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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20대 총선 서울 대예언

서울 표심은 예민하다. [X맨 수도권..민심의 풍향계] 기사에서 보도했듯이 이슈에 민감하고 변화무쌍해서 선거 결과 예측이 어렵다.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민심이 요동친다는 이유로 유력 인사들은 서울을 무대 삼아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고, 여야는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더욱이 이번 총선에는 19대 대비 의석이 1석 늘어 서울의 중요성은 더 높아졌다. 지역구 의석 49석, 전체 의석(253석)의 19%를 차지하는 서울을 차지하기 위해 여야 모두 공을 들이고 있다.

역대 총선을 보면 서울은 집권당을 견제하는 야권 성향을 보였다. 지난 19대 총선에서도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지역구 의석(48석) 중 30석, 옛 통합진보당 2석 등 야당은 32석을 확보했다. 16석에 그친 새누리당이 전체 총선에선 이겼지만, 서울에선 완패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20대 총선에서도 서울 시민은 야당의 손을 들어줄까? 예측하기는 힘들다. 선거는 생물이란 말처럼, 어떤 이슈와 정책이 어떻게 작용할지 예측하기 힘들다. 특히 20대 총선은 19대 총선과 달리 선거의 전제가 달라졌다. 지난 2월 확정된 새로운 선거구가 적용됐고, 지역구 선거인의 세대 구성이 바뀌었다. 이를 기초해서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새로운 선거인 구성에 따른 서울의 선거지형 변화를 분석했다.

선거구 분구에 따라 서울에선 강서구와 강남구에 각각 1곳씩 2곳의 새로운 선거구가 생겼고, 중구와 성동구가 합쳐지면서 결과적으로 선거구는 19대 총선 때보다 한 곳이 늘었다. 분구와 지역조정에 따른 새 선거구에 19대 총선에서 여야가 각 행정동에서 획득한 득표수를 대입하면, 강남병은 새누리당, ‘강서병·중구성동갑·중구성동을’은 야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방식으로, 20대 총선 서울 전체 선거구(49개)에 적용해 보면 32개 선거구에서 야당, 17개 선거구에서 여당이 각각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대 총선 결과 ‘여(16):야(32)’와 비슷한 구도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선거 예측은 4년 전 19대 총선 당시 서울 선거인수를 기준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다.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의 변화, 즉 20대 총선 선거인수를 반영하지 못했다. 19대 총선 이후 4년 간 세대별 증감폭이 반영된 ‘20대 총선 서울 선거인수’를 적용하면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 '20대 총선 서울 선거지형' 획기적 변화 

2016년 2월 주민등록이 된 서울 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 이번 20대 총선 서울 49개 선거구 중 42곳에서 2, 30대(이하 젊은층)가 감소했다. 감소폭은 최소 680명(영등포갑)에서 최대 1만 4천 명(강동갑)에 달했다. 반면, 60대 이상(이하 노년층)은 49곳 모든 선거구에서 증가했다. 49곳 모두 1천 명 이상 늘었고, 5천 명 이상 증가한 곳 만도 32곳이다.

각 선거구별로 젊은층과 노년층의 변화량을 종합(노년층 증감-젊은층 증감)하면 전체 증감폭을 알 수 있다. 각 선거구별로 최소 3천 6백여 명(마포갑)에서 최대 2만 1천 6백여 명(강동갑)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세대 변화가 20대 총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19대 총선과 비교해보면 가늠할 수 있다. 야권 연대로 사실상 여야 1대1 구도로 진행된 지난 19대 총선에서 천 표 미만으로 당락이 좌우된 서울 선거구는 4곳(성동을·서대문을·중랑을·강서을), 5천 표 미만으로 당선이 결정된 선거구는 17곳이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19대 총선에서 5천 표 미만으로 당선이 결정된 17곳 대부분에서 1,2위 간 득표차보다 더 많은 세대별 선거인 수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19대 총선 당시보다 젊은 층은 25만 7천 명 감소하고, 노년층은 29만 8천여 명 증가한 20대 서울 전체 선거인 수 변화. ‘크게 줄어든 젊은층, 더 크게 늘어난 노년층’으로 요약되는 서울의 선거지형 변화는 20대 총선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정치권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 '보수 노년층, 진보 젊은층'…여권 유리한 선거지형

전문가들은 이러한 세대 변화가 선거, 특히 서울의 격전지를 중심으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젊어서 마르크스에 빠지지 않으면 바보고, 나이가 들어서도 마르크스주의자로 남아있으면 더 바보다”라는 영국 철학자 칼 포퍼의 말처럼 세대 간 성향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대차가 큰 우리나라에선 ‘세대별 투표’ 현상이 다른 나라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세대 경험 차이로 세대별 성향은 달라지는데 서양에서 2백 년에 걸친 산업화를 압축적으로 경험한 우리나라는 세대 효과가 외국보다 크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이어 “6.25 한국전쟁, 산업화 등 경험 유무에 따라 미국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나고, 지금의 젊은층은 대졸자가 70%에 달하는 등 노년층과 교육 수준에서 차이가 나며, 정부의 역할에 대해 세대별 시각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노년층으로 갈수록 여권 지지 즉 보수 성향, 젊은층으로 갈수록 야권 지지, 즉 진보 성향을 나타내고 있어 세대별 선거인 수 변화에 따른 여야(與野)의 유불리가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20대 총선 정국이 ‘젊은층 감소, 노년층 증가’로 여당인 새누리당에게 유리하게 짜여 진 채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그간 야권 강세를 보였던 서울에서 달라진 선거지형으로 인해 여권 당선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상한다.

● 20대 총선 서울…여야(與野) ‘24 : 25’??

세대별 선거인 수 변화가 20대 총선에 구체적으로 얼마만큼 영향을 줄지 정확하게 수치화하긴 어렵다. 하지만,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대략적으로 예상해볼 수는 있다. <마부작침>은 한국갤럽이 3월 1주차 20대~60대 이상를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여야의 유불리를 더 구체화했다.

 ‘여야 1:1’ 구도를 전제로, 19대 총선 대비 20대 총선 세대별 선거인 수 변화폭에 한국갤럽이 조사한 지지 정당 가중치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시물레이션 했다. 그 결과 19대 총선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마부작침] 20대 총선 예상 결과

1, 2위 간 득표율 차를 기준으로 경합(3%P 미만), 우세(3~10%P 미만), 강세(10%P 이상)로 나눴을 때 새누리당 강세 9곳, 우세 9곳, 경합 6곳으로 총 24개 선거구에서 여당이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야당의 경우 강세 7곳, 우세 7곳, 경합 11곳으로 25개 선거구에서 야당이 유리했다. 즉 ‘여(24):야(25)’로 서울 지역구 의석(49개)을 반씩 나눠 가지는 결과였다.

이는 19대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 의석(48개) 중 새누리당 16석, 민주통합당 30석, 옛 통합민주당 2곳, 즉 ‘여(16):야(32)’ 구도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특히 이번 시물레이션은 19대 총선과 동일하게 ‘여야 1:1구도’를 기준으로 했는데, 20대 총선에선 ‘국민의 당’이라는 제3당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야권표 분산으로 새누리당에 더 유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여론 조사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 선거 결과로 정확히 이어지지 않고, 선거에는 또 다른 변수가 존재하기에 한계는 분명히 있다. 실제로 야권 분열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공천 탈락자들의 무소속 출마가 이어지는 등 여권 내 분열 조짐도 있어 앞선 결과는 어디까지나 예상일뿐이다. 다만, 19대 총선과 달라진 세대별 선거인 수 변화, 이에 따른 서울의 선거 지형이 여당에게 유리하게 형성된 건 분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감당 못할 주거문제가 야기한 ‘서울 선거지형’

여권에게 유리한 선거 지형으로 서울이 변화한 건 자연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출산율 저하와 평균 수명 증가 등 노령화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젊은층의 감소 배경엔 자연적 요인 외 다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젊은층의 탈(脫)서울, 즉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부득이하게 떠난 젊은층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19대 총선이 치러진 2012년 이후 4년 간 30대(30~39세)가 서울에서 10만 명 이상 유출된 것으로 추산되는데, 전문가들은 탈서울의 직접적 이유로 전세난, 부동산값 폭등 등 주거문제를 꼽는다. 부동산114 함영진 본부장은 “서울에서 유입보다 유출이 많아진 지 5년 가까이 됐다”며 “서울 전세값이 7년 이상 올랐고,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시민들의 탈서울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경기도 유입 인구 중 55%가 서울 출신”이라며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30대, 특히 육아에 따른 안정적 주거를 확보하기 위해 신규 택지 개발이 이뤄지고 상대적으로 부동산이 저렴한 경기도로 이주했다”고 분석했다.

빚 없이는 해결 못할 서울의 전세값 상승, 맞벌이를 해도 살 수 없는 집 한 채. 감당 못할 서울의 부동산 문제가 ‘내 집 마련’을 꿈꾸는 30대의 탈서울을 야기했고, 그 결과 서울의 선거 지형도 변화됐다는 것이다. 선거 지형 변화를 노리고 부동산값 폭등 또는 신도시 개발을 의도한 이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다만, 서울의 세대 변화는 ‘사회의 모든 이슈가 정치에 영향을 주고, 정치가 모든 사회 이슈에 반응한다’는 걸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에서 선거가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세대 변화로 총선이 치러질 경기장이 바뀌었다. 하지만, 후보자의 공약, 신뢰도, 참신함, 진정성 그리고 유권자의 참여도에 따라 경기 결과는 언제라도 변할 수 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분석: 한창진·안혜민(인턴)
디자인/개발: 임송이

※ 마부작침(磨斧作針) :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 속에서 송곳 같은 팩트를 찾는 저널리즘을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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