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귀농·귀촌, 고학력·전문직 증가…농촌 '새 성장동력'

번잡한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농촌에서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귀농·귀촌 인구 중에서 고학력과 전문직 출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전체 귀농·귀촌 인구가 최근 5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귀농·귀촌 규모는 4만4천586가구(8만855명)으로, 2013년 3만2천424가구(5만6천267명)에 비해 가구 수로는 37.5%, 인구는 43.7% 각각 늘었다.

지난해에는 5만 가구, 1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를 5년 전인 2010년(4천67가구)와 비교하면 10배가 넘는다.

2034년에는 귀농·귀촌 인구가 3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귀농·귀촌이 인구 사회적 변화, 수명 연장, 농업과 농촌의 가치에 대한 인식 변화, 기술 발전, 높은 삶의 질에 대한 추구 경향 등에 따라 인생 설계의 주요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은 지난 26일 서울의 인구 순유출이 계속되면서 주민등록 인구 수가 28년 만에 1천만명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촌행을 택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도 서울의 인구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전북 순창군 금과면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김준태(41)씨 부부가 딸기를 수확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3년 전 귀농한 김씨 부부는 520평의 딸기 재배만으로 올들어 3개월 동안 2천7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귀농·귀촌 연령대 젊어지고 고학력·전문직 출신 늘어

인구 통계를 보면 귀농·귀촌을 택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점점 내려가고 있다.

50대가 주를 이뤘던 귀농·귀촌 인구는 지금은 40대 이하 연령층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2014년의 경우 40대 이하 귀농·귀촌 가구의 증가율은 43%로, 전체 연령대 평균 증가율 37.5%를 앞질렀다.

과거에는 직장을 은퇴한 후 귀농·귀촌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은퇴 시기가 한참 남아있는데도 일찌감치 농촌에 자리잡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귀농·귀촌 인구 중에서 고학력·전문직 출신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귀농·귀촌을 택한 814명을 1년 이상 추적 조사해봤더니 59.7%가 제조업, 건설, 교육, 출판방송, 금융, 공공행정 등의 분야에서 석사 학위 이상의 학력을 갖고 있거나 전문 자격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야 평균 종사 기간도 20년에 달해 전문성이 높았다.

귀농을 선택하는 이유도 달라지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외환위기로 인해 파산과 실직이 속출하면서 부득이하게 농촌행을 택한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생태 친화적이고 여유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한 목적이 많아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0~11월 도시민 1천500명과 농업인 1천64명을 상대로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이유를 물어봤더니 응답자의 58.2%는 '자연 속에서 건강하게 생활하기 위해'를 꼽았고, 16.2%는 '시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생계수단으로 농사를 짓기 위해'라는 응답은 7.4%에 그쳤다.

(스마트폰으로 온도와 습도, 일조량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충남 부여의 딸기 농장) ◇지자체 유치 경쟁·농업기술 발달이 귀농·귀촌 촉진 농업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고된 노동 없이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고, 이것이 귀농·귀촌의 장벽을 낮추고 있다.

농작물 생육과 가축 사육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이 도입되면서 인건비는 줄고, 생산량과 소득은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2월 대통령 주제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에서 스마트팜 도입 농가의 평균 생산량과 소득이 각각 25.2%, 30.6% 증가했고, 인건비는 9.5%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6차 산업 창업자 수도 2013년 360명, 2014년 392명, 2015년 472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이고, 평균 매출액도 2014년 8억3천100만 원에서 지난해 9억3천100만 원으로 늘었다.

6차 산업은 1차 산업(농수축산업), 2차 산업(제조업), 3차 산업(서비스·문화·관광)을 융합한 산업이다.

귀농·귀촌 인구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첨단기술 적용 능력이 높아지면서 스마트팜 도입과 6차 산업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 인구의 92.3%가 6차 산업화 활동에 참여 중이거나 참여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 주도로 트랙터, 굴착기 등 농기계를 대여해주거나 아예 농사일을 대신해주는 농기계 임대은행 사업도 매년 확대돼 농사일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지역 활성화를 위해 귀농·귀촌 인구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도 귀농·귀촌 인구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귀농 가족의 연착륙을 위한 주택 임대와 리모델링 지원 사업은 진화를 거듭해 부담을 확 낮췄다.

상당수 지자체에서 농가주택을 수리해 저가에 임대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전북 순창군의 경우 개조한 농가주택을 월 10만원에 임대하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 농촌 활성화 잠재력

최근 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농촌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자아를 실현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단순히 농사를 짓는 수준을 넘어 첨단 기술을 도입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고, 농촌에 부족한 근린시설을 조성하거나 아동교육 등 사회공헌 활동에 헌실하는 형태의 귀농·귀촌이 증가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새로 나타난 경향이다.

귀농·귀촌인들이 농촌을 바꾸고 성장시키는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귀농·귀촌인의 경력과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과 체계가 여전히 부족하고, 시설 및 운영 자금의 조달, 기술인력 확보 등이 적절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최근 귀농·귀촌 인구의 높은 학력과 전문성, 교육 참여율 등을 볼 때 농업후계 인력뿐만 아니라 농촌을 활성화할 혁신인력으로서의 잠재력도 크다"며 적극적인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