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기 엔진은 내부가 녹아내릴 정도로 심하게 훼손됐습니다. 엔진에 어떤 이상이 있었다는 방증이기 때문에 사고 원인이 밝혀지고 결함이 해소될 때까지는 같은 기종의 비행을 완전히 중지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공군은 ‘일부’ KT-1에만 비행 중지 조치를 했습니다. 터키, 인도네시아, 페루 등 KT-1을 수십 대씩 수입해 운용하고 있는 나라에는 지금까지도 ‘엔진 화재 후 비상착륙’ 사고를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나라 안에서는 100대 넘는 KT-1 계열의 비행 중지 사실을 언론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숨겼습니다.
대형무기 수출-수입국 간에는 통상적으로 기술 협력체를 구성합니다. 무기가 고장 나거나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때 정보를 교환하고 적시에 조치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공군도 KT-1을 수입한 터키(40대), 인도네시아(22대), 페루(20대)와 그런 그룹을 조직했습니다.
그뿐입니다. 비행 중 엔진에 고열과 불이 나서 쇳덩이가 녹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공군은 KT-1 수입 3개국에는 알리지 않았습니다. 공군과 제조사인 KAI 측은 여러 가지 해명을 하고는 있는데 구차합니다. “오래된 기종이지 않은가?” “정비 문제일 수도 있었다.” 등등
터키, 인도네시아, 페루가 구매한 KT-1도 우리 공군과 같은 원인으로 사고를 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사고 사실을 통보했어야 했습니다. 입장을 바꿔서 우리 공군이 외국 항공기를 샀고, 판매국에서 해당 항공기 사고가 났는데도 알려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 ‘107대 비행 중지’도 숨겼다…국내 비행 중지는 제대로 됐을까
공군은 KT-1을 85대, 그리고 KT-1의 형제(兄弟)기인 전술통제기 KA-1을 22대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군은 “사고가 난 지난 달 9일부터 사고 원인(스타터 제너레이터 이상)이 밝혀진 24일까지 보름 동안 KT-1과 KA-1 107대 모두에 대해 비행 중지 조치를 내렸다”고 지난달 30일에야 뒤늦게 밝혔습니다.
공군이 이렇게 KT-1 사고를 꽁꽁 묻으려고만 하다 보니 흉흉한 설(說)들이 나돕니다. “참모총장에게도 즉시 보고를 하지 않았다.” “KA-1에 대해서는 닷새 정도 지나서야 비행 중지 조치를 했다.” 폐쇄적인 군이 폐쇄적으로 일을 처리한 탓에 생긴 말들입니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