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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밤 되면 '흔들'…구마모토 지진 취재기

일본 남부 구마모토현에서 강진이 발생한 지 이제 보름 남짓 지났습니다. SBS는 도쿄 특파원과 사회부 기자를 급히 현지로 투입해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요, 계속되는 여진을 몸소 체험하며 재해 현장을 누빈 최호원 특파원이 그 생생한 취재기를 취재파일에 남겼습니다.

특파원은 지난 15일 새벽 후쿠오카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렌터카를 빌려 최대 피해 지역인 마시키마치로 달렸는데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어보니 거리는 130km인데 소요시간은 4시간이라고 나왔습니다. 고속도로와 국도 상당 부분이 통제됐기 때문이었습니다.

한참 뒤 마시키마치 입구에 다다랐을 때도 차를 무작정 도로 옆 공터에 세운 뒤 땀을 뻘뻘 흘리며 3.1km를 뛰어가야 했습니다. 마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도로가 다른 차량들로 완전히 막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겨우 처참해진 마을을 촬영한 뒤 구마모토 시내 숙소로 돌아와 가까스로 늦지 않게 8시 뉴스 리포트를 서울로 보내고, 밤에는 아침용 리포트까지 편집해 송출했는데요, 자정이 넘어 1시 반쯤, 막 씻고 눈을 붙이려는 순간 두 번째 진도 7의 강진이 덮쳤습니다.

호텔 건물 전체가 흔들리면서 침대가 1m 가까이 움직였다고 합니다. 진동은 30초 이상 계속됐고 어느새 복도의 불도 꺼지고 엘리베이터는 정지됐습니다. 정신없이 계단을 찾아 1층까지 내려오자 거리는 정전으로 암흑이었습니다.

그러고도 진도 5, 6의 여진이 또 왔습니다. 땅이 흔들리며 건물들이 삐거덕대는 소리가 공포스러웠습니다. 추가 여진의 위험 때문에 전기가 복구된 뒤에도 투숙객들은 객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아예 로비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최호원 기자/SBS 국제부 도쿄 특파원 : 지진이 발생한 지 1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이후 이렇게 정전이었던 호텔에 다시 불이 들어왔지만, 경찰들은 인근 공원으로 피난할 것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음 날에도 새벽 4, 5시에 자고있는 건물이 덜컹덜컹하는 바람에 이후 다시 잠들기가 힘들었습니다. 아예 주차장으로 내려와 차 안에서 잠을 청하는 기자들도 생겨났습니다. 최 기자도 언제든지 뛰쳐나갈 수 있도록 짐은 거의 다 싸 놓은 채 옷을 입고 잤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단수와 가스 차단으로 식당과 편의점들이 전부 문을 닫았다는 점이었습니다.

호텔 방의 물도 떨어지고, 아침에 나눠준 주먹밥 하나로 하루를 버텨야 했습니다. 물론 이재민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했으니 불평은 할 수 없었지만 말이죠.

주유소마다에도 혹시 모를 주유소 파괴에 대비해 기름을 채워 넣으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 있었는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와 비슷했습니다.

하루이틀 정도의 출장을 예상하고 가방에 내의 두 벌과 양말 세 켤레만 챙겨간 최 기자는 하루하루 숙소와 렌터카를 연장하며 결국, 구마모토에 총 8일간 머물렀습니다.

그렇지만 지진에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는데요, 평생을 지진의 공포 속에 살아야 하는 불안감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차원인 것 같습니다.

▶ [월드리포트] 구마모토 지진 취재기 ① : 8일간 사진 일기로 보는 재해 취재
▶ [월드리포트] 구마모토 지진 취재기 ② : 재해 속 드러나는 일본인의 특징
▶ [월드리포트] 구마모토 지진 취재기 ③ : 지진보험으로 본 지역별 지진 위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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