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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 '거대 담벼락'…남의 집 감옥 만든 건설사

업체 대표에게 '담벼락 설치' 이유 묻자…고성과 욕설

<앵커>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집 바로 앞에 담벼락이 세워져 현관문도 열 수 없고 창문도 막혀버린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한 건설사가 자신들 땅이라며 이렇게 남의 집 앞에 담벼락을 세우는 기막힌 일이 서울 시내에서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 리포트입니다.

<기자>

도로 옆에 있는 낡은 단독주택.

창문과 현관문이 분명히 있는데, 여기 바짝 붙여서 담장이 길게 처져 있습니다.

반지하 주택처럼 보일 정도인데, 창문은 절반 정도가 완전히 막혔고 현관문으론 출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 집에 사는 65살 장애인 이 모 씨 부부는 하는 수 없이 다른 쪽 화장실 벽면을 뚫어 새 현관문을 만들고 있습니다.

[현관문 설치 작업자 : 화장실 겸 출입문(을 만드는 중이에요.) (원래 있던 문은요?) 저기 (기존 현관문은) 막혀 있잖아요. (화장실에 사람이 있으면요?) 기다려야지, 뭐.]

단독주택 바로 옆에서는 117가구 규모의 대형 빌라 촌 신축공사가 한창입니다.

담벼락은 바로 이 건설사 대표의 지시로 만들어졌습니다.

[빌라 건설사 관계자 : 원래 여기까지 우리 땅이기 때문에, 이분들이 (현관문을) 쓰면 안 돼요. 이거 함부로 취재하면 큰일 나. 이 땅 주인(건설사 대표)도 어마어마한 분이에요. 장애인이 무슨 자랑이에요?]

해당 업체는 빌라촌 옆에 도로를 내면서 담장을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건설사 관계자 : 문이 열리는 건 자기들 땅에서 알아서 해야지, 우리가 어떻게 그분들 문 열리게까지 해줍니까?]

건설사 대표는 10여 년 전 이 씨 부부의 집의 일부가 자기 토지를 침범했다고 소송을 내서 이긴 적이 있습니다.

당시 장애인 부부는 판결대로 집의 일부를 헐어내고 그때까지 무단점용 사용료도 냈습니다.

[이규미/단독주택 거주자 : 이거(불법 점거한 주택 일부)를 다 떼어 주고, 3천800만 원 사용료도 때리는 거예요. (당시 진 빚을) 원금도 못 갚고 있어요, 지금도 이게.]

이후 건설사 대표가 이 지역 본인 땅 일대에 빌라촌을 지면서 부부와의 토지 분쟁은 더 심해졌고, 구청 측이 이 씨 부부에게 집을 건설사 측에 파는 게 어떠냐고 권유하기도 했지만, 감정의 골만 깊어졌을 뿐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은 굳이 담벼락까지 설치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업체대표와 만났지만, 고성과 욕설에 취재는 불가능했습니다.

[건설사 사주/담장 설치 : 뭐하는 거야 지금? 카메라 치워! 발길로 차기 전에 새끼야!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전 더이상 취재 못 합니다. 갑시다.) XX라고 자빠졌네, 이 새끼. 너 이 새끼 이리로 와!]

이후 건설사 측은 별도의 입장자료를 보내왔는데, 오히려 피해자는 자신들이라며 이 씨 부부가 기존 현관문을 계속 사용하면 도로가 깔린 건설사 사주의 땅을 계속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막아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광석/부동산 전문 변호사 : (땅 소유권과 별개로) 담을 쌓느냐 마느냐 하는 부분은 (부부의) 생존권이라든지 생활권을 현저히 침해하게 된다면 (땅 주인의) 권리의 남용으로 갈 수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죠.]

화장실 청소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장애인 부부는 법적 대응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면서 도와달라고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게 뭐예요, 무슨 우리 집이 감옥이에요? 아무리 자기 땅이라지만 사람이 살 권리는 줘야 할 것 아니에요. 우린 할 수가 없잖아요. 진짜 변호사님 누가 도와줬으면 좋겠어요, 저희 좀.]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준호,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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