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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48곳에서 여야 지지 표심 바뀌었다

20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을 107석에서 123석으로 늘리며 원내 제1당이 되고, 국회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 있던 새누리당은 현재보다 20석 이상 의석을 잃으며 마무리됐다. 국민의당은 원내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을 훌쩍 넘긴 38석을 획득해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 양당 모두 20대 국회에서 법안 통과를 위해선 국민의당과의 협조가 필수가 됐다.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예상을 뒤엎은 결과’로 평가받고 있는 이번 총선 결과의 의미를 보다 면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19대 총선과 비교해 여야 지지 성향이 바뀐 지역을 따로 분류해 분석했다. 그 결과 표심이 바뀐 지역은 48곳으로 집계됐다. 특히, 여권 지지 성향에서 야권 지지 성향으로 바뀐 곳이 그 반대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나,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제1당 등극과 새누리당 참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지만, 이번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정의당 또는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곳은 34곳으로 집계됐다. 이 중 선거구 변화없이 새누리당 후보가 아닌 야권 후보가 당선된 곳은 28곳으로 나타났는데, 더민주 후보가 당선된 곳이 24곳, 정의당 후보가 당선된 곳이 1곳,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곳이 3곳이었다. 선거구 조정 결과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있던 지역에서 야권 당선자가 배출된 곳은 6곳으로 당선자는 모두 더민주 후보였다. 현역 의원이 새누리당 소속이던 경남 양산시 선거구가 갑과 을로 나뉘어진 결과, 경남 양산을 선거구에서 더민주 서형수 후보가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 것이 대표적이다.

야권 지지 성향 지역에서 새누리당 또는 여권 성향 무소속 당선자가 배출된 곳은 14곳으로 집계됐다. 14곳 중 선거구 변화 없이 바뀐 곳이 10곳, 선거구 조정 결과 야권이 장악하고 있던 곳에서 새누리당 당선자를 낸 곳이 4곳으로 집계됐다. 2개의 선거구 모두를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던 충남 천안시가 3개의 선거구로 나뉘어진 결과, 천안갑 선거구에서 새누리당 박찬우 후보가 당선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 전통적 여당 텃밭에 깃발을 꽂은 야권
여(與)에서 야(野)로 지지세가 바뀐 지역은 대부분 전통적인 여당의 텃밭이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싹쓸이를 했던 대구, 그중에서도 ‘새누리당의 심장부’로 불리는 대구 수성갑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꺾고 당선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외에도 더민주는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에서 5명, 서울 강남권에서 4명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울산에서는 야권 성향 무소속 후보 2명이 새누리당이 현역인 선거구 2곳에서 승리했다.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도 경남 창원성산을 새누당으로부터 탈환했다. 대구와 부산, 서울 강남권은 새누리당의 텃밭 중의 텃밭이다. 때문에 이곳에서 야권이 얻은 1석은 단순히 전체 지역구 의석 253석 중 1석이 아니다. 이번 결과로 공고한 지역주의의 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든든한 지지 기반이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 잃은 1석보다 더 뼈아플 수 있다.

한편, 새누리당 등 여권이 차지한 지역은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의 전남 순천, 정운천 당선자의 전북 전주시을처럼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극복한 곳도 있지만, 야권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강한 곳이 대다수다.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더민주 유인태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도봉을에서 새누리당 김선동 후보는 43.7%의 득표율로 당선됐는데, 2위인 더민주 오기형 후보, 국민의당 손동호 후보의 득표율을 더하면 56.3%로 김 당선자의 득표율을 훌쩍 뛰어넘는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졌다면 승리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서울 강북갑, 서울 관악을, 인천 부평갑과 경기 안산 단원을 등 새누리당이 승리한 곳에서 야권 후보들의 득표율 합은 새누리당 당선자의 득표율보다 10%p 이상 높게 나타났다. 전통적인 새누리당 강세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당선자의 득표율이 야권 후보들의 득표율 합계보다 적은 곳이 1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야권 연대가 이뤄졌다면 새누리당의 의석은 122석보다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 느슨한 여권 결집, 강고한 야권 결집이 부른 20대 총선 결과
이런 결과가 발생한 것은 [ ▶ [마부작침] '마의 벽' 못 깬 58%…'최저 최고 투표율'의 의미]에서 보도했듯 새누리당 지지층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한울 고려대 평화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후보자 공천 이후, 새누리당의 지지 기반인 보수층과 TK, PK지역 유권자 중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투표 자체를 포기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그 여파가 이번 선거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가장 투표율이 낮은 곳은 대구로 나타났고, 새누리당의 텃밭인 영남지역 대부분은 전국 평균 투표율 58%를 하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또, “선거 운동 막판으로 갈수록 야권 단일화가 안 돼 불안감을 느낀 야권 지지층에서 적극적 투표 의사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격전지를 중심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로의 결집도가 증가하는 것이 뚜렷하게 관찰됐다”며, “기존 선거와 달리 여권 지지층의 투표 포기와 결집도 약화, 야권 지지층의 결집도 증가가 이번 선거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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