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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 많은 관상어 '디스커스' 中에 첫 수출

[취재파일] 정 많은 관상어 '디스커스' 中에 첫 수출
● '관상어의 황제‘ 디스커스

디스커스는 아마존 원산의 열대어다. 디스커스란 이름은 생김새가 디스크, 즉 원반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다 크면 몸길이가 20cm 정도다. 키우다보면 매력에 빠져 그 새끼를 기르고, 또 새끼의 새끼를 기르다 평생 기르게 된다는 관상어다.

한 디스커스 동호인은 "디스커스를 수족관 하나로 키우기 시작했다가, 지금은 집안 전체에 디스커스를 기르는 수족관으로 채웠다"고 말했다. 그런 동호인이 많다.
새끼를 키우는 디스커스
● 사람을 부끄럽게 만드는 관상어

디스커스 최고의 매력은 부부가 정성을 다해 새끼를 기르는 모습이다. 수족관에 낳은 알이 부화를 하면 새끼들은 부모의 몸에 거의 달라붙은 채 생활을 한다. 부모의 몸에서 새끼의 먹이가 분비되기 때문이다. 어미가 새끼를 달고 다니다가 힘들어지면 아빠가 새끼들을 몸에 달고 다닌다.

부모는 새끼가 2~3cm의 길이로 자랄 때까지 그렇게 정성을 다해 키운다. "자식은 아랑곳하지 않고 헤어지기도 하고, 학대하다 못해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최근의 사람들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드는 물고기"라고 한 동호인은 말했다. 그렇게 정이 많은 관상어가 디스커스다.
디스커스 '홍월'
● '홍월(紅月)’ 인기

그래서 키우는 사람이 많다. 관상어의 황제로도 불린다. 이 디스커스도 대부분의 관상어처럼 품종 개량을 통해서 다양한 색깔을 가진 품종이 생겼다. '블루 다이아몬드', '터콰이즈'같은 종류가 유명하다. 최근에는 붉은 달을 닮았다 해서 이름 붙여진 홍월(紅月)이란 품종이 인기다. 특히 붉은 색에 열광하는 중국인들이 홍월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동호인들도 많이 키운다. 품종 개량을 통해 홍월이 처음 만들어진 곳은 일본이다. 품종 개량은 여러 품종의 교배를 통해서 이뤄진다. 그리고 개량 방법은 철저한 비밀이다. 다른 곳에서 같은 방법으로 만들 수 있다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새끼를 키우는 홍월

● 최고 품종 국산 홍월 개발

새롭게 만든 품종의 가장 큰 고민은 고정율(固定率)이 낮다는 것이다. 고정율은 새끼가 부모와 같은 색과 무늬를 갖고 태어나는 비율이다. 부모가 홍월이면 새끼도 홍월로 태어나는 것이다. 홍월의 고정율은 50%를 넘지 않았다. 흰색이 좋아서 하얀 풍산개 한 쌍을 키웠는데 새끼 중 절반은 누렁이나 점박이가 태어나는 셈이다. 선명한 색도 세대를 거듭할수록 사라진다. 붉은 색이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의 관상어 양식업체들은 명품 부모가 명품 새끼를 낳게 만드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고정율 높이기 경쟁이다. 업계는 우리나라 관상어 산업을 걸음마 단계로 본다. 하지만 양식과 품종 개량기술만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한다. 고정율이 낮은 홍월의 고민을 우리 양식업체가 해결한 것이다.

● “물고기에 미쳐 대학 포기” 

가람 디스커스 문창배 사장은 관상어가 좋아서 대학 진학도 포기했다. "중학교 때부터 물고기에 미쳤다"고 말했다. 붕어를 잡아다 키웠고, 금붕어를 얻어서 이 붕어와 교배시키기도 했다. 그때부터 관상어 육종 방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지금은 수도권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열대어 양식업을 하고 있다. 관상어를 기르는 장비도 만들고 판매도 한다. 하지만 주 업종은 디스커스 품종 개량이다.

