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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택연금 복리이자의 함정 아시나요?"

[칼럼] "주택연금 복리이자의 함정 아시나요?"
주택연금 가입을 독려하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연금 가입의 문턱을 낮춰 가입 대상을 늘리고 명예 홍보대사까지 뽑아 주택연금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부채감축, 노후대비, 주거안정이라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일단 가입하고 나중에 해지해도 된다. 연금 지급액이 줄어드니까 빨리 가입하는 게 좋다.“
 
주택연금을 홍보하는 이런 말들을 듣다 보면 “가입 안 하면 바보네”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정부가 이렇게 몸이 달아 주택연금 가입을 독려하는 이유는 고령화와 노인 빈곤 문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통계만 들춰봐도 그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파산 선고를 받는 4명 중 1명은 60대 이상의 노인이고, 전체 가구 소득에서 중간 이하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노인 빈곤층이 절반이나 된다. 게다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까지 겹쳐 2050년이 되면 경제활동인구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까지 예상되고 있다.
 
어떻게든 노인을 단순한 부양의 대상에서 경제력을 갖춘 경제활동 주체로 돌려놓는 게 시급한 정책과제인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국민연금은 이미 용돈 연금으로 불리는 수준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이제 주택연금에 그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70% 정도의 노인들의 집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 자산을 소득으로 전환시켜 노인빈곤을 해결하고 복지예산 부담도 줄이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정책적 효과야 이렇다 치고 그럼 개인 가입자에게도 득만 되는 걸까? 물론 이득이 확실한 경우는 연금을 꼬박꼬박 받으면서 중도 해지 없이 예상 수명보다 오래 사는 경우다. 

그러나 주택연금은 1, 2년도 아니고 20년, 30년짜리 장기 금융상품이다. 하루 앞도 내다보기 힘든데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를 일이다. 부득이하게 중도에 해지해야 하는 상황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집값이 많이 올라서 받은 돈을 돌려주고 해지를 하는 게 이익이 된다 싶을 때도 있겠고, 집안에 큰 돈 쓸 일이 갑자기 생겨서 집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또 자식 몰래 가입했는데 자식들 등쌀에 해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이런 경우가 많을 거라고 예상을 한다. 노인들인 만큼 연세가 더 들고 건강이 안 좋아지면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 요양원으로 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거주 요건을 못 지키게 된다. 전세를 줄 수도 없으니까 해지를 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또 연금을 받다가 사망하면 그것도 일종의 해지에 포함된다. 실제로 작년 기준으로 해지율은 11.8% 정도로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러니까 이러저런 이유로 해지했을 때 손해를 보게 되는 건 아닌지, 가입 전에 따져보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가장 중요한 이 부분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 보면 받은 대출금과 이자를 돌려주면 된다고만 간단히 명시돼 있을 뿐이다.
 
주택연금에 적용되는 대출 이자율은 CD금리에 1.1%를 더해서 적용된다고 공지돼 있다. 지금 기준으로 연리 2.7% 쯤 되는 이자율이다. 그럼 받은 연금과 2.7% 이자율만 단순히 계산해서 나온 금액만 돌려주면 되는 걸까?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여기에 바로 복리 이자의 함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대출이자가 사실은 복리로 적용되는데 이걸 알 수가 없다. 제대로 된 설명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복리 대출 이자가 중요한 이유는 주택연금에 가입했다가 해지를 할 때 돌려줘야 될 금액이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한 달에 연금 100만 원씩을 받았다면 첫 달 대출금액은 100만 원에 연리 2.7%의 이자가 더해진 금액이 된다. 그리고 다달이 연금을 받을 때마다 이자가 더해진 금액에 다시 이자가 붙어 더해지는 월 복리 대출 상품인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 돌려줘야 하는 돈은 월 복리로 늘어난 이자 때문에 자신이 받은 연금 총액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다.
 
반환금을 키우는 요인은 또 하나 있다. 연금을 받을 때 보증료라는 걸 내야 하는데 처음에 초기보증료로 주택가격의 1.5%, 그리고 해마다 보증료로 보증 잔액의 0.75%를 계속 내게 돼 있다. 그런데 현금으로 내게 하면 연금 받는 금액이 줄어드니까 이 보증료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대출을 일으켜 해당 금액이 연금대출 잔액에 더해지는 형태로 이뤄진다.

한마디로 수수료 개념인데 보증료인 이 돈에까지 다달이 복리로 이자가 더해져 대출금을 늘리는 것이다.
 
구체적인 액수는 경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지만 한 달에 10만 원씩 10년간 주택연금을 받아 모두 1억2천만 원이 연금을 받았다가 해지할 경우 자신이 받은 1억2천만 원에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정도를 더 얹어서 돌려줘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에 연금 수령이 기간이 15년, 20년으로 늘어나면 대출총액이 커지는 만큼 복리 이자가 주는 부담은 훨씬 더 커지게 된다. 그래서 ‘복리 이자의 함정’이라고 할 수 있는 거다.
 
물론 이렇게 중도 해지할 때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주택연금 자체의 노후대비 효용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소득이 없어 막막한 노후에 주거 안정과 생활비를 보장해주고 나라 경제의 운용에도 도움을 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개인에 따라 이해 특실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선택권을 제대로 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출이자가 월복리로 적용되고 그래서 중도 해지 때 어느 정도의 부담이 있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사전에 가입자의 선택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주택연금이 도입된 지 10년이 된 만큼 지금까지의 재무 상황과 수익을 공개하고 현재의 이자율이 적절한지, 보증료 부담은 과하지 않은지, 보증료에 대한 복리이자율 적용을 개선할 여지는 없는지 등을 다시 한 번 살펴봐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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