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활성단층아, 조사 끝날 때까지 기다려"

활성단층 정의도 정리 안돼…국가 활성단층지도는 2050년 이후에나 완성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6.04.20 10:15 수정 2016.04.20 19: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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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쩍쩍 갈라졌다. 도로가 갈라지고 밭도 갈라지고 들판에는 없던 계곡도 생겼다. 강진이 잇따라 강타한 일본 구마모토의 모습이다.

구마모토 연쇄 강진의 원인은 활성단층(active fault, 활단층)이 지목되고 있다. 활성단층은 보통 지질학적으로 가장 최근인 신생대 제4기(258만 년 전~현재)에 활동을 한 적이 있고, 현재도 활동을 하거나 앞으로 활동이 예상되는 단층을 말한다.

물론 단층은 지각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지 않고 끊어져 어긋나 있는 경우를 말한다. 일본 국토지리원에 따르면 일본에는 활성단층이 확인된 것만 2천 개나 존재한다.

활성단층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규모가 큰지, 또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에 발생할 재앙을 조금이라도 미리 안다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이고 재앙에 대한 대책도 세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한반도에는 활성단층이 몇 개나 있을까? 한반도에는 현재 5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활성단층 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것은 땅속에 있어 모든 활성단층을 확인하기 불가능할 뿐 아니라 활성단층에 대한 정의도 학자나 학계에 따라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2009년 3월부터 2012년 8월까지 3년 반 동안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는 <활성단층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이라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용역을 수행한 기관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정부는 용역 연구가 끝난 뒤 2013년 12월 <국가지진위험지도>가 공표됐지만 <활성단층지도>는 빠졌다. 용역이 끝난 지 4년이 다 되어가지만 현재까지 <활성단층지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당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활성단층지도를 만들기 위해 대도시나 그 주변을 통과하는 25개의 단층을 조사했다. 조사가 끝난 뒤 정부는 결과를 공표하고자 했지만 무산됐다.

발표가 무산된 이유는 전문가 집단에서 용역 연구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표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용역을 수행했지만 전문가 집단이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우선 단층 일부(몇 조각)를 조사하고 그 조각이 활성단층이라고 해서 수km에서 수십km나 되는 단층 전체를 활성단층으로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가 됐다.

두 번째는 도대체 무엇을 활성단층으로 판단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활성단층에 대한 정의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 대도시를 통과하는 단층을 조사한 만큼 연구에서는 대도시를 통과하는 단층이 활성단층으로 확인된 것이 분명하지만 자칫 부정확한 자료를 발표할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원치 않는 사회적인 혼란도 고려했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후 정부는 활성단층지도를 공표하는 대신 <활성단층정비기획단>을 구성했다. <활성단층지도> 공표 문제로 촉발된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기획단이 결정한 것은 공청회를 여는 것이다. (1)무엇을 활성단층으로 볼 것인지(정의) (2)조사와 평가는 어떻게 하고 (3)단층조사 로드맵은 어떻게 만들고 (4)활성단층의 위험등급은 어떻게 나눌 것인지를 공청회를 열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생각한 활성단층에 대한 정의(안)는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258만 년 전~1만 2천 년 전)와 그 이후 현재까지 단층이 활동한 적이 있고 앞으로 활동 가능성이 있는 단층" 이라는 것이다.

또 가장 위험한 1등급 활성단층은 1만 2천 년 전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적이 있는 단층으로 하고 2등급, 3등급, 4등급 활성단층은 플라이스토세를 3부분으로 나눠 후기에 활동한 적이 있는 단층을 2등급 활성단층, 중기에 활동한 적이 있는 단층을 3등급, 가장 오래전인 전기에 활동한 흔적이 있는 단층을 4등급 활성단층으로 한다는 것이다.

활성단층에 대한 정의와 분류를 놓고 오늘(4월 20일) 공청회가 시작됐다. 공청회가 예정대로 진행이 되고 합의가 이뤄질 경우 정부는 전국을 7개 권역으로 나눠 각 권역마다 5년에 걸쳐 10개~15개 정도의 단층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전국에 있는 70~105개의 단층을 35년에 걸쳐 조사한다는 것이다.

한 개의 권역을 조사하는데 5년 정도 예상하는 만큼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35년 뒤인 2050년쯤에 전국의 활성단층지도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지금 당장 합의가 되고 곧바로 조사를 시작하는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아무리 공청회가 일찍 끝나더라도 지금 당장 조사를 시작할 수는 없다. 예산도 확보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서둘러도 2050년까지는 우리나라 전체적인 활성단층지도는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각각의 학자나 학계는 나름대로 활성단층에 대한 정의나 활성단층지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재앙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준비하는 국가 전체의 활성단층지도는 현재 예상대로라면 아무리 빨라도 2050년 이후에나 완성될 수 있다는 뜻이다.전문가 집단에서조차 받아들일 만한 활성단층에 대한 정의조차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어찌 보면 우리나라가 그만큼 지진 안전지대라는 것의 반증일지도 모른다. 최근에 국내에서 큰 피해를 일으킨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국내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의 최대 규모는 규모6~규모7 정도는 될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연쇄적으로 발생한 지진과 비슷한 규모다. 때문에 건축법에서는 3층 이상 연면적이 500 제곱미터 이상인 건물을 지을 때는 진도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지을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는 진도 7에 견디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진을 일으키는 활성단층에게 국가가 조사를 다 마치고 재앙에 대비를 할 때까지 활동을 멈추고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다간 재앙이 발생한 뒤, 지진이 활성단층 위치를 알려준 뒤 뒤늦게 활성단층을 발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