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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핵에는 핵"…대화 대신 비타협적 태도 고수한 北 리수용

[월드리포트] "핵에는 핵"…대화 대신 비타협적 태도 고수한 北 리수용
지난주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유엔 총회가 아닌 실무회의 참석차 뉴욕에 온다는 사실이 특파원단에 알려졌을 때 "왜 하필 이 때지?"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가 내려진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났지만 본인 스스로 러시아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대한 선제 핵공격'을 주장했고,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난성명을 채택한 직후였기 때문입니다. 뭔가 대화를 시도할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일부에서는 그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일 뉴욕 JFK 공항에서 리 외무상을 기다리는 동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조종철 1등 서기관이 이례적으로 남측 기자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와의 문답에서 리 외무상의 이번 방미 목적이 모두 설명됐다는 느낌입니다.

조 서기관은 우선 "현재 북미간에 대화할 분위기가 아니며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해서 추진한다는 문제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비핵화 협상보다는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 폐기가 우선"이라고 했고, 핵 개발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미국이 우리를 공격했을 때 방어할 수단이 무엇이겠냐"며 미국의 핵 위협(?)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후 사흘간 리 외무상의 행보는 철저히 핵개발의 불가피성을 국제사회에 설명하는 데 맞춰졌습니다. 빈곤퇴치와 교육, 양성평등을 주제로 한 회의의 대표 발언에서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것 뿐 이었다"고 말했고, 다음 날에도 "미국의 무모한 핵전쟁 연습으로 조선반도에 일촉즉발의 정세가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지막 날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한다면 핵실험을 중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진정성 있는 제안으로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1월 이후 직간접적으로 같은 제안을 했으나 한미 정부가 모두 거부했습니다.

유엔 외교가에 따르면 4박 5일 방미 기간 리 외무상은 미국은 물론 유엔의 어떤 회원국과도 양자 차원의 만남을 갖지 못했습니다. 

뉴욕에 도착한 첫 날 북한대표부에 들러 보낸 한 시간여를 제외하고는 만찬 등의 일정도 없었으며, 이튿날 '2030 지속가능 개발목표 고위급회의'에는 오전 9시 이전 유엔본부에 도착해 발언 차례가 된 오후 4시 이후까지 점심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리를 지켰습니다.

22일 '파리 기후변화협정 서명식'에도 식전 행사부터 참석해 낮 12시가 지나 서명을 할 때까지 줄곧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협정 서명식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손녀와 함께 참석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두 사람은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심지어 행사장 바로 앞 줄에 앉아 있던 중국 대표단과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서명식 중간 쿠바 대표와 만나 10분 정도 환담을 나눴지만, 이후 명함을 주고 받는 모습으로 미뤄 예정된 만남은 아닌 듯 보였습니다. 

결국 일각에서 추측됐던 대화 메시지 대신 리 외무상은 시종일관 비타협적인 태도를 고수했습니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있었던 터라 '핵에는 핵'이라는 그의 발언은 당장 핵실험을 하겠다는 뜻으로도 들렸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가까운 시일 내 가능하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핵을 개발하겠다는 분명한 뜻을 국제사회에 던진 겁니다. 

비핵화에 대한 행동, 또는 최소한의 성의를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거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북한과 미국, 어느 쪽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한동안 대치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그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상황도 커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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