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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ESA 핵심 버린 KF-X, 날 수 있을까

[취재파일] AESA 핵심 버린 KF-X, 날 수 있을까
한국형 전투기 KF-X에 탑재할 다기능 위상배열 AESA 레이더 개발 우선협상 대상업체로 예상을 뒤엎고 한화 탈레스가 선정됐습니다. 10년 동안 국방과학연구소 ADD와 함께 AESA 레이더 개발을 해온 LIG 넥스원이 한화 탈레스에게 덜미를 잡힌 것입니다. 국방부 장관, 방위사업청장, 공군 참모총장 등 KF-X 관련 군 고위직들도 모두 놀랐다는 후문이 나올 정도의 결과입니다.

평가 방법, 평가 위원 등에 대한 정보가 모두 보안 사항이어서 LIG 넥스원이 탈락한 결정적 이유는 명쾌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92 대 91 정도의 근소한 점수 차로 탈레스가 이겼다는 사실만 확인됐습니다.

걱정입니다. AESA 레이더 10년 경력의 LIG 넥스원이 ADD와 용을 쓰고 달려들어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던 AESA 레이더 독자 개발 사업입니다. '신참' 한화 탈레스가 기간 내에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한화 탈레스의 다기능 레이더(왼쪽)
● "LIG 넥스원이 있어 독자개발 가능하다"

작년에 미국이 KF-X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하면서 불붙은 논란 속에서도 군은 핵심기술을 독자 개발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핵심기술 중에서도 핵심기술이 AESA 레이더인데 ADD와 LIG 넥스원이 2006년부터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아래는 군 핵심들의 작년 국회 국방위원회 발언입니다.

-정경두 공군 참모총장
"제가 ADD 자체만의 연구를 한 상황 같으면 또 여러 가지 다른 방면의 많은 고민을 하겠지만, 실제 항공기를 제작해야 될 KAI와 전투체계를 담당하는 LIG 넥스원의 많은 엔지니어들이 관여를 해서 기술을 다..."

-장명진 방위사업청장
"제가 ADD 또 LIG 넥스원 관계자들한테 그것을 다 확인해 가지고 충분히 '아, 이거 하면 국산화 개발이 가능하겠다'라고 해서 AESA 레이더하고 무장통합 관련해 가지고..."

AESA 레이더 독자개발을 위한 LIG 넥스원의 역할이 잘 드러나는 발언입니다. LIG 넥스원에서 10년 동안 AESA 레이더 개발을 해온 100명의 기술인력을 믿는다는 발언입니다.
ADD와 LIG 넥스원이 개발한 AESA 레이더 시제

● LIG 넥스원이 만든 AESA 레이더 자매품들은?
 
ADD는 지난해 11월 무기 전문가, 국회의원, 기자들을 초청해 AESA 레이더 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LIG 넥스원이 만든 AESA 레이더 시제품입니다. 군은 그 자리에서 "AESA 기술 80%를 확보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습니다. 확보했다는 AESA 레이더 기술 80%는 ADD와 LIG 넥스원의 기술을 합쳐야 나옵니다.

뿐만 아니라 군은 AESA 레이더를 독자 개발할 수 있다는 근거로 유사 장비 개발 사례를 여러 차례 거론해왔습니다. 국산 경공격기 FA-50 레이더, 항공기용 정찰장비 SAR, 울산급 호위함 탐색 레이더가 그것들입니다. 모두 LIG 넥스원의 작품입니다.

AESA 레이더 시제를 제작한 기술, FA-50 레이더와 SAR, 호위함 탐색 레이더 기술은 이제 사장될 위기를 맞았습니다. 10년 공든 탑을 허물고 밑바닥에서 처음부터 탑을 쌓는 꼴입니다.
KF-X_공대공무장

● 한화 탈레스가 해낼 수 있을까?

방위사업청은 LIG 넥스원 탈락 논란이 계속되자 "AESA 사업 평가위원 10명 중 레이더 개발 전문가는 7명, 레이더 운영 전문가는 3명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해 평가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술 80점, 비용 20점으로 구분된 평가에서 두 업체는 모두 군의 제안요구 사항을 충족했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화 탈레스도 그동안 레이더를 만들었으니 충분한 기술력을 확보했다고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화 탈레스는 지대공 유도무기의 다기능 레이더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화 탈레스의 레이더는 기능은 차치하고라도 사이즈부터가 AESA 레이더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큽니다.

AESA 레이더 독자개발이라는 가혹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ADD와 LIG 넥스원이 개발하고 한화 탈레스가 거드는 구도는 모르겠지만, LIG 넥스원을 팽(烹)한 지금의 결정은 위험해 보입니다. ADD와 한화 탈레스가 LIG 넥스원의 인력을 흡수하려 들겠지만 이 역시 옳은 길은 아닙니다.

AESA 레이더 독자 개발 사업이 실패하기를 바라는 무리들도 있습니다. 핵심 기술을 고스란히 외국에서 도입해 껍데기만 국산인 KF-X를 만드는 편이 훨씬 이익인 집단입니다. 한화 탈레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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