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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맥·와인 배달 논란, 무조건 규제로 봐야하나

[취재파일] 치맥·와인 배달 논란, 무조건 규제로 봐야하나
한동안 치맥과 와인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와인을 주문배달하는 게 불법이냐, 치킨에 맥주를 함께 배달 시켜먹으면 불법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국세청은 와인을 배달하는 게 불법이라며 단속을 벌여 적발건수 1건당 5백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고, 치맥 배달도 엄연히 불법이라고 밝혔었는데요,

많은 분들은 이게 불법이라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이런 소비 패턴은 이미 너무나도 대중화가 됐기 때문이죠. 대형마트에서 와인을 여러병 사고 배달을 시키거나, 선물용으로 와인을 결제하고 배달시키는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치맥은 더 하죠. 월드컵 경기할 때나 올림픽 경기할 때 TV로 경기 관람하면서 함께 먹는 간식 중 최고봉은 역시 치킨일 겁니다. 그리고 이 치킨엔 맥주가 단짝처럼 달라붙습니다. 오죽했으면 치맥이라는 말까지 생겼을까요. 치맥 뿐 아니라 족발에 소주, 탕수육에 고량주 역시 마찬가집니다.

문제는 이게 모두 불법이라는 겁니다. 현행법상 술은 무조건 대면판매만 하게 돼 있습니다. 주문 뿐 아니라 물건을 받는 것도 소비자가 직접 해야만 합니다. 배달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겁니다. 그러다보니 과도한 규제라는 말이 나옵니다.

많은 애주가, 그리고 굳이 애주가가 아니더라도 가볍게 맥주 한잔 시켜 음식에 곁들이고 싶은 분들, 와인 선물 보내는 분들 등 많은 분들이 이건 시대착오적인 규제라고 말합니다. 결국 여론에 등 떠밀리다시피해서 최근 국세청이 와인의 배달을 허용했습니다. 소비자가 매장에 가서 직접 결제했으면 술을 배달하는 건 불법이 아니라고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입니다.

치맥 배달에 대해서도 조만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민 편의를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정책 당국 입장에선 사실 속내는 편치 않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 조치를 두고 즉각 '손톱 밑의 가시를 뺀 거'라는 여론의 반응이 나왔습니다. 당국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했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봐야할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술의 경우 대면판매만 가능하다는 법 조항은 사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겁니다. 미성년자들이 무분별하게 술을 시켜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고자 대면판매만 가능하게 한 겁니다. 담배를 배달 안해주고 신분증 검사하면서 대면판매하는 것과 똑같은 취지입니다. (물론 아무리 막아도 청소년들이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걸 원천봉쇄하는 건 불가능하긴 합니다)

담배에 대해선 엄격하게 금지하면서 술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자꾸 가는 건 왜일까요? 우리나라는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술에 대해 관대한 게 사실입니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범죄를 저질러도 술에 취한 상태면 심신미약이라며 사법당국이 감안해주는 게 비일비재합니다.

전반적인 회식 문화 역시 여전히 우리는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가 많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배우는 것도 술입니다.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는데도 대학 신입생 환영회의 그릇된 술문화는 근절되지 않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술을 권하는 사회'인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실 저도 치맥 자주 배달시켜먹긴 하지만, 이번 논란이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꼭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한 것이라고만 봐야할 것인가' 우리 당국의 고민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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