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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돋보기] "전기차 봇물 터졌다"…에너지-수송 혁명 시동

[뉴스돋보기] "전기차 봇물 터졌다"…에너지-수송 혁명 시동
▲ 테슬라자동차 모델3

지난달 31일 미국의 테슬라 자동차가 예약판매를 시작한 3만5천 달러짜리 전기자동차 모델3가 전기차 신드롬을 전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날렵한 차체에 내연기관 자동차들과 달리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과 배기구가 없는 전기차 모델3의 계기판은 운전석과 조수석 중간에 있는 15인치 터치스크린 모니터가 전부, 소리 없이 출발해서 시속 1백 킬로 미터(60마일)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이른바 제로 백 타임은 6초에 불과하다. 최고시속은 250킬로미터에 달한다.

엔진과 라디에이터, 미션 등이 없어 공간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고, 무거운 자동차 배터리는 자동차 하부에 배치해 무게중심을 낮춤으로서 주행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본으로 장착되는 오토파일럿 기능은 자동차가 센서로 주변 상황을 감지해 사고를 사전에 예방해 준다. 무인 자동차의 전 단계다.
테슬라자동차 모델3
한 번 충전해서 215 마일(346 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고, 테슬라가 전 세계에 운영하는 3천6백 개의 수퍼차저 충전소에서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 수퍼차저에서는 30분이면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테슬라는 내년에는 이 충전소를 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형 마트 주차장 충전소에는 충전 차량에 대해 발레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테슬라는 모델3를 공개하고 예약을 받기 시작한 첫 1주일 동안에만 전 세계에서 32만5천대의 예약을 받았다고 밝혔다. 별다른 광고도 없이 달성한 사상 유례 없는 신차 판매 실적으로, 1백40억 달러(16조원) 어치에 달하는 규모라고 한다. 테슬라 자동차가 친환경 자동차 메이커가 아니라 메인 스트림, 메이저 자동차 메이커가 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테슬라 자동차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신용카드로 1천 달러를 예치하면 예약 끝,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테슬라 매장에 직접 나가 장사진을 이루며 예약차례를 기다렸다.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 아이폰 매장 앞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전문매체인 인사이드이브이(Insideevs.com)는 ‘전기자동차의 봇물이 터졌다“며, 전기차 시장이 티핑 포인트(임계점)를 넘어 본격적인 대중화 시대가 도래 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벌써 제조업체당 20만 대까지 지급되는 대당 7천5백 달러의 전기차 구매 정부 보조금 지급이 언제 끝날 것인지에 대한 분석기사까지 나오고 있다.
 
▲ 테슬라자동차 예약 대기 행렬, 3월31일 (▶ 영상 보러 가기)

테슬라의 그늘에 가려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자동차회사 GM의 움직임은 더 빠르다. 내년 말부터 출고되는 테슬라의 모델3에 대항해 새로운 세브롤레 볼트 전기차를 내놓고 테슬라보다 1년 앞선 올 가을부터 출고하기로 했다.

새로운 볼트EV의 가격은 3만7천5백 달러(4천3백만 원대), 한번 충전으로 2백 마일(338 킬로미터)을 주행할 수 있다. 출발에서 시속 1백 킬로미터 도달 가능시간은 7초다. 테슬라의 모델3 보다 성능은 다소 뒤지지만 출고 시기가 1년 빠르고, 대량 생산 능력이 강점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GM 볼트EV
사상 최저 수준의 기름 값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붐은 계속돼 지난 3월 미국의 전기자동차 판매규모는 1만3천725대로 지난해 3월보다 32.7% 늘어나면서 월간 판매량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된 미국 테슬라의 고급 전기자동차 모델S는 1만5천787대로 같은 기간 유럽에서 판매된 메스세데스 벤츠 S클래스 1만4천990대를 앞섰다.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고급 벤츠 판매를 앞서 2관왕을 기록했다는 얘기다.

세계 주요도시와 국가의 전기차 도입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현재 7천5백 달러인 전기차 구매 보조금에 2천 달러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뉴욕주의 전기차 운행규모를 10년 안에 8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극심한 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는 2030년까지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화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의 전기차 회사 BYD가 미국에 전기버스를 본격 수출하고, 시내에서도 한번 충전에 3백 킬로미터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전기 오토바이도 나오는 등 디젤과 가솔린 내연 기관이 지배하던 운송 분야 에너지원으로 전기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미국 1/4분기 전기자동차 판매 현황
그동안 순수 배터리 전기자동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연료전지차가 혼재하던 자동차 분야의 차세대 엔진 주도권 경쟁은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전기자동차가 주도권을 잡는 분위기다.

