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21세기, 세계 금융자산 최대 2경 8천조 원 사라진다…이유는?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6.04.06 09:43 수정 2016.04.06 11: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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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바디 에너지(Peabody Energy)"

<피바디 에너지>는 민간 영역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피바디 에너지는 현재 미국과 호주에 사업장을 두고 전 세계 25개국과 교역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석탄 기업인 피바디 에너지, 하지만 피바디 에너지 홈페이지에는 지난 3월 31일자로 최근 줄어들고 있는 석탄 수요에 맞춰 한 사업장에서 직원 235명을 해고 하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는 보도 자료가 올라와 있다.

직원의 15% 정도나 해고하게 된 것은 현재 미국의 석탄 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편리한 천연가스가 과잉 공급되고 있는데다 지난겨울 날씨마저도 평년보다 포근했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난방이 필요했던 날이 한해 전보다 17%나 줄었고, 3월에도 10년 평균에 비해 난방이 필요했던 날이 30%나 줄었다. 기후변화에 석탄 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석탄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직원이 해고되고 있는데 주가가 올라갈리 만무하다. 지난 4월 4일 현재 피바디 에너지의 주가는 2.25달러다. 1년 전인 지난해(2015) 4월 13일 주가가 77.85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35로 떨어졌다. 단순히 주가로만 보면 1년동안 기업 가치의 97%가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특히 8년 전인 2008년에는 한 주에 1,320달러를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피바디 에너지 주식 가치는 8년 전과 비교해 1/530로 떨어졌다. 8년 전과 비교해 기업 가치의 99.8%가 증발한 것이다. 주식이 거의 휴지 조각이나 마찬가지가 된 것이다. 지속되는 기후변화에 기업의 시장가치가 제로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21세기 기업의 금융 가치는 어떻게 변할까? 기후변화와 직접 관련이 있는 기업의 가치는 올라갈까 아니면 떨어질까? 기후변화에 직격탄을 맞는 기업이 피비디 에너지 하나로 끝날 것인가?

영국의 런던정치경제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 연구팀이 경제 예측 모형을 이용해 기후변화로 인해 2100년까지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과 기업가치의 손실액이 어느 정도나 될 것인지 추산했다(Dietz et al., 2016).

논문에 따르면 현재와 비슷한 추세로 2100년까지 온실가스를 계속해서 배출할 경우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2.5℃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세계 금융자산은 2조 5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천 887조원(1달러=1,155원)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현재 전 세계 화석연료 관련기업 시가총액이 5조 달러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정도가 증발하는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급격하게 진행되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할 경우 국내총생산과 기업가치 하락분이 최대 24조 2천억 달러, 우리 돈으로 2경 7천 9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비록 21세기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최악의 경우로 치닫을 가능성이 1% 정도로 크지 않지만 만약 최악의 경우로 치닫을 경우 단순히 화석연료 관련기업뿐 아니라 전 세계 자산의 17%가 사라지면서 세계 경제가 파탄이 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물론 지난해 12월 파리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한 대로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보다 훨씬 작게 제한할 경우 세계 금융자산 손실액은 크게 줄어든다. 이 경우 최소 1조 7천억 달러에서 최대 13조 2천억 달러 정도로 손실액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기후변화가 금융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은 우선 슈퍼 태풍이나 홍수, 한파, 폭염, 슈퍼 엘니뇨, 빠르게 녹아내리는 극지방 빙하와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기상이변이 직접적으로 기업의 자산을 망가뜨리거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다. 두 번째는 기후변화가 근로자 등에 영향을 미쳐서 지적생산성이나 노동생산성을 떨어뜨려 결국 비용을 증가시켜 전체적인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다.

지금까지는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의 기업가치 하락이 피바디 에너지 경우처럼 화석연료 관련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이미 화석연료 관련 기업뿐 아니라 국가나 세계 경제에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하지 않을 경우 21세기에는 이 같은 위협이 더욱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화석연료 관련 기업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국가의 자산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21세기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자산에 손해를 끼치지 않는 시나리오는 없다.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감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자는 투자하는 기업이 화석연료 관련기업인지 아닌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기업인지 아닌지, 또 기후변화 시대에 장기적으로 이 기업이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지 등도 따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자산을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사람이나 기관일수록 기후변화 영향을 더욱 꼼꼼하게 따져야 하는 시대가 됐다. 기후변화에 직격탄을 맞는 기업이 피바디 에너지 하나뿐이겠는가? 이제 시작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참고문헌>

* Peabody Energy Homepage (http://www.peabodyenergy.com/)
* Simon Dietz, Alex Bowen, Charlie Dixon and Phillip Gradwell, 2016: 'Climate vale at risk' of global financial assets,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972 

(사진=게티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