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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日 목숨 건 '명물 마츠리'…위험 무릅쓰는 이유는?

[월드리포트] 日 목숨 건 '명물 마츠리'…위험 무릅쓰는 이유는?
일본을 흔히 마츠리(축제, 祭り)의 나라라고 하죠. 사시사철 일본 전역에서 열리는 마츠리가 1천 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그 마츠리 가운데서도 '명물 중의 명물'로 통하는 마츠리가 지난 주말부터 시작됐습니다. 바로 일본 3대 특이한 마츠리(奇祭)중 하나인 나가노현의 '온바시라 마츠리'입니다. 교토 기온마츠리 같은 3大 마츠리가 아니라, 특이함에서 견줄 데가 없다는 의미의 3大 기제(奇祭)입니다. 긴 설명을 할 필요없이 아래 동영상부터 잠시 보시죠.

  
▲ 온바시라 마츠리 주요 장면, 日 NTV 화면

30도 경사의 비탈길을 미끄러져 내려오는 건 전나무입니다. 길이 17미터, 둘레 3미터, 무게는 10톤 가까이 나갑니다. 수십 명이 올라타서 흥을 북돋우고, 양옆으로는 수백 명이 밧줄을 잡고 뛰어내려옵니다. 온바시라 마츠리 전반부인 '산 나서기(山出し)'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나무 떨어뜨리기(木落し)'입니다. 이어서 작은 하천을 건너는 장면은 '강 건너기(川越え)'입니다.

이런 식으로 전나무 16그루를 옮깁니다. 한 그루 옮기는데 1천 명 정도가 힘을 보태야 합니다. 나가노현 스와지역의 스와대사(4개의 신사를 묶어서 스와대사로 부릅니다)까지 10km 안팎의 거리를 이동합니다. 옮긴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네 신사 각각의 모서리 4곳 즉 모두 16곳에 옮겨온 전나무를 일으켜 세워야(나무 세우기, 里曳き) 끝이 납니다.
스와신사 건물 각 모서리에 옮겨온 전나무를 세우는 ‘사토비키(里曳き)’
 
올해의 경우 4월 2일 공식 개막해서 5월 16일에 마지막 나무 세우기가 끝나니까, 한달 보름 동안 진행되는 마츠립니다. 이걸 매년 하기에는 무리겠죠. 12간지 가운데 범띠와 원숭이띠 해, 그러니까 6년 간격으로 7년마다 열립니다. 

마츠리가 진행되는 동안 일본 전국에서 20만 명이 관광을 온다고 하는군요. 나무 떨어뜨리기나 강 건너기, 나무 세우기 같은 중요 행사 때는 유료 관람석이 마련됩니다. 꽤 오래전에 예매를 하지 않으면 좋은 자리 잡기가 어렵습니다. 일본 마츠리 대부분이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미 외에도 이런 지역사회 활성화, 경제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합니다.

온바시라 마츠리 홈페이지에 따르면 1천2백 년 역사를 자랑하는 행사라고 합니다.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지역 사회 전체가 토목 사업에 동원되던 것이 스와신사와 연결되면서 종교적 의미가 더해지고 하나의 지역축제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 가장 그럴 듯했습니다.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과 지역 주민들의 용맹과 용기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더해져 있습니다. (일본 마츠리에 관해서는 워낙 마니아가 많고, 훌륭한 블로거도 많아서 제가 어쭙잖은 설명을 더하는 것보다 관심있는 분들은 찾아보시는 편이 나을 듯 싶습니다.)     
본궁 1번 나무를 옮기는 영예를 차지한 마을 주민들의 헹가래(좌), 본궁 1번의 나무 떨어뜨리기(우)
16그루 가운데 스와대사 본당에 쓰는 첫번째 나무를 '본궁 1번(本宮一)'이라고 부르는데, 이 나무를 옮기는 것을 지역사회에서는 최고 영예로 여깁니다. 부족사회 성격이 강한 스와지역 6개 마을이, 행사 몇 달 전에 신사에 모여서 추첨을 합니다. 어느 마을이 '본궁 1번' 나무를 옮기는 영예를 차지할 것인지 정하는 겁니다.

엄청난 볼거리임에는 분명합니다만 사실 너무 위험합니다. 거의 매회 사고가 납니다. 1980년, 86년, 92년, 2010년 행사 때 각각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2010년 행사 때는 마츠리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인 '나무 세우기'를 하던 도중에, 나무 꼭대기에 서 있던 3명이 떨어져서 2명이 숨졌습니다.

스와지역 역사 안내인 나카야마 씨의 2010년 사고 당시 인터뷰를 보면,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가 나와도 매지를 않는다. 나무 세우기는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에 용맹을 과시한다는 의미에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는 말이 나옵니다. 2010년 사고도 역시 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상황에서, 나무를 끌어 당기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일어났습니다.
안전 벨트를 매지 않은 2010년 사고 당시 장면(좌) 원칙적으로는 안전 조치를 취하도록 합니다.(우)
전통을 계승하고, 지역사회의 결속을 다지고,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 또 일본에서 마츠리의 의미 자체가, 평소 엄격한 절제와 규율을 강조하는 분위기에서 작심하고(?) 풀어지는 기간이라는 측면도 있습니다. 때문에 온바시라 마츠리의 다소 무모함(?)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지역사회의 축제가 점차 사라지거나, 관 주도의 형식적이고 재미없는 행사로 전락하고 있는 한국 상황을 생각하면 부러운 마음도 크고…)

일본의 일반적인 사고방식이라면, 사고가 나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세울 때까지 행사를 중단했을 겁니다. 그런데도 마츠리 특히 온바시라 마츠리에 관해서만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너그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언론 역시 비판적인 내용보다는 '세는 해로 7년 만에 열리는 엄청난 볼거리'라는 점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와 포스트를 꽤 살펴봤는데도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회의가 열렸다", "무사하게 행사를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는 식의 격려가 주를 이뤘습니다. "너무 위험하지 않느냐?", "야만적인 부분이 있다"라는 비판적인 글이 몇개 있었지만, 대부분 "세대를 넘어선 결속"을 강조하는 강력한 항의와 반박글에 묻히기 일쑤였습니다.

위험하고 때로는 인명 피해가 있더라도, 전통을 계승하고 "세대를 뛰어넘은 지역사회 결속'을 위해서라는 '온바시라 마츠리'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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