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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안현수 사태로 물러난 '빙상 대부' 복귀

[취재파일][단독] 안현수 사태로 물러난 '빙상 대부' 복귀
▲ 대화 나누는 전명규 교수와 중국 장훙 선수
 
지난 2월28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스프린트 세계선수권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빙속 여제’ 이상화의 라이벌로 떠오른 중국의 장훙 선수는 경기를 마친 뒤 밖으로 나가려다 ‘쇼트트랙 대부’로 불리는 전명규 한국체육대학 교수와 우연히 만났습니다.

장훙은 반갑게 인사했고 두 사람은 간단한 중국어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장훙에게 “전 교수를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나도 어릴 때 쇼트트랙을 했다. 쇼트트랙을 한 선수라면 누구라도 그를 모를 수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2014년 2월 이른바 ‘안현수 사태’로 빙판을 떠나야 했던 전명규 교수는 그날 태릉국제스케이트장의 한 구석에서 남몰래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습니다. ‘한국 빙상의 대부’로 평가되는 그였지만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게 아직 부담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2년 넘게 사실상 ‘은둔 생활’을 해왔던 전명규 교수가 다시 빙판에 복귀하는 것으로 SBS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한 관계자는 “전명규 교수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기술위원이 되기 위해 이달 초 신청서류를 대한빙상연맹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명규 교수 본인도 SBS와의 통화에서 출마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ISU 기술위원회 기술위원(Technical Committee Member)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월드컵을 비롯해 ISU가 주관하는 각종 국제대회의 경기 규정을 만들고 아울러 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요직입니다. 전명규 교수와 함께 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은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A씨와 빙상인 출신 교수 B씨 등 모두 4명입니다.

대한빙상연맹은 오는 22일 추천위원회를 열어 4명 가운데 1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한 뒤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ISU에 통보할 계획입니다. 최종 후보 1명은 오는 6월 6일부터 10일까지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에서 열리는 제56차 ISU 총회에 참석해 다른 나라 후보들과 경쟁을 펼치게 됩니다. 이번 총회 기간에 ISU 쇼트트랙 기술위원장 1명과 기술위원 3명 등 모두 4명을 선출하게 됩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제시한 기술위원 자격 요건을 보면, 1. 인성과 품성이 우수한자 2. 자질(성실성)과 전문적 지식 및 경험이 많은 자 3. 국제적 인지도가 높으며 본 연맹과 ISU와의 협력 관계가 높은 자로 명시돼 있습니다. 국내 빙상계는 이런 요건을 고려할 때 큰 이변이 없는 한 전명규 교수가 최종후보로 추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명규 교수는 과거 4차례의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금메달만 11개를 따내는 업적을 세웠습니다. 전이경, 김동성 등 숱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했고, 안현수 선수도 그가 발굴한 제자 가운데 1명입니다. 이 공로로 2000년엔 체육인 최고 영예인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대한빙상연맹 전무이사를 거쳐 2009년 2월부터 부회장을 맡아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 등 ‘빙속 3총사’의 금메달 획득에도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가 2014년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그는 모든 비난을 혼자 감수해야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례적으로 안현수의 귀화를 언급하며, “안현수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세우기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국선수단 임원이었던 그는 대통령의 이 발언 이후 조용히 귀국해야 했고, 대한빙상연맹 부회장에서 물러나는 등 일선에서 후퇴했습니다. 그 뒤에도 그는 자신의 입장을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전명규 교수는 “당시 기자회견을 열어 진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여러 사정을 감안해 내가 모두 안고가기로 했다. 언젠가는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전명규 교수의 ISU 기술위원 출마는 김재열 대한빙상연맹 회장의 ISU 집행위원 출마와 동시에 이뤄져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ISU 집행위원 선거도 오는 6월초 ISU 총회에서 실시되기 때문입니다. 김재열 회장이 집행위원에 당선되면 규정에 따라 대한빙상연맹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자연히 후임 회장을 선출해야 합니다.

본인은 극구 손사래를 치지만 전명규 교수는 막강한 인맥으로 지금도 여전히 ‘실세’로 불리고 있습니다. 복귀에 시동을 건 그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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