증기기관에 이어 인류의 경제 활동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온 내연기관 자동차는 머지 않아 박물관이나 일부 마니아들만이 찾는 골동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교수 토니 세바는 최근 저서 ‘에너지 2030 : Clean Disruption of Energy and Transportation’에서 앞으로 깨끗하고 효율적인 전기가 에너지와 운송 분야에서 기존산업을 와해시키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그 변화와 혁신은 태양광 전기와 전기자동차, 무인자동차가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엔진에 분사돼 연소 또는 폭발한 뒤 바퀴에 전달되는 에너지는 투입되는 열량의 21%, 나머지 79%의 휘발유나 디젤연료는 낭비된다고 토니 세바는 주장한다. 액체연료를 열로 변환시켜 활용하는 내연기관은 에너지 효율이 99%인 전기 모터를 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테슬라 자동차 로드스터의 경우 전기의 88% 이상을 유용한 에너지로 변환시켜 기존 자동차의 4배 이상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주장한다.
 
▲ 테슬라자동차 충전소 발레 서비스 (▶ 영상 보러 가기)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공언대로 2020년 이후 무인자동차까지 상용화되면, 토니 세바가 주장하는 에너지 혁명은 완성된다.

자동차는 필요할 때만 불러 사용하게 되면서 판매량이 지금의 10분의 1 이하로 줄게 되니 에너지 수요는 더욱 감소하게 된다. 고장이 적은 전기자동차가 확산하면 자동차 수리업은 사라질 수도 있다. 자동차 사고의 90% 이상은 사람들의 잘못으로 발생한다. 무인자동차가 확산하면 자동차 사고와 인명피해가 획기적으로 감소하면서 자동차 보험업계는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기자동차 시대가 예상하지 못한 속도로 빨리 다가오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와 정부는 대응에 부심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로 보인다.

인사이드이브이(Insideevs.com)는 현대기아자동차가 뒤져 있는 친환경차 부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는 2026년까지 26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수소전지차를 개발해 토요타에 이어 두 번째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 세계에서 1백20만대 정도의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판매된 상황에서 격차는 너무 크다고 전했다. 특히 순수 전기자동차 분야의 경쟁력 격차는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는 작년보다 902억 원이 늘어난 2천13억 원을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 수소전지 자동차 구매 지원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의 경우 대당 1천2백만 원의 중앙정부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에 따라 최고 7백만 원의 추가 보조금, 세금감면을 포함하면 최대 2천 만원 이상 지원한다.
국내 전기차 보조금
하지만 2015년 국내에서 등록된 전기자동차는 2천821대, 하이브리드 자동차 3만8천629대, 수소연료 전지차 41대로 전체 신규 자동차 등록대수의 2.64%에 그쳤다. 전년도보다 5천대 정도 늘어났지만 2014년 일본의 친환경차 판매비중 27%, 미국 5.7%에 크게 못 미친다.

테슬라 자동차의 대규모 적자, 배터리 제조과정에서의 공해물질 배출 등 논란 속에서도 전기 자동차는 생산단가를 낮추면서 대중화 단계로 진입해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의 입지를 위협하게 됐다.

자동차 가격의 3분의 1정도를 차지하는 배터리 제조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오는 2022년 전기자동차가 가솔린 자동차의 생산단가를 밑돌게 될 것이라는 전망은 그 달성 시기가 앞당겨 지고 있다.

배터리 기술의 발달로 자동차 1대가 저장할 수 있는 전기는 1백KW 이상까지 가능해졌다. 우리나라의 가구당 평균 전력 사용량이 한 달에 4백KW 정도임을 감안하면 1주일 이상 쓸 수 있는 양이다. 한국전력의 전력 예비율이 30%를 넘는 상황에서 이 남는 전기를 자동차 배터리로 저장해 쓴다면 생산하고 버려지는 전기를 더욱 줄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전 전력예비율 : 2016. 4. 8. 14:32
태양광 발전 단가도 급속히 낮아지면서 이미 석탄이나 천연가스, 원자력 등 전통 에너지를 활용한 발전단가를 밑도는 그리드 패러티(Grid Parity)를 지났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깨끗하고 효율적이며 편리한 전기가 소음과 공해물질을 내뿜는 전통 에너지를 본격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기자동차 시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전기자동차 기술이 무선충전 기술, 태양광 기술, 무인자동차 기술과 융합하면서 에너지와 운송 산업에 몰아닥힐 변화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 폰의 등장과 함께 많은 기업들이 도태한 것을 생각하면, 전기자동차와 함께 몰아닥치고 있는 변화의 태풍이 얼마나 거셀지 설렘과 불안으로 잠이 오지 않을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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