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릿빛이 강한 현행 10원 주화는 2006년부터 유통되고 있습니다. 1966년 처음 유통된 옛 10원 동전과 다른 점은 무게죠. 약 4g이던 게 약 1.2g짜리로 바뀌었죠. 성분도 구리와 아연을 섞던 것을 구리와 알루미늄을 섞어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10원 짜리 제조 방식을 바꾼 건, 원가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동전 원가도 원자재 값에 따라 변하는 데, 과거 40원에 육박하던 비용을 20~30원 대로 줄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25일 취재 도중 만난 2년 차 직장인 이보람 씨 역시, 지갑에 지폐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지폐도 넣고 동전도 넣을 수 있는 ‘진짜 지갑’은 따로 있는데, 집에 두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이 씨가 들고 있던 건, 카드 지갑이었습니다. 체크카드와 신용카드만 넣고 다닙니다.
지폐가 들어갈 자리엔 쿠폰과 명함뿐. 지폐를 안 쓰다 보니, 동전은 아예 구경할 일조차 없습니다. 이 씨는 동전 쓰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고 했죠. 그러고 보니, 그 옆에 동료는 신용카드와 신분증 두 장만 찔러 넣은 목걸이만 휴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지폐를 안 쓰다 보니, 거스름돈으로 동전 받을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을 만난 곳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편의점이었습니다. 하루 동전 거스름돈이 필요한 손님은 10명 가운데 1명꼴. 5백 원부터 10원까지 거스름용 동전은 3만 원어치 정도 준비하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장사가 안 되는 편의점을 기준 잡아도 일 매출 3%만 동전으로 준비해도 문제가 없는 셈이죠.
한은의 ‘동전 없는 사회’ 계획은 바로, 동전이 거스름돈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드는 비용을 줄여보자는 겁니다. 소액 결제 기술이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동전 대신 직접 계좌 입금이 가능한 제도를 만들겠다는 거죠. 현금 1만 원으로 9천5백 원짜리 상품을 살 때를 가정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거스름돈 500원을 동전으로 받는 대신, 개인별 가상 계좌와 연결된 각종 카드로 받을 수 있게 만든다는 거죠.
한국은행 2015년 지급결제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소액결제망이 매우 잘 구축되어 있고 거의 모든 국민이 금융기관에 결제계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프라를 이용하면 동전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적고 있습니다.
박이락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25일 기자들 앞에서 이렇게 부연 설명했죠. “(거스름돈은) 구매자의 선불 수단이라든지, 전자 지급을 통해서 충전을 시켜준다든지, 계좌 입금시켜주는 등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번 계획은 결국, 동전 발행을 중단하거나 사용을 금지하는 게 목표가 아닙니다. 거스름돈 등 소액의 동전 사용 수요를 ‘전자화’하는 겁니다. 카드에 충전 또는 계좌입금 해줌으로써 동전 사용을 최소화한다는 거죠.
그런데 한은 보고서엔 문제를 추진하는 데, 반드시 의견 수렴이 필요한 주체가 빠져있습니다. 영세상인과 소상공인입니다. 거스름돈을 계좌로 입금해야 할 때, 상인 대신 입금을 해 주는 기관은 수수료를 받을 것이기 때문이죠.
이때 거스름돈을 주는 상인과 받는 손님 모두 수수료를 부담할 것인지, 상인만 부담할 것인지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지급 방식 개혁이 서민의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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