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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강화도 캠핑장 사고 1년, 그 이후…

[취재파일] 강화도 캠핑장 사고 1년, 그 이후…
기사를 쓸 때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가 ‘줄이고’ ‘버리는’ 일입니다. 취재를 하며 보고 들은 내용을 모두 기사에 담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시간과 공간의 제한이 있습니다. 세상 모든 일을 모든 시각을 다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선택을 합니다. 기사에 담아야 할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요.

지난 화요일(22일) 8시 뉴스에서 전해드렸던 ‘강화도 글램핑장 사고 1년..여전한 안전불감증’ 기사( ▶ '글램핑장 화재 1년', 점검하니…안전불감증 여전)도 저에겐 그랬습니다. 잇따른 사고 이후 캠핑장마다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기사에서는 아직도 미비하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뤘습니다.

오늘 취재파일에서는 캠핑장 사고 이후 1년 동안 개선된 점도 소개해드리고, 미비한 점은 무엇이고 어떤 이유 때문인지 자세하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 5명 목숨 앗아간 글램핑장 사고 1년

지난 해 3월22일 강화도 한 펜션 마당에서 운영 중이던 글램핑 텐트 안에서 화재가 발생해 어린이 3명을 포함한 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펜션에서 등록되지 않은 글램핑장을 운영해왔고 화재 방지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이후 정부는 야영장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규정을 내놓았습니다.

주요 내용은 ▶캠핑장 등록제 ▶이동식 천막 내 전기 및 화기 금지 ▶누전차단기, 연기감지기 의무 설치(글램핑장 텐트) ▶텐트 2개 당 소화기 1개 이상 비치 ▶방염 처리된 천막 의무 사용 ▶야영장 내 13kg 이상 LPG 가스통 반입 금지 등입니다.

캠핑업계 등의 의견을 수용하는 절차를 거쳐 지난 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규정입니다. 이런 규정들이 과연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 "매출이 1/3으로 줄었는데, 손님 요구 안 들어 줄 수 있나요?"

SBS 취재팀은 지난 주말부터 3일에 걸쳐 강화도 소재 4곳의 글램핑장 및 캠핑장을 둘러봤습니다. 실제 숙박을 하며 이용 실태를 지켜봤습니다. 반면교사라고 할까요. 1년 전 화재 사고 덕분인지 화재를 대비하기 위한 시설들은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한 글램핑장은 텐트 1개동마다 소화기를 비치했고, 텐트 내부에는 연기감지기, 외부에는 누전차단기를 설치했습니다. 또 다른 오토캠핑장은 소화함까지 따로 만들어 그 안에 소화기를 넣어놓기도 했습니다. 소화기 한 대 제대로 없었던 1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개선이 된 부분입니다.

하지만 안전 의식이 느슨해지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용객이 많은 주말 오후가 되니 자칫 화재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텐트 내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굽거나, 날씨가 쌀쌀해지니 가스난로를 들여놓기도 했습니다. 글램핑장의 경우는 특성상 텐트 내에 전기장판, 텔레비전, 인덕션, 냉장고 등 전자제품이 많아 어댑터 한 개에 여러 개의 전기코드가 꽂혀 가동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텐트 내에서 고기를 굽거나, 가스 난로를 사용하는 경우는 큰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텐트 안에 화로를 이용해 고기를 굽는 경우 화재는 물론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질식할 위험도 높습니다.
사업주들도 이를 모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난로를 놓아달라, 고기를 굽고 싶으니 화로를 넣어달라는 손님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캠핑장 사장은 기자에게 “매출이 작년 대비 1/3으로 줄었습니다. 손님 한 명이 아쉬운 상황인데 무조건 ‘불이 날 수도 있으니 안 됩니다’ 할 수 있겠어요?”라고 반문했습니다.

●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이용객 안전의식도 중요

이용객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취재팀이 만난 이른바 ‘캠핑족’들은 스스로 안전을 지키기 위한 도구를 구비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캠핑을 자주 다닌다는 한 여성 이용자는 “휴대용 연기감지기를 갖고 다닌다. 비용도 비싸지 않다. 텐트 안에 설치해놓으면 공기가 안 좋거나 일산화탄소량이 많아지면 경고음이 울린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남성 이용자는 “전기 릴선(캠핑용 전기 연장선)에 코드를 여러 개 연결하고 난방기구를 돌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에는 꼭 열을 식혀줘야 하지만 대부분이 릴선을 다 감아놓거든요. 그러면 전선 피복이 다 녹아서 위험할 수 있어요. 릴선 이용 후에는 바깥에 펼쳐 놓고 열을 식혀야 해요”라고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설마 불이 나겠어’라는 인식을 가진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가족과 함께 두 번째 캠핑을 왔다는 한 이용자는 “이걸 매일 이용한다고 하면 불안하겠지만 하루 이틀 쓰는 건데요. ‘설마 (불이) 나겠어’ 라는 부분이 강한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취재 중 목격했던, 텐트 안에서 고기를 구웠던 가족도 운영자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불을 피운 경우였습니다.

● 안전 규정만 강화해 놓고 '비용은 알아서 하세요'

정부 당국과 지자체의 인식도 문제입니다. 안전규정을 강화하고 정기 점검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작 안전 규정 강화에 따른 부담은 오롯이 사업주들의 몫으로 넘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부가 방염 천막 설치를 의무화 했는데 일반 천막에 비해 비용이 2배 가까이 비쌉니다. 모든 텐트에 방염 천막을 다 설치하려면 수천만원의 목돈이 들어간다는 것이 업주들의 이야기입니다.

한 캠핑장 운영자는 비용 부담 때문에 텐트 안 내피와 바람막이만 방염천막을 설치하고, 외피는 그대로 두기도 했습니다. 정부에 비용 지원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습니다. 보조금이 나온다는 말에 지원을 신청했는데 ‘텐트는 개인 자산이라 지원 대상이 아니다’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이 업주는 “축대나 cctv도 다 개인 자산 아닌가요? 그건 되고 정작 화재 대비하라고 교체 의무화한 방염 천막은안 된다고 한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제 다시 봄입니다. 산으로 들로 바다로 캠핑을 떠나고 싶은 계절이 됐습니다. 안전한 캠핑을 위해서는 정부와 사업자, 이용객들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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