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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로봇물고기 수사 강압·회유로 거짓 진술"

4대강 사업 부실 논란 속에 불거진 생체모방형 수중로봇(일명 로봇물고기) 관련 '억대 뇌물 사건'에서 수사관의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는 법정 진술이 나왔다.

21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따르면 '4대강 로봇물고기 억대 뇌물 사건'의 핵심 피고인 L 씨는 20일 저녁 안산지원에서 열린 4대강 로봇물고기 사건 결심 공판에서 검찰 수사 과정에서 회유와 강압이 있었다며 지난달 공판 때까지 시인했던 '뇌물 공여' 혐의를 부인했다.

L 씨는 로봇물고기 제작을 주도한 생산기술연구원 경기지사 A 연구원에게 뇌물을 줬다고 시인했던 유일한 사람이다.

L 씨는 재판에서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8천만원을 준 다른 피고도 뇌물을 줬다고 시인했다. 2천만원 밖에 안되니 그냥 시인하라"는 말을 들었으며, 이 수사관이 "시인하지 않으면 회사 직원들과 영업 관계 거래처 관계자들도 불러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재판장인 제1형사부 김병철 부장판사가 "수사관이 그렇게 말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L 씨는 "예"라고 대답했고, "시인하지 않으면 거래처 관계자들까지 불러 조사하겠다고 강압적으로 이야기했냐"는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리다 "수사관이 강압한 것은 아니고, 그렇게 느꼈다"고 대답했다.

L 씨는 "영업관계 매출처는 굴지의 대기업과 방위 관련 연구소 등 3곳 뿐이어서, 이들 회사와의 관계가 나빠질 것을 우려했고, 수사관이 '다른 피고가 뇌물 공여 혐의를 시인했다'고 말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 그냥 뇌물을 줬다고 시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 씨는 판사로부터 "검사 수사 과정에서도 시인했고 이후 공판에서도 시인했던 것을 왜 이제와서 부인하느냐.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거듭된 질문에 "8천만원의 뇌물을 줬다고 시인했다던 다른 피고는 뇌물 공여 사실을 애초부터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생산기술연구원 경기지사 소속 A 연구원은 L 씨로부터 2천만원, 또다른 피고 K 씨로부터 8천만원 등 1억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나, K 씨는 처음부터 뇌물 공여 혐의를 시인하지 않았다.

A 씨는 학교 선배인 L 씨나 오랫동안 알고 지내 온 K 씨로부터 각각 2천만원과 8천만원의 돈을 받은 것은 집을 사기 위해 차용증을 쓰고 빌린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며, 실제로 자신의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돈을 받았고 자신들의 이메일을 통해 차용증을 주고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 씨의 변호인은 "핵심 피고였던 L 씨가 진술을 번복하고 수사 과정에서 강압과 회유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날 재판에서 확인됐다"며 "이로써 A 씨에게 씌워진 '억대 뇌물' 혐의는 애초부터 4대강 부실을 질타하는 시류와 그에 편승한 과잉수사가 만들어낸 것이었음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연구원 A 씨도 "그 수사관은 내게도 '돈을 줬다는 사람들 모두 뇌물 공여 사실을 시인했으니 뇌물 수수 사실을 시인하라'고 말했고, K 씨에게도 똑같은 방식으로 뇌물 공여 사실을 시인할 것을 회유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은 지난달 결심공판(3차) 때 새로 구성된 재판부가 검찰과 변호인 양측에 충분한 자료를 갖고 사건 개요를 다시 상세히 설명해 줄 것을 요청해 한 달여 만에 열렸다.

재판은 통상 공판검사가 참여하지만 이날 재판은 이례적으로 수사검사가 직접 참여한 가운데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저녁 늦게까지 3시간 넘게 PT와 영상자료를 동원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의 의견을 물어 이날 공판으로 심리를 종료하고 내달 선고공판을 열기로 했으며, 검찰 측은 지난 2월 2차 공판 때 구형했던 피고 5명에 대한 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2월 공판에서 검찰은 A 연구원에 대해서는 징역 11년에 벌금 2억원과 추징금 1억원, L 씨와 K 씨 등 다른 4명의 피고에 대해서는 징역 1년 6개월 또는 벌금 1천만원 등을 각각 구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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