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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신문의 한국 총선 기사, 한 줄 한 줄 읽어보니

[월드리포트] 日 신문의 한국 총선 기사, 한 줄 한 줄 읽어보니
어제(14일) 아침 일본 신문들입니다. 우리나라의 20대 총선 소식을 주요 지면에서 비중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14일 오전 1시반 현재..."라는 표현을 봐서 우리나라 총선 뉴스를 어느 면에 어떤 분량으로 담을 것인지를 놓고 새벽까지 논의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반응에 대한 기사는 이미 인터넷에 적지 않을 겁니다. 저는 이들 기사를 좀 더 구체적으로 한줄 한줄 살펴봤습니다. 그 속에서(between the lines) 알 수 있는 일본의 속내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4월 14일 일본 요미우리 신문 1면
최다 부수의 요미우리 신문은 1,2,3,9면에 걸쳐 우리 총선 소식을 실었습니다. '한국 여당 과반수 깨져, 분열된 야당이 신장'이라는 제목을 달았군요.

"새누리당은 당초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위해 180석을 목표로 했지만, 친박파와 비박파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목표의석을 과반수로 낮췄었다." 그럼에도 패배했다는 점을 전하고 있습니다. 2,3면의 Q&A 내용이 더 흥미롭습니다. 일본식 한자 표현을 그대로 살렸습니다. -->뒤는 제 글입니다.
4월 14일 요미우리 신문 2,3면
"[질문] 한국의 각 정당은 어떤 특징이 있나? [대답] 한국 정치는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이뤄낸 박정희 전 대통령을 원류로 하는 보수세력과 이에 대항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이어받은 민주화세력의 두 개로 크게 나눠져 있다. 박정희 씨의 장녀,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여당 새누리당이 전자...(생략)"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에 대한 찬반을 기준으로 국내 보수진보 세력을 나누고 있습니다. 앞에서 대통령 직책을 언급한 뒤에는 그냥 박정희 씨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도 박 씨라고 다시 언급하는 표현이 계속 나옵니다. 일본에서 '씨'는 뉴스 인물 뒤에 붙이는 나름 '경어'입니다.

"[질문]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나? [대답] (생략...) 민주화운동세력 등 체포경력이 있는 의원도 많아서 선거구 입후보자의 40%가 전과전력을 갖고 있다. [질문] 한국 국회의원과 일본과의 관계는? [대답] 예전에는 일본어를 하는 지일파 의원도 많아, 일한 관계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는 여당의 지일파 의원이 차례로 공천에서 배제돼 일한 파이프가 한층 가늘어질 우려가 있다."

 -->확실히 야당보다는 여당에 지일파 의원들이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위 문장 뒤에는 19대 여당 의원 몇 명의 실명도 거론됩니다. 외교적 측면에서 야당도 지일파 의원이 필요하고, 또 분명히 지일파 인재들이 적지 않을텐데요. 하지만, 이 기사에는 '역시 야당은 일본과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후 분석 기사를 살펴보죠. "재선을 할 수 없는 한국 대통령은 임기 5년의 종반에 구심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레임덕화(시니다이)'가 진행되는 케이스가 많다. 박 대통령파가 내분을 각오하고, 자파 의원들의 공천을 우선한 것도 레임덕을 방지하려는 포석이었다."

 -->레임덕을 영어 Lame Duck으로 쓰지 않고, 스모용어 '시니다이'(거의 쓰러져 이길 희망이 없는 상태)를 쓴 점도 눈길을 끕니다. 

"(중략) 박 대통령은 북조선에 강경 일변도로, 친중노선을 미일 협력 중시로 방침을 바꿨다. 야당은 북조선과 중국에 대해 융화적으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비판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일본은 박 대통령이 친중 노선을 걸어왔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죠. 최근 대북 제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가 미일 관계를 개선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는데요, 이런 기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입니다.
4월 14일 일본 아사히 신문 2면
이번엔 위 아사히 신문을 읽어봤습니다. 2면에서 이번 총선 결과가 지난해 말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하는 작업이 총선 후에 본격화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박 대통령의 구심력이 약화되면 합의를 완전히 이행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일본이 연내에 합의를 희망하고 있는 한국군과의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체결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올 상반기 중 한국이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을 설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는데요. 재단 이사장에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이 거론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죠. 주일 대사 출신의 유 전 대사가 지일파로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는 내용이었는데요. 하지만 총선 이후 이런 과정에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4월 14일 일본 닛케이 신문 7면
닛케이는 위 표처럼 한국이 직면한 주요한 현안을 정리했습니다.

"<경제 사회>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고령화에 대한 대응, 청년실업율 악화와 비정규직 임금의 정체 등 고용 격차, 침체하는 중후장대산업과 서비스산업 등 신산업육성의 뒤쳐짐, 팽창하는 국공영기업 채무와 가계부채에 대한 대응, <외교안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북조선에의 대응, 중국이 반발하는 미사일 레이더 시스템의 주한미군 배치문제, 종군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일한 합의의 이행."


-->꽤 정확한 분석이네요.

"원칙외교에 역풍"이란 제목의 기사에선 "위안부 합의에 대해 시민단체가 국내외에서 활동을 강화해왔지만, 박 대통령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흔들리지 않았다. (중략) 야당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박 정권에의 공세를 강화할 경우 한국 내 여론에 따라 박 씨가 위안부 합의에 대해 일본에 보다 강한 대응을 할 가능성도 있다."

--> 닛케이도 위안부 합의 이행이 쉽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과 일본 정부는 모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조용히(low key) 대응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내년 한국이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 위안부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일본으로서는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 설립과 일본 예산 10억엔 출연 등이 가급적 올해 마무리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일본에서도 한국 측 재단에 예산 10억엔을 투입하는 것을 반대하는 보수층이 적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7월 참의원 선거 이전에는 어렵고, 선거 직후 예산 투입이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이밖에 마이니치는 "고령화에 따라 한국도 60대 이상 인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런 인구변화 이상으로 젊은층의 투표성향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 신문의 한국 총선 관련 기사를 좀 더 꼼꼼히 읽어봤습니다. 야권의 선전과 '국민의 당'에 대한 설명도 적지 않았지만, 국내 언론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아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역시 일본 신문에는 한일 관계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분석과 전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번 총선 결과는 한일 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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