문 사장은 "세계 최고의 홍월 품종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자신했다. "고정율을 70% 이상으로 높였고, 색도 선명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하이 관상어 박람회에 이 국산 홍월을 출품했다. 기대대로 붉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인기를 독차지 했다. 치어 500마리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 ‘디스커스’ 첫 중국 수출

관상어 대국인 중국에 관상어를 수출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는 것처럼 어렵다는 게 정설이다. 우리의 관상어 산업은 일본에서 들여온 비단잉어를 키워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래서 90년대 초반부터 유망 산업으로 자주 거론됐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 수급에 만족하고 있다. 중국의 저가공세 때문이다.

해수부는 중국의 양식 기술은 우리와 비슷한 것으로 판단한다.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때문에 비슷한 관상어를 반값에 세계 시장에 팔 수 있는 것이다. 업계는 그런 중국에 국산 홍월을 수출하게 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흥분한다. 

그것도 국내보다 10배 정도 비싸게 팔고 있다. 국내서 5천 원 정도에 거래되는 홍월 치어를 5만원에 팔기로 한 것이다. 중국의 수입업체는 이 홍월을 잘 키워서 한 쌍에 1천만 원 이상에 팔고 있다. 그리고 물량을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문 사장은 요구 물량의 절반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상어 기르는 수족관
● 관상어 산업도 ‘블루오션’

최근 국내에도 집이나 사무실에 수족관을 설치하고 관상어를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정부는 매년 7~8%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전에는 대형 수족관에 비단잉어나 용으로 불리는 대형 관상어 아로와나를 키우는 것이 부의 상징이었다. 최근에는 소형 관상어가 대세다. 다 커도 몸길이가 5cm가 채 안 되는 구피나 크리스탈 새우가 인기다. 
수초 수족관
수족관에 소형 암석 등으로 장식을 하고 수초만 키우는 동호인도 늘고 있다. 물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일만큼 아예 한쪽 벽 전체를 수초 어항으로 꾸민 경우도 있다. 관상어보다는 관리가 쉽다고 한다.

관상어를 강아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로 생각해 '아쿠아 펫'으로 부른다. 국내에 100개 정도의 동호회가 결성돼 있고, 50만 명이 활동 중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이렇게 관상어나 수초를 집안에 들여놓고 관리하며 즐기는 것을 '물 생활'이라 부른다.
'용'으로 불리는 아로와나
크리스탈 새우
구피
● 잘 키운 관상어는 ‘수족관의 보석’

세계 시장 규모는 50조 원에 이르고 있다. 국내 시장은 4천억 원 정도다. 관상어, 수족관은 물론 수초, 공기 공급 장치, 장식물이 모두 이 산업에 속한다. 세계시장은 계속 크고 있다.

잘 키운 비단잉어, 남미가 원산인 아로와나는 색깔이 좋으면 1억 원 이상 값이 나간다. 소형 어종인 구피나 크리스탈 새우도 마찬가지다. 선명한 색깔과 무늬의 특이성에 따라 수백만 원에 거래된다. 같은 크기의 금보다 비싼 가격이다.

그래서 관상어는 수족관의 보석으로 불린다.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얘기다. 바로 이웃나라 중국은 관상어의 세계 최대 시장이다. 그래서 정부도 블루오션으로 생각한다. 해양수산부는 수산분야 10대 수출 육성 품목으로 정했다.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관상어 도매업체
● 관상어 산업 80%는 아직 수입 의존

명품 홍월을 만들어낸 문창배 사장의 양식장을 보고는 무엇보다 그 영세함에 놀랐다. 무너져가는 비닐하우스에 있는 수족관 수십 개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당연히 중국이 요구해도 홍월을 생산할 시설이 없다. 없어서 못 파는 실정인 것이다. 

영세한 우리의 관상어 양식업체들은 그나마도 전국에 흩어져 있다. 비단잉어는 충북 등 중부권에, 구피나 크리스탈 새우는 경기 북부에, 디스커스 같은 열대어는 경기 남부에 많다. 관상어를 사러 외국인이 와도 다 돌아볼 시간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수도권에 다양한 관상어 양식업체를 한 곳에 모을 수 있는 대형 양식 시설의 필요성이 강조돼왔다. 해수부의 적극 지원 약속에도 불구하고, 올해 관상어 산업 관련 예산은 1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니 우리나라 관상어 관련 산업의 80%는 아직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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