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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극 해빙(海氷) 사상 최소…올봄 기상이변 부르나

[취재파일] 북극 해빙(海氷) 사상 최소…올봄 기상이변 부르나
“강물의 얼음두께가 얇아지면서 주민들의 이동 수단인 스노모빌(snowmobile)이 물속으로 빠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포트 유콘(Fort Yukon)의 명물인 개썰매 경주가 올해는 얼음 위에서 출발하지 못하고 마을 중심부에서 출발했다.” 최근 외신을 통해 들어온 미국 알래스카 주의 이야기다.

미국 알래스카 주의 경우 겨울이면 보통 강의 얼음이 60~90cm 두께로 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는 강물의 얼음두께가 스노모빌 같은 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최소 두께인 50cm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지난겨울 북극권 강물의 얼음이 기록적으로 얇아진 것은 북극권이 그 만큼 뜨거웠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북극의 기온은 평년보다 1.5℃나 높아 1900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20세기 초와 비교해서는 3℃ 이상 높은 것이다. 기록적인 지구온난화와 함께 적도 동태평양의 수온이 평년보다 2.6℃나 높은 슈퍼엘니뇨 현상까지 겹치면서 지난 겨울철에도 전 지구적으로 이상고온 현상이 계속됐다.

지난 1월 지구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13℃나 높았고, 2월 지구 평균기온도 평년보다 1.35℃나 높았다.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된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매월 연속적으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극의 온난화 속도는 전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북극의 이상 고온현상은 북극을 덮고 있는 해빙(Sea ice) 면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예상대로 지난 겨울철 북극 해빙 면적은 1979년 미 항공우주국(NASA)이 북극의 해빙을 위성으로 관측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지난 겨울 북극 해방면적의 최대치는 지난 3월 24일 기록됐다. 3월 24일 북극 해빙 면적은 평년(1980~2010년 평균)보다 112만 제곱킬로미터나 작은 1천 452만 제곱킬로미터를 기록했다. 평년보다 한반도 면적의 5배 정도의 해빙이 줄어든 것이다.

지금까지 겨울철에 북극 해빙 면적이 가장 작았던 해는 2014~15년 겨울철로 1천 454만 제곱킬로미터였다. 겨울철 해빙면적이 지금까지 최소 기록보다 2만 제곱킬로미터나 더 줄어들면서 겨울철 북극 해빙면적이 관측사상 최소가 된 것이다.
 
북국의 해빙이 기록적으로 줄어든 것은 우선 지구온난화와 슈퍼엘니뇨의 영향으로 지난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 지구 기온 특히 북극의 기온이 기록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립설빙자료센터(NSIDC)는 북극의 기온이 겨울철 내내 평년보다 높았고, 특히 극점 주변과 러시아 북쪽의 카라 해(Kara Sea)에서 스발바드(Svalbard) 제도에 이르는 해역은 최고 6℃나 높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바람도 해빙 형성에 도움이 안됐다. 지난겨울 북극주변에서는 남쪽의 따뜻한 공기가 극 중심지역으로 모여들면서 해빙이 확장되는 것을 막았다.

겨울철 북극의 해빙면적 역대 최소가 여름철 해빙면적 최소까지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줄어든 북극의 해빙면적은 북반구 기후나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반적으로 바닷물은 들어오는 햇빛의 90% 이상을 흡수하는 반면에 해빙은 들어오는 햇빛의 절반정도만 흡수하고 절반정도는 반사한다.

특히 눈으로 덮여 있는 해빙은 들어오는 햇빛의 90%를 반사한다. 결국 바다가 얼지 않고 물이 그대로 있는지 얼음으로 덮여 있는지에 따라 지구가 흡수하는 열은 크게 달라지는데 해빙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지구는 더 많은 열을 흡수하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극야가 나타나는 겨울철보다는 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여름철에 크게 나타난다.
겨울철에 해빙면적이 평년보다 줄어든다는 것은 해빙이 없는 바다가 그 위에 있는 공기를 뜨겁게 가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지 않은 따뜻한 바닷물이 북극 상공의 차가운 공기를 따뜻하게 덥히는 것이다. 북극의 해빙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북극 상공의 공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북극을 덮고 있는 공기가 점점 더 팽창하게 된다. 또 해빙면적이 줄어들면 바닷물이 더 많이 증발하게 돼 북극 상공에 수증기가 늘어나게 되는데, 수증기가 늘어나면서 담요 역할을 하는 구름이 많이 만들어져 북극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게 된다.

평상시보다 따뜻해진 북극은 바로 남쪽에 있는 중위도 지역의 기후나 날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우선 북극이 따뜻해지면 따뜻해질수록 적도와 극지방의 온도차가 줄어들면서 제트기류는 약해진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제트기류가 평상시보다 더욱 심하게 굽이치게 되는데 이때 중위도 지역에서는 평상시보다 저온 현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봄철에도 서늘한 날씨가 오래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반대로 이상 고온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정상적인 공기 흐름을 막아 기상 이변을 오래 지속 시키는 블로킹(Blocking)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평상시와 다른 이변을 부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북극의 고온현상이 중위도에 미치는 영향은 봄철보다는 겨울철에 더 크게 나타난다. 하지만 기록적인 지구온난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슈퍼엘니뇨와 겨울철 북극 해빙면적 사상 최소까지 겹치면서 혹시 올봄에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참고문헌>

* 김백민 박사, 극지연구소(개인 교신)
* NSIDC, Another record low for Arctic sea ice maximum winter extent.
  http://nsidc.org/arcticseaicenews/
* NASA, 2016 Arctic Sea Ice Wintertime Extent Hits Another Record Low.
http://www.nasa.gov/feature/goddard/2016/2016-arctic-sea-ice-wintertime-extent-hits-another-record-low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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