온라인을 기반으로 치열하게 광고 경쟁을 벌이는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이런 업체와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 도둑맞은 ‘좋아요’, 어떻게 되찾아올까

그렇다면 도둑맞은 ‘좋아요’는 어떻게 되찾아올까요. 방법은 있습니다. 페이스북 PC 사이트 맨 오른쪽에 있는 ▼ 모양을 누르면 활동로그라는 게 나옵니다. 여기엔 자신의 이름으로 ‘좋아요’가 눌린 모든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 몰래 ‘좋아요’를 가져갔다면, 여기 고스란히 기록되게 됩니다. 확인했다면 취소 버튼을 누르면 됩니다. 사후약방문이지만, 아직까진 가장 현실적인 대책입니다.

페이스북 코리아측은 ‘좋아요’ 악용 실태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내 보안팀 등이 지속적인 노력도 벌인다고도 밝혔습니다. ‘좋아요’ 장사에 나섰다가 적발되면 해당 계정을 정지시켜 버리기도 합니다. ‘좋아요’ 악용 여부를 검색하는 로봇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많은 업체와 개발자들이 다양한 방식의 수법을 동원하고 있어 완벽한 차단엔 한계가 있는 게 현실입니다.

‘좋아요’ 편법 마케팅에 대한 제재는 거의 없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포털 블로그 글에 대해선 협찬을 받았을 경우 후원 고지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페이스북 ‘좋아요’ 악용에 대해선 아직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았습니다. 법이나 제도가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죠.

관계 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많은 페이스북 친구들이 도둑맞은 ‘좋아요’ 때문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이를 이용하는 업자들 사이 끝날 줄 모르는 공성전(攻城戰)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안 눌렀는데 음란물 '좋아요'…편법 마케팅